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은 반칙을 그동안 예사로 여기고 살고 있었다. 습관적으로 반칙을 하고 살기 때문에 반칙인지 인식을 못할 정도로 반칙에 익숙해 있다. 반칙은 일반 서민이건 공직자이건 정치인이건 간에 무의식적로 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교통사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 중에 차도를 무단횡단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 한 해 1500명에게 발생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너무 많아서 가슴이 아픈데 세월호 희생자의 5배나 되는 사망자가 해마다 발생하고 있는데 보행자는 ‘나 하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무단횡단을 하고 있고 정부는 모르는 것인지 바쁜 것인지 단속의 사각지대에 있다. 2012년에 보행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2천 명 정도인데 이 중 75%에 해당하는 1천5백 명이 무단횡단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니 우리나라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국민이 되는 셈이다. 1500명이 사망함으로서 생기는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따져보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나올 것이다. 졸지에 가장이나 엄마를 잃고 충격과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는 자녀가 생길 수 있고 갑자기 자녀를 잃고 실의에 빠지는 부모가 있을 수 있다.

실제 한 방송사에서 서울 시내 4차선 도로에서 10미터 간격으로 횡단보도가 세 개나 있는 도로에서 15분 정도 지켜보았는데 수십 명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한다. 한 아이를 업은 아버지와 그 뒤를 따르는 어린이, 걸음이 느린 할머니, 20대 청년, 40대 50대 여성들, 폐지수집 운반구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 등 등 셀 수가 없다. 그들이 무단 횡단하는 도로 위에 있는 ‘사고 많은 곳’이라는 표지판이 무색하다. 보행자의 무단횡단이유로 “횡단보도가 멀거나 충분히 건널 수 있을 것 같다”는 말과 “바쁘다”는 핑계와 “스스로에게 융통성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무단횡단을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차가 없는 거리에서 횡단보도로 돌아간다는 것을 시간낭비로 생각하는 것이 습관화가 되어 있다.
길을 건너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무단 횡단하는 과정을 스스럼없이 감행하는 국민이나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법을 위반하는 일을 과감하게 터뜨리는 정치인을 보면 대한민국은 반칙이 난무하는 나라라고 볼 수 있다.

국가개조를 하겠다고 나선 총리지명자가 반년 사이에 16억의 수입을 거둔 것을 가지고 전관예우라는 반칙이 없이 월등한 능력자의 경제활동의 결과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여당의 국회의원 부인이 공천의 대가로 1억을 받았다가 공천이 안 되자 슬그머니 돌려주면 반칙이 안 되는 것인가? 500만원만 내면 국가 기밀을 누설시킨 사건이 잠재워지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떨까?

자기가 하는 일은 목적을 위하여 저지르는 반칙을 하찮게 생각하는 무서운 도덕 불감증이 대한민국을 자기편의와 물질만능의 후진국으로 추락시키고 있다. 이런 것들이 세월호 참사로 표출이 된 것이다.
횡단보도를 무단으로 건너는 가벼운 반칙이 목숨을 잃는다면 너무 허망하다. 다행히 안 죽으면 반칙은 더 큰 반칙을 저질러 왔다.
이래서는 안 된다! 이제 대한민국은 기초부터 새로 다져야 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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