▲ 이유직(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우리 사회가 질적인 변화 시대로 접어들었음이 여러 부분에서 감지된다. 우리들 부모 세대는 자식들 행복을 위해 자신들의 행복은 뒤로 미루었지만 앞으로는 지금 당장의 행복이 우선시 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아울러 고령화 또한 미래 한국 사회의 중요한 변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65살 이상 비율 14%이상, 2018년 도달 예상)와 초고령화 사회(20%이상, 2026년 도달 예상)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과 삶의 질을 추구하는 고령화 시대에 직업과 일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다.

최근 한 신문에 고령화 시대의 일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는데, 이 기사에 따르면 미래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직업과 일에 있어 세 가지 주요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째는 연령별 분업체계가 요구된다 한다. 100살 시대에는 지금처럼 한 번 일해서 평생을 먹고살기가 힘들기 때문에 두 번 이상 직업을 찾아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젊은층 일자리와 노년층 일자리를 국가가 나서서 분업화하여 국가 전체의 가치 창출 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두 번째는 배우고, 일하고, 쉬는 것이 지금까지는 생애 주기에서 한 번으로 끝났지만 앞으로는 배우고, 일하고, 쉬는 것이 몇 번씩 반복되는 시대가 오기 때문에 국가, 사회, 개인 차원에서 이런 생애 주기에 익숙해지도록 교육시스템을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중등 교육에 집중된 국민 교육시스템을 평생학습 확충으로 전환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를 깨뜨려 모든 조직을 철저히 성과, 직무급적 임금체계로 개편하고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여야한다고 주장한다. 나이들 수록 돈을 많이 줘야 하거나 나이 든 사람을 부하 직원으로 두면 불편한 문화가 존재하는 이상 신중년(60~75살)들의 일자리는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혹은 변화하는 사회를 예상하여 우리 시대 조경은 과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반문해 본다. 분명한 점은 지금 보다는 훨씬 더 유연하고 효율적이며 다양한 유형의 조경 일자리가 운용되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조경인들도 이러한 상황에 부합하는 능력과 경험, 태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일의 내용에 있어서도 조경의 하이엔드 영역에 모든 인재들이 몰리던 것에서 벗어나 그동안 조경의 서비스가 미처 닿지 못했던 로우엔드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꾸어 나가는 일에 더 많은 지혜와 손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요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공동으로 작업하고 평상시에는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나홀로 기업, 나홀로 연구소와 같은 유형의 조경회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농촌계획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왔으며 이제 정년을 몇 년 남기지 않은 지자체 연구소의 어떤 박사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정년을 하게 되면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본인만의 연구소를 고향에 만들어 운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 해서 기존의 관련 업체들과 경합하여 용역을 수주하고 경쟁 관계를 이루는 그런 회사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노하우가 필요하여 찾아와서 부탁을 하는 경우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원하는 바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주는, 기존의 업체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담당하는 연구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이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보니 사회에서는 반드시 필요로 하지만 현재의 기업에서는 제공하기가 힘든 일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시켜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도 함께 하였다. 필자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대학원생들을 지도해 왔던 터라 의기투합하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래에는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20년 이내 현재 직업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반면에 창의성과 감수성을 요구하는 직업들은 거의 타격을 입지 않으며, 가치를 창조하고, 희소하며, 모방이 어려운 일들은 오히려 부상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언젠가부터 조경의 활동 영역과 관심사가 다원화되기 시작했다. 조경이라하면 의례 현상설계에 뛰어들어야 하고, 국제적이거나 국가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해야만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소소한 일상과 주변에도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조경의 관심이 거대 담론에서 공동체의 삶과 생활로 확대되어 나감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행복한 생활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평균수명 100살시대에 지역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무대로 활동하는 동네조경가들이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유직(객원 논설위원·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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