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가로수는 역할이 참 많다. 요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열섬현상을 저감시켜준다. 소음도 줄여주고 공해를 잡아주고 도시미관을 아름답게 하고 나무에 달린 잎의 녹색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가로수가 연결되어 띠녹지가 형성되면 녹지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삭막한 도시의 오아시스처럼 환경개선의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같은 나무라고 해서 모두 가로수가 될 수가 없다. 가로수는 아름답고 공해에 강해야하는 것이 첫 번째 기본 요건이고 병충해에 강하고 사람에게 해롭지 않고 생육이 강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비로소 가로수가 될 수 있다. 서울시 가로수는 이와 같은 조건에 맞는 나무로 은행나무와 양버즘나무 위주로 식재를 하다 보니 한 때는 두 나무가 전체의 88%에 이르렀으나 점차 축소되는 경향이다.
새로이 등장한 가로수는 거리의 특성에 맞게 심어지다보니 역사성도 갖게 되고 스토리텔링이 돼서 명소가 되기도 한다. 이름마저 가로수길인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에는 은행나무가 서있고, 올림픽대로를 건설할 때 심어진 회화나무는 학자수라는 별칭으로 압구정 등에 많이 식재가 됐다.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길은 꽃이 필 때면 대단한 명소가 되고 청계천 변에는 흰쌀밥을 연상하는 하얀 꽃이 피는 이팝나무가 있고 난지도가 쓰레기매립장이던 시절에 심었던 메타세쿼이아는 난지도공원의 명소가 되었다.
이렇게 사랑받아 마땅한 가로수가 요즘 연일 수난을 당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정한 걷고 싶은 길인 양재천 메타세쿼이아길은 얼마 전에 상당한 구간이 양쪽 모두 사라져 버리고 다른 나무로 교체가 됐다. 카페를 비롯한 상가가 도로 한쪽에 있는 곳이라 메타세쿼이아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으나 사라져버린 메타세쿼이아길의 아늑하고 고즈넉함은 새로이 식재된 작은 이팝나무가 대체할 수는 없어 보인다.
아무리 좋은 가로수라도 도로에 연접하여 있기 때문에 도로의 기능과 상충이 되면 약자가 된다. 그러나 양재천길은 설명이 안 된다. 나머지 구간은 기존의 나무들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상가가 안 보인다는 민원 때문이었다면 메타세쿼이아가 사라진 상가는 을씨년스러워서 상가를 찾는 발길이 오히려 뜸해질 것 같다.
서울시의 도로를 담당하는 부서는 가로수를 도로의 부속물이라고 생각하고 가로수를 지장물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다. 종로에 지금의 가로수를 없애고 작은 나무로 교체하자는 말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라면 서울시 가로수의 30~40%가 없어질 지경이라고 한다. 보도환경개선을 담당하는 부서도 가로수는 보도환경의 장애물로 생각한다니 지극히 토목적인 발상으로 여겨진다. 보도의 포장은 조경적인 측면에서 디자인이 되고 수목과 공존하는 관리가 되어야 하는데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없애려 하고 단순화하려는 시도는 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 도시 전체를 디자인 하고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일은 조경의 역할이다. 도시에서의 가로수역할은 시민에게 최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따라서 보도환경관리와 가로수관리는 인간행태와 식물생태를 잘 아는 곳에서 해야 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