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아파트 조경에다가 별도의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트렌드로 부각된다고 한다. 개인주택에서나 누릴 수 있는 정원의 느낌을 공동주택에서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차별화 된 각 브랜드 아파트마다 속속 정원 콘셉트를 도입하고 있는 이 추세가 한 순간의 유행이 아니길 바란다.

대우건설을 필두로 최근 아파트 조경에서 정원이 도입되고 있는 양상을 살펴보면, 유명 가든 디자이너의 작품을 조경공간에 조성하는 사례, 텃밭과 정원을 별도 공간에 조성하고 가꿀 수 있도록 하는 사례, 주민들에게 가드닝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례까지 폭넓게 전개되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아파트 조경이 걸어왔던 길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기도 하다.

가드닝에 참여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질이 높고 행복지수가 올라간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왔다. 그만큼 식물을 가꾸고 정원을 돌보는 것이 지친 도시민들에게 큰 위안과 힐링이 되고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대형 건설사들이 지은 브렌드 아파트에 그동안 여러 트렌드 변화가 있었지만, 최근 전국적인 정원문화 확산 분위기와 맞물려 공동주택에서도 가든 디자이너가 설계·시공하는 ‘정원’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조경양식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수요자 중심의 접근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단지 내 정원을 조성한다고 해서 마치 ‘환경조형물’처럼 분리된 공간의 역할에 그치면 안된다는 것이다. 전체 조경공간과 통합된 계획이 이뤄져야 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정원을 포함한 하나의 조경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원이 들어옴으로써 정원문화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가드닝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행복지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연구결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공동주택에 가든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정원을 조성하는 이유에는 단순히 보여지는 차이를 뛰어넘어 이용자인 입주민들에게 가드닝과 정원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민들은 지금 가드닝을 동경하면서도 공간적 제약 때문에 선뜻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도시민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는 공동주택에서는 많은 공간이 공공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조경으로 구성돼 있으나 정원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따라서 새 트렌드인 공동주택에서의 정원 도입은 정원을 조성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원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문화를 즐기고 가꿀 수 있는 소양을 함께 제공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일부 건설사들이 정원을 조성하면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매우 적절한 입주민 서비스다.

입주민을 대상으로 가드닝 교육을 비롯해서 정원 해설, 정원에서 열리는 커뮤니티 파티 등의 서비스가 제공됨으로써 정원문화를 이해하고 생활화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정으로 돌아와서도 가드닝을 실천하면서 공동주택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궁극적인 과제가 되겠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개인도 가드닝에 참여할 수 있는 정원이 있어야 하고, 실외조경에 대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실내정원 가꾸기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직접 먹을거리를 키워 음식에 올릴 수 있도록 공동체 키친가든을 조성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브랜드 아파트들이 앞다퉈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그것이 유형의 공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형의 라이프스타일로 연결시켜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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