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의 감정과 생활이 한 달 넘도록 힘든 날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렇게 침울한 분위기에 대한 반전을 시도하는 여건이 아직 성숙이 안 되는지 변화의 조짐이 아직 없다. 아마도 이런 상황의 가장 큰 요인은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날마다 새롭게 불거져 나오는 무치한 행정의 소치로 보인다.
국민들의 아픈 마음은 계속되고 있고 한 달 사이에 침체된 경제 활동으로 날아간 국민총생산은 천문학적이며 곳곳이 상처투성이가 되고 이를 보완할 대한민국의 공공분야는 실종되었다.

계절의 여왕인 5월에 예정되었던 수많은 행사는 거의 취소가 되었지만 준비과정이 방대해서 멈추기가 어려웠던 ‘2014 고양국제꽃박람회’는 예정대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코리아 가든 쇼’도 함께 개최됐다.
17개 정원이 설치되고 노란리본이 도처에 펼쳐있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도 관람객들의 표정은 그래도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보여 졌다.

코리아 가든 쇼의 의미를 생각해보았다. 첫째, 가든 디자이너의 브랜드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프라가 그동안 없었으나 이제 그 첫 발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정원을 조성하는 가든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하고 전문가로서의 브랜드 파워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이미 정원 원류의 고장에서 대우를 받는 대한민국 가든 디자이너가 늘고 있고 따라서 한류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둘째, 정원산업이 제대로 정착이 되어야 하겠다. 그동안 소꿉장난처럼 여겨지던 정원소품과 식물들이 가치를 부여받고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한다고 생각된다. 정부부서 중 어느 곳에서 정원업무를 담당할지 몰라도 이미 확산되고 있는 정원문화를 쫓아가는 것이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추진을 해야 하는 것이 정원관련 비즈니스가 창출하는 순기능을 고려하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국들의 엄청난 정원 산업규모를 바라보면 더욱 더 그렇다. 셋째, 코리아 가든 쇼 전시기간 내내 정원에서 행해지는 행태들을 보면 국민 힐링의 원초적인 장소가 되는 곳이 정원으로 느껴졌다. 힘들고 고달픈 일상에서 돌아와 꽃과 나무를 바라보고 함께 살아가는 생명력을 느끼며 힘을 얻어가는 곳이 정원이라는 것이다. 혼자여도 좋고 둘이어도 좋고 여럿이면 더 좋은 곳이 정원이었다. 생활에 쫓기는 현대인이 정원 속에서 사랑을 느끼고 위로를 받고 소통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어떤 힐링 프로그램보다 우월하다고 본다.

700년 동안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21년 독립한 아일랜드는 그동안 영국의 착취와 독립전쟁의 후유증으로 매우 고달픈 생활을 했다. 황량한 날씨가 그들을 더 힘들게 했지만 각 가정마다 깡통에 꽃과 식물을 심어서 담장에 매달아 놓고 스스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아일랜드는 100년도 안 지나서 전국이 꽃과 식물이 가득하여 공원과 정원이 넘쳐나는 국가가 되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5,800(세계17위. 한국 $23,600 세계 34위. 2012년 기준)로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정원과 공원이 주는 위로와 힐링이 국민을 치유하고 생산성을 높여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근간이 된 것이다.
아픔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보면서 힘을 내고 희망을 보면 좋겠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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