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화(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올바른 전정을 위한 기초지식 – 계속
지난 회에는 전정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두 가지 지식 중 연결부위의 강도와 부후 저항성을 결정하는 줄기와 가지의 연결 형태를 소개한 바 있다. 이번 회에는 지난 회에 이어 또 하나의 기초지식인 상처가 발생하면 나무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구획화한다는 CODIT이론과 이의 시사점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② 나무는 상처를 구획화한다.
나무에 상처가 발생하면 이 부위에서부터 부후가 진행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면 부후가 확산되어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무는 상처부위를 철저히 격리시켜 이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는 기작을 개발함으로서 수천 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수목부후의 구획화’(CODIT, compartmentalization of decay in tree), 또는 짧게 CODIT이론이라고 부르며, 최근에는 decay(부후)를 damage(손상)로 대체하여 좀 더 폭넓게 적용하기도 한다.
CODIT 모델은 나무가 서로 다른 네 개의 경계(Wall이라고 부름)를 구축하여 상처부위를 상하·좌우·안팎으로 둘러쌈으로서 건강한 조직에서 격리시킨다고 설명한다(사진 1). 이들 경계는 Wall 1, Wall 2, Wall 3, Wall 4라고 불리는데, 이들은 화학적이고 물리적인 경계(chemical and physical boundary)로서 각각의 벽은 자신의 구조와 성분을 활용하여 부후균의 침투에 저항한다.

 

▲ [사진1] 나무가 상처부위를 격리시키고 있는 모습. 숫자는 CODIT 모델에서의 Wall 번호를 나타낸다(Shigo, 1989).

Wall 1은 상처를 통해 침입하는 부후 미생물이 목재의 상하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벽이다. 나무에 상처가 발생하면 활엽수는 전충체(塡充體, tylosis), 검(gum), 과립 물질, 페놀 등으로 도관 세포를, 침엽수는 수지(resin)나 테르펜 등으로 가도관 세포를 각각 채움으로서 이 벽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 벽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수분이 증발하면 쉽게 허물어지기 때문에 가지제거로 인해 생기는 상처는 아래쪽으로, 수간에 생긴 상처는 상하로 긴 부후 기둥이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Wall 2는 목재의 중심을 향해 안쪽으로 이동하는 부후 유발 미생물의 전진을 억제하는 벽이다. 이는 두 나이테 사이의 경계에 존재하는 살아있는 종축 유세포에 의해 구축되는데, 이 유세포가 곰팡이를 억제하는 유독한 화합물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처로 인한 부후나 변색이 연륜 사이에서 멈춘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이 벽 또한 Wall 1보다는 강하지만, 종축 유세포의 활력이 부후 확산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정도로 강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상처 안쪽 조직이 무너지게 된다.

Wall 3은 부후가 수간의 좌우 둘레로 퍼지지 않도록 저항하는 벽인데, 이 역할은 형성층 바깥 사부(篩部, phloem)에서부터 목재의 중심을 향해 뻗어있는 방사조직(放射組織, ray)이 맡고 있다. 방사조직은 사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부후 미생물이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따라서 비교적 오래된 상처를 보면 방사조직의 경계를 따라 목재 내부 깊은 부위까지 변색되지 않은 건전한 조직이 유지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사진 1). 그러나 좌우 경계를 구축하고 있는 방사조직은 수직의 폭이 좁기 때문에, 목재 내 중첩해서 존재하고 있지만, 부후균의 확산을 완벽하게 차단하지는 못한다.
이처럼 상처 안쪽의 목재가 형성하는 Wall 1, 2, 3 세가지 유형의 벽이 모두 돌파되면 부후가 확산되는데, 이러한 부후가 나무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수간의 내부로 제한되어 상하로 긴 공동을 형성하는 것은 Wall 4 때문이다.

Wall 4는 상처로 인한 변색과 부후가 상처 발생 이후 새로이 만들어지는 조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벽이다. 이 벽은 형성층에 의해 상처가 발생하는 당시에 존재하는 가장 바깥 나이테의 가장자리를 따라 만들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변색과 부후가 확산되면 수간의 둘레와 상하로 확대되어 파이프 모양의 튼튼한 벽을 구축하여 새로운 조직을 보호하게 된다. 나무는 이 방어벽 덕분에 새로운 목재가 건전하게 유지되어 상처가 발생하기 전에 만들어진 목재가 모두 부후되어 없어져도 새로운 목재에 의해 수간이 파이프처럼 유지되어 살아가게 된다.

상처의 구획화는 에너지 다소비 기작이다.
나무가 상처를 구획화하여 기존의 조직을 포기하고 새로운 조직을 보호하는 것은 오래 살기 위한 전략으로, 마치 도마뱀이 몸통을 살리기 위해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것과 같다. 나무는 이러한 구획화를 통해 삶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한 에너지 손실이 막대하여 생장이 크게 위축되는 피해를 입게 된다.
나무의 이 구획화 기작은 동물이 상처를 원상회복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적게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나무는 Wall 1~4을 통해 부후를 저지하는 데 힘겨워하고 있으며, 특히 Wall 4는 이를 구성하고 있는 조직이 정상적인 목재와는 그 형태나 기능이 판이하여 이를 생산하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이에 더하여 Wall 4 안쪽에 위치한 목재에는 더 이상 에너지를 저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기에 저장된 에너지도 꺼내 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에너지 저장 능력과 비축량이 크게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전정을 통해 나무를 튼튼하고 건강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스스로 아물기 어려운 상처를 만들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상처의 구획화 능력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나무가 상처를 구획화하는 능력은 개체별로 상이한데, 이는 지난 회에 언급한 가지와 줄기의 연결 유형, 수종, 수령, 해당 나무의 활력 등에 의해 결정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바람직한 가지와 줄기의 연결 형태는 90°에 가까운 각도를 이루면서, 가지의 굵기가 줄기 굵기의 1/2 이하로 유지되는 것이다. 이런 형태로 연결된 가지는 줄기에 강하게 부착되어 있고, 연결부위에 방어물질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좀처럼 찢어지지 않고 가지 제거로 상처가 발생하더라도 쉽게 유합되고 부후와 변색이 최소화된다.
나무의 구획화 능력은, 일반적으로 수명이 짧은 관목보다 오래 사는 교목이 우수하며, 교목 내에서는 수종에 따라 차이가 크다. 교목의 구획화 능력은 새살(woundwood) 형성 능력과 목재의 부후 저항성에 의해 결정되는데, 새살이 빨리 자라면 상처를 빨리 유합하기 때문에 피해가 적으며, 목재의 부후저항성이 높은 나무는 절단면의 목재가 오랫동안 강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큰 상처도 공동이 생기지 않고 유합된다.
예를 들면, 양버즘나무나 느티나무는 새살이 빨리 자라나오고 목재의 부후 저항력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다소 굵은 가지를 절단하더라도 상처가 잘 아물지만(사진 2), 단풍나무나 버드나무는 새살이 자라나오기 전에 상처부위의 목재가 부후되기 때문에 아물지 못하고 공동이 발생하게 된다(사진 3). 반면 소나무는, 새살이 빨리 자라지는 않지만 상처부위에 송진이 집적되어 오랜 기간 부후되지 않기 때문에 수간에 공동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 [사진2] 느티나무는 새살이 빨리 형성되고 목재의 부후저항성이 높아 다소 큰 상처도 잘 유합한다.
▲ [사진3] 단풍나무는 새살이 자라나오기 전에 상처부위 목재가 부후되기 때문에 상처가 크면 아물지 못하고 공동이 생긴다.

수령과 활력도 구획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데, 어린 나무와 활력이 좋은 나무는 노쇠목이나 스트레스로 활력이 떨어진 나무보다 새살 형성 능력과 목재의 부후 저항력이 높기 때문에 상처를 더 잘 구획화할 수 있다.
따라서 전정작업을 수행할 때에는 이상에서 살펴본 해당 나무의 구획화 능력을 고려하여 절단하는 가지나 줄기의 굵기를 결정해야 하는데, 우리는 강전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이식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식목에 대해 정체불명의 T/R율을 맞추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줄기와 굵은 가지를 무차별적으로 두절해 아물지 못하고 썩어가는 상처를 양산하고 있다.

 

 

 

 

 

 

 

 

 

 

 

 

 

 

 

이규화 집필위원(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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