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릉 산림과학원내 반송 노거수

 

낭만의 바다는 겉 더위를 식혀 주지만
솔숲에서 솔바람의 파도소리를 들으니
십팔공(十八公)께서 속 더위를 식혀준다

한 낮의 낮잠은 겉 더위를 식혀 주지만
느티나무 큰 그늘에서 그늘을 생각하니
노장(老莊)의 도(道)가 속 더위를 식혀준다

벗과 술을 나누면 겉 더위를 식혀 주지만
은행나무 큰 그늘에서 고전(古典)을 읽으니
성현의 큰 가르침이 속 더위를 식혀준다

에어컨바람은 겉 더위를 식혀 주지만
회화나무 큰 그늘에서 청운의 꿈을 꾸니
세 분의 정승께서 속 더위를 식혀준다

청량한 음료는 겉 더위를 식혀 주지만
왕대나무 숲속에서 일곱 현인을 만나니
청렴강직한 바람이 속 더위를 식혀준다

오싹한 공포영화는 겉 더위를 식혀 주지만
비 오는 날 연못으로 가 연꽃을 바라보니
군자의 맑은 미소가 속 더위를 식혀준다

강물에 미역 감으면 겉 더위를 식혀 주지만
솔숲에서 활쏘기로 온몸과 마음을 쏟으니
선비의 활 쏘는 예의가 속 더위를 식혀준다

한낮에 등물은 겉 더위를 식혀 주지만
휘영청 달 밝은 밤에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이태백이 시를 읊어 속 더위를 식혀준다.

※ 삼복더위를 나는 옛 선비들의 여러 풍속도에서, 다산 정약용의 이른바 소서팔사(消暑八事)를 연상하며 우리의 여러 정자나무에 깃든 큰 그늘의 깊은 의미와 무위자연을 요즘의 피서(避暑)와 옛 소서(消暑)를 대비하여 재구성하였다.

서원우(한국조경사회 고문)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