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호영(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소장)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그 나라는 백 마리의 양을 가진 양치기와 같다.
그중 가장 큰 양 한 마리가 길을 잃었다.
양치기는 아흔 아홉 마리를 그대로 둔 채 그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
지칠 대로 지친 후에 양을 찾으면 그 사람은 그 양에게 말 할 것이다.
나는 다른 아흔 아홉 마리의 양보다 너를 더 사랑한다.

100마리의 양이 길을 갑니다. 목동이 이끄는 대로 길을 가는 무리 중에 한 마리의 양은 다른 생각을 하였습니다. 매일 가는 이 초지 말고 저 숲으로 들어가면 더 맛있는 풀이 있거나 아니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을지도 몰라. 그 양은 거침없이 숲길로 들어가 사라졌습니다. 양치기는 한참을 지나 양들을 풀밭에 풀어놓고 세어보니 한 마리가 없었습니다. 없어진 양이 어느 녀석인지 떠올랐습니다. 다른 녀석은 몰라도 그 양은 기억났습니다. 어릴 적부터 몸도 튼튼하고 고집 센 녀석이었습니다. 한 두 번인가는 양치기 소년에게 머리를 들이대고 덤빈 적도 있었습니다. 양치기는 다른 양들은 그대로 둔 채 없어진 양을 찾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갔습니다. 아흔 아홉 마리의 양들이 늑대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양치기는 그 양을 더 사랑하기에 찾기로 하였습니다.

공무원의 부패가 더 심해졌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거기에 관피아라 하여 그들 간의 유착관계가 사회를 엉망으로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사회 모두가 유착되어 있습니다. 정치인에서부터 공무원 그리고 유착이 필요한 개인까지 유착과 유착으로 고리지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이런 끼리끼리의 유착을 합리화시키며 이를 소통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나는 공무원을 24년간 했습니다. 공무원의 일반적인 특성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는 것입니다. 힘 있는 윗 사람이나 영향력 있는 자에게는 모든 걸 버리고 굴복하면서 굴욕감도 느끼지 않고, 힘없는 부하나 영향력 없는 일반인에게는 보잘것없는 권력을 휘두르며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공무원은 대체로 선하다고 평가 받습니다. 나는 그들의 선하다는 평가에 대하여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선함은 그들의 강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나약함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감히 악해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나약함에서 나오는 이 선함은 생명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선한 사람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언젠가 강해지면 그 순간 악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력이 주어지면 타락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힘 있는 자에게 복종하고 힘 없는 자에게 악하게 행동하며 훗날 승진하면 자신이 복종했던 자와 똑 같이 행동하게 됩니다. 그들은 무리 속의 선한 양입니다. 잘 길들여지고, 대세를 따라가고, 양치기의 막대기를 두려워합니다.

공무원 세계에서는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이 필요합니다. 아니 길을 찾아 떠난 고독한 한 마리의 양이 필요 합니다. 그 양은 반항적이고 자기 혁신적이고 생명력이 넘치고 얼마간은 지성적입니다. 왜 길 잃은 양이, 아니 길을 찾아 떠난 양이 소중한 것일까요.
길을 찾아 떠난 양은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양치기를 따라 가는 양보다 배고플 때가 많고 독풀을 먹어 고통 받는 경험도 있겠지만 때로는 다른 풀도 먹어보고 새로운 세상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가 공무원을 영혼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 표현의 이유를 공무원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풀도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고 포만감도 알고 있고 고통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 양은, 그런 공무원은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고 겸손해지고 정의를 이해할 때 그래서 언젠가 권력이 주어져도 휘두르지 않습니다. 무리의 일원으로 안주하면서 복종으로 주어지는 풀로서 배 채우는 양이 우리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할 때 길 찾아 떠난 양은 촛불이 되고 소금이 될 것입니다.

힘 있게 존재하며 자기의 고독한 길로 가는 한 마리의 양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것은 길 떠나는 양을 이해하고 소중히 여기는 조직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길 찾아 떠나는 양이 적은 것은 그 양을 소중히 여기기는 커녕 비난하고 모함하고 따돌리는 아흔 아홉 마리가 만든 조직문화에 기인합니다.

나에게 묻습니다. 나는 길 떠나는 양이냐고….
그리고 길 떠나는 양을 소중하다고 여기는 도량을 지녔냐고….

PS. 저는 그리스도교인이 아닙니다. 길 잃은 양을 이상하게 해석했다고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길 잃고 싶은 양은 이렇게 해석하기도 하니 이해하는 도량을 가져 주세요.

배호영(객원 논설위원·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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