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헌(가천대 교수/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무더운 여름의 한 복판에서 시원한 바다를 그리워하며 바다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우리나라는 바다가 삼면으로 펼쳐진 반도 국가다. 한국의 유일한 육로 통로는 북한이 북쪽에서 가로막고 있으므로,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는 외부로 바다만 남는다. 태평양의 한쪽 구석에 있는 한국의 바다는, 반도 국가 한국을 동쪽과 남쪽 그리고 서쪽에서 빙 에워싸고 있다. 한국은 이 바다를 차례대로 동해(東海), 남해(南海), 서해(西海)라 부른다.

한국의 동쪽 바다는 동해다. 동해를 건너면 일본이다. 한국은 동해라 부르고, 일본은 일본해라 부르는 바다가 바로 이 바다다. 동해는 태평양의 맨 왼쪽 끝에 있는 대양과 같은 바다다. 연안의 대륙붕이 좁고 바로 대륙 사면이 나타나 수심 3000미터가 넘는 심해가 바로 이어진다. 동해안은 해안선이 단순하다. 섬도 몇 개 안 된다. 그래서 파도도 높다. 깊은 바다에서부터 일어난 파도가 별 장애물 없이 해안선까지 다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해는 동해에서 뜬다. 그래서 동해는 한국인에게 늘 꿈과 희망을 상징한다. 새해 첫날, 수많은 한국인이 동해안의 일출 명소로 해맞이를 나가는 이유다. 깊은 바다 동해에서 불끈 떠오르는 태양은 한국인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다.

독도를 둘러싼 동해는 1932년 일본의 우다이(宇田道隆) 교수가 주장한 “한류와 난류가 북위 40°근처 표층에서 단순 교차하고 바닷속은 찬 바닷물로 채워져 있다”라고 하는 이른바 固有海水이론이 정설로 되어있다. 일반적으로 해수는 빙하를 만나는 순간 급격히 차가워진다고 한다. 거기에 염분이 빠져 나오면서 차갑고 무거워진 해수는 더 깊은 심해로 가라앉게 된다고 한다. 무거운 물줄기는 수심 200m에서 최고 4000m 까지 깊은 바다 속으로 내려가 두꺼운 띠를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해양심층수이다. 해양심층수는 최근 시중에서 ℓ당 8000원 이상의 고가에 팔리고 있다. 자동차 연료인 휘발유의 가격이 ℓ당 약 1500원(2005년 7월 기준)을 감안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고가인 것이다. 심해를 흐르는 해양심층수는 향후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할 하나의 대안으로 떠 오르는 등 향후 개발 여하에 따라 무한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 독도 주변 동해 해역이다.
남해에는 섬이 많다. 하여 이름도 '다도해(多島海)'다. 이 얽히고설킨 해안 풍경 덕분에 남해안에는 해양 국립공원이 두 개나 있다. 남해 해안선은 서해안처럼 복잡하다.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만(灣)이 들어왔다 나왔다 반복하며 해안선을 이루고 있다. 그 수많은 만에 수많은 항구가 들어서 있다. 남해는 한국의 대표적인 어장이다. 염분도 높고 수온도 높아 물고기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남해 바다에서는 예부터 양식이 성했다. 김·전복·우럭·광어부터 요즘엔 참치도 양식을 한다. 남해 바다에는 바다에서 나는 온갖 먹을거리로 즐비하다. 바다는 풍성하지만, 바다에서 먹고 사는 사람은 넉넉하지 못하다. 최근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해양생태계 기본 조사(2006~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무려 총 4874 종의 해양생물들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영해 면적을 기준으로 단위 면적(1000㎢)당 출현하는 해양생물은 56종으로 2위인 중국(27종/1000㎢), 3위인 남아프리카공화국(15종/1000㎢)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한국인은 서해를 황해(黃海)라 부른다. 바닷물이 푸르지 못하고 탁해서다. 서해는 중국과 한국 사이에 낀 바다인데, 수심이 깊지 않다. 그래서 밀물과 썰물에 바다 밑바닥에 깔린 모래도 함께 휩쓸리면서 바다가 흐려진 것이다. 한국의 서해는 세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연유산이다. 서해에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가 있어서다. 남한에만 약 2489㎢의 면적에 갯벌이 형성돼 있고, 남북을 합치면 갯벌 면적은 5400㎢에 달한다. 세계에서 이 만한 크기의 갯벌은 없다. 한국은 땅 덩어리는 작지만 갯벌은 크다. 갯벌은 엄격한 의미로 바다다. 연안습지기초조사(2008~2012) 결과에서는 세계 5대 갯벌로 알려진 우리나라 갯벌의 해양생물다양성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체부는 몇 년 전 부터 서남해안의 드넓은 갯벌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갯벌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수만도 총 1141종으로, 특히 크기가 1㎜ 이상인 대형저서동물의 종 수는 717종으로써 갯벌 중 유일하게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와덴해 갯벌(168종)보다 4.3배나 많은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덴마크 와덴해 갯벌 면적(4600 ㎢)의 약 절반 크기인 우리나라 갯벌(2489.4 ㎢)에서 대형저서동물의 출현종 수가 4.3배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갯벌의 해양생물 다양성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해양수산부는 연안습지기초조사와 함께 해양생명체의 보고인 갯벌의 다양한 기능과 가치에 대한 경제적 평가도 실시했는데 그 결과, 갯벌의 단위면적(1㎢) 당 연간 제공가치가 무려 약 63억 원이며, 이를 전체갯벌 면적(2489.4㎢)에 적용하면 갯벌의 연간 총 경제적 가치만 해도 16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진 바다의 금맥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한국의 바다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생명이다. 바다를 지배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고 했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이 장점을 살려 이제 바다로 나가야 한다. 올해는 세월호 대참사로 바다에 대한 두려움과 좌절이 깊고 해양 분야 관련자들은 스스로 죄인이 돼 주눅이 들고 있다. 그러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해상 영토가 육상의 4배가 넘는 한국에 있어 바다의 가치는 더욱 크며 타 분야 보다 조경 분야는 바다를 향한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통해 조경의 지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난 6월 중순께 일산 킨텍스 전시장에서 국내 최초로 이지엑스라는 딩거보트 개발 출시한 유니온랜드의 황선주 회장은 ‘해양조경의 시대를 열자’라며 조경계에 큰 화두를 던졌다. 이제 조경계도 한국의 바다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며 바다로 향한 조경의 역할과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논의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안세헌(객원 논설위원·가천대 교수·한국조경설계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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