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 이후에 많은 말들이 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진솔한 사과였다며 국회가 초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했으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제의 진단과 처방이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을 했다. 같은 담화, 상반된 평가는 국민을 피고하게 할 뿐이다. 24분 정도가 소요된 담화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과와 책임소재, 정부 조직의 개편 등이 담겨졌고 4월 16일을 ‘국가 안전의 날‘로 지정하여 안전의식을 고취시키자는 제안도 있었다.

대통령 담화문이 모든 국민과 이해당사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이제는 사과국면에 치우치기보다 차후에 안전한 국가가 될 수 있는 방안이 구축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

짧은 담화문에 모든 사안을 담을 수는 없었겠지만 희생자와 사고에 대한 처방 측면에서 어린 넋을 달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서 마르고 닳도록 위로하고, 영원한 반면교사로 삼아서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안 생기도록 하자는 표현이 없어서 매우 아쉬웠다.

일전에 희생자와 가족을 위한 추모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잠시 있었다. 지금 여러 곳의 납골당이나 묘지에 흩어져 있는 희생자들의 영혼들이 잠든 곳을 보도를 통해 보고 있노라면 너무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고 못다 핀 영혼들이 함께 모셔져서 격식과 예의를 갖춰서 예우를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추모공원을 통해서 희생자와 가족들이 덜 외롭게 하고, 고개들 면목이 없는 어른들이 또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하는 경각심을 새기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안전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는 안전을 테마로 한 공원도 함께 조성됐으면 좋겠다. 대구 지하철 사고 이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가 건립되어 지하철 사고를 비롯한 안전사고에 대비하여 체험교육을 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원과 함께 안전의식의 실천과 대처 능력을 상기하는 장소로서 안전공원을 설치하면 의미가 더 커질 것이다. 그리고 새로 제정될 수 있는 ‘국가 안전의 날’의 행사를 이곳에서 개최하여 안전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가족뿐만 아니라 그 이웃과 온 국민이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적인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료를 하려면 정신과 의사들의 직접적인 치료도 있어야 하지만 꽃과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치유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어떠한 병도 혼자 외롭게 있지 말고 공원에 나와서 소통하고 위로하고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신다면 점진적인 치유가 된다. 그래서 치유공원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추모공원, 안전공원, 치유공원의 세 가지 테마를 아우르는 복합공원이 조성되면 좋겠다. 자연에는 질서와 원칙이 예외 없이 적용이 된다. 이러한 자연의 기본과 원칙을 깨닫고, 공원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인간성이 회복되는 대한민국 사회와 국민이 되면 희생자들에게도 위로가 될 것이다. 이런 공간을 구성하는 조경인은 사회에 대한 책무가 너무 막중하다. 조경산업진흥법 제정과 더불어 조경의 책무에 대한 불문율도 새겨야 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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