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한국조경신문이 주최하는 7월 뚜벅이 행사가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부석사, 소수서원, 희방사 계곡을 다녀왔다. 행사에 참가한 뚜벅이들은 나름대로 아는 만큼 느끼기도 하고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
한적한 시골 정서를 느끼기에 충분한 하루였지만 마지막 코스인 희방사 절집을 보는 순간 하루 내내 좋았던 기분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중앙선 철도에 희방사역이라는 이름을 가질 정도로 친근한 희방사는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창건됐다. 희방사 주위 동굴에서 수도하던 두운대사가 호랑이를 살려주었고 또 경주호장의 무남독녀를 살려주었다는 설화 속에는 경주호장이 사찰을 건립, 기부하고 나서 은혜를 갚아서 기쁘다는 뜻의 희(喜)자와 두운대사의 참선방이라는 뜻의 방(方)자를 써서 희방사라고 이름 하였다고 한다. 6.25 전쟁의 참화가 해발 850m에 위치한 사찰도 비켜가지 못해서 희방사에서 보관하던 훈민정음 원판과 월인석보 판목은 안타깝게 절과 함께 불타 버렸고 지금은 책만 남아있다고 한다. 희방사는 1954년에 새로 지어서 올해로 60년을 맞이한 창건 역사에 비하면 새 절집인 셈이다. 매우 작은 절집이기는 하지만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이라 이 지역의 명소로 대접 받고 있다.
희방사 아래에는 높이 28m의 희방폭포가 있는데 내륙지방에서 가장 큰 폭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계곡의 숲과 그늘 속에서 장관을 펼치고 있다. 희방폭포를 지나면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의 아찔함이 극락세계나 무릉도원을 꿈꾸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곧이어 희방사 사찰과 첫 대면을 하게 되는 건물이 있는데 이곳을 보면 잠시 동안 가졌던 환상적인 꿈이 확 깨어지게 한다. 구중심처 소백산 계곡의 산사에 철근콘크리트조로 지어진 3층 건물은 영주시 풍기읍 구 시가지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칠이 벗겨지고 백화현상이 난무하는 조잡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1,2층은 사용한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고 외곽에는 잡초가 무성하고 현관 옆에서 죽어있는 큰나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아연실색을 하게 된다. 이 건물의 3층은 희방사 경내와 수평으로 연결되는데 ‘소백산 산야초 연구소’라는 커다란 간판이 희방사 요사채 측벽에 붙어 있는 손바닥만한 ‘희방사’ 편액(근세의 학승이자 동국대학교 초대 총장을 역임한 퇴경당 권상로의 글씨)을 압도하고 있다. 더군다나 해괴한 이 건물은 소백산에서 희방사로 이어지는 기(氣)를 옥죄이고 경관을 해치고 있으니 도대체 누가 이런 발상을 했으며 해발 850m의 산 중에 3층 건물을 허가해준 관청은 제 정신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소백산을 오르려면 계곡의 입구 매표소에서 모든 등산객에게 희방사의 ‘문화재관람료’로 2,000원을 징수하는데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 문화재 하나 없이 겨우 지방문화재(대웅보전 내부에 숨어 있는 동종) 달랑 하나만 있고 괴물같은 건물을 보고서 기분 잡치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관람료를 내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배상이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다.
2012년 6월에 지리산 천은사의 문화재 관람료 반환 소송에서 “문화재 관람료 징수가 불법이며, 이를 반환하고 정신적 피해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정부는 절집의 배만 불리는 이런 한심한 작태를 당장 시정해야 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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