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욱 (LH 파주사업본부 건설사업단장)

지난 4월 내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비오며, 노동자의 날(1일), 어린이 날(5일), 석가탄신일(6일), 어버이 날(8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9일), 부부의 날(21일) 등 가족과 사람 중심의 기념일이 몰려 있는 올 5월을 맞아 더욱 안타깝다.

지난 3월 3일 조경계는 제11회 조경의 날을 뜻 깊게 맞았다. 2004년 시작된 기념일은 9월, 5월, 10월로 옮겨 다니다가 올해부터 공원법 제정일을 기준으로 하여 3월 3일에 기념식을 갖기로 하였는데, 환경의 날(6월 5일)·건축의 날(9월 25일)·도시의 날(10월 10일) 처럼 각 분야에 몸담고 있는 전문분야 실무자와 관련 행정청(行政廳)의 정책 담당자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방책(네이버 사전)’이 정책이니, 조경정책이란 조경분야 관련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청이 행정에 관한 의사를 결정하여 표시하는 행위라고 정리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조경인의 조경 관련 행위는 대부분 행정업무의 대상으로 말 그대로 조경정책의 산물이다. 공원법이 제정된 1967년 이후 47년이 지난 오늘 날 정부의 조경정책 수준은 어떨까? 조경계는 조경정책을 쉽게 이해하고 있는지? 학협회에는 정부 조경정책을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자.

첫째, 조경정책에 대한 범조경계의 이해도가 낮은 수준이다. 조경가가 일상으로 해왔던 조경 업무는 사실 해당 법률과 제도에 따라 규제이든 지원이든 뒷받침되어 왔지만, 조경계획·조경설계·발주·계약과 수주·시공과 관리 등 산업 일선에서의 업무가 조경 관련 법령이나 제도의 틀 속에 녹아 있음을 조경인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이에 따라 업역 축소나 현상의 개선을 정책과 제도를 통해 이루려는 인식이 다른 분야에 비해 모자랐다.

둘째, 범조경계의 조경정책 의제 발굴과 정책지원 역량이 미흡하다. 환경조경 관련 학협회가 계속 세분화되면서, 법인설립 등록 부처와 부서가 국토교통부(조경학회 등), 환경부(환경조경발전재단,환경계획조성협회 등), 산림청(산림휴양학회,조경수협회 등), 문화체육관광부(전통조경학회 등) 등으로 나뉘어졌다. 그럼에도 다양한 산학연 일터의 현안과 고민을 모아 정책의제로 승화시키려는 주체적 역량이 모자라 오히려 도시계획·건축·산림·토목·환경 분야에 기존의 업역을 빼앗긴다는 걱정이 그치지 않고 있다.

셋째,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 자연환경보존법, 도시공원녹지등에관한법률, 자연공원법, 경관법, 택지개발촉진법, 건축법(조경기준 포함), 주택법, 산림조성및관리에관한법률,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국가를당사자로하는계약에관한법률,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관리법(조경설계기준, 표준시방서 포함) 등 조경관련 주요 법률은 많으나, 조경정책을 총괄하는 조경기본법령이 없다. 조경기본법령은 건설법규 중심으로 처음 제안되었다가 2010년 계획·정책·디자인·기금·인력 까지 확장되어 국회의원 입법 형태로 최초로 발의되었지만 18대국회 만료와 함께 사장되는 등 조경계가 1980년대 중반부터 온 힘을 쏟아 부은 조경기본법의 제정 시도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넷째, 조경계가 1990년대 중반부터 조경직제 마련에 온 힘을 쏟아, 중앙부처 기술직군 시설직렬에 시설조경직류와 임업직렬에 산림조경직류가 신설(공무원임용령)되고, 지자체 기술직군 녹지직렬에 조경직류가 신설(지방공무원임용령)되는 성과를 얻었지만, 조경정책 업무를 맡고 있는 중앙부처에 조경전공의 국가 공무원을 아직도 배출시키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국토교통부·환경부·산림청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조경정책을 총괄하는 중앙 행정청이 없다. 국토교통부의 경우 녹색도시과와 녹색건축과에서 각각 개발제한구역 관리(관리계획, 지정·해제, 주민지원)와 도시공원·녹지 정책(법령, 장기미집행공원) 그리고 건축법의 조경기준 관리 업무 등 조경정책의 일부만 맡고 있다. 재단과 조경학회 등을 중심으로 조경정책의 총괄 창구로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를 자리매김시키려는 공감대를 키워오면서 공원녹지정책 중심의 협업에 힘을 쏟고 있으나 아직 제도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 16일 째인 지난달 30일 한국조경사회 주관으로 서울시청 광장에 문을 연 '노란리본의 정원'은 조경계가 사회 흐름과 적기에 능동적으로 소통한 사례로, 앞으로도 더욱 힘써야 한다. 조경계가 조경정책의 의제 발굴과 집행 지원 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우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언을 드린다.

첫째, 조경정책이 조경계에 산소 같이 늘 함께 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학의 조경정책·조경법률제도 강의, 관련 학협회의 조경정책 학습과정 운영, 라펜트 등 조경언론의 조경정책 지면 할애 등을 통해 조경 산업의 계획·설계·시공·운영 단계마다 조경정책이 스며있음을 조경인이 알도록 학습과 홍보에 힘써야 한다.

둘째, 학협회 등의 조경정책 발굴·지원 역량을 키우고 체계화 하여야 한다. 지난 3월 조경의 날 행사에서 김한배 한국조경학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재단과 학회의 주력사업으로 ‘조경정책 연구센터’를 설립하겠다고 하였는데, 먼저 학협회의 조경정책분과위원회 운영, 센터의 상근 전문 연구원을 확충, 각 일터의 정책실무자를 객원연구원으로 위촉하는 등 역량을 키우고 모아야 한다. 센터를 중심으로 모든 환경조경계의 산학연이 IT에 기반하여 수평적으로 그물처럼 연결된 작지만 효율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인접 분야와 시민에게도 열린 집단지성 방식으로 현안과 조경정책 의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집행부가 행정청과 협의하는 협치형 지원체계 운영이 시급하다.

셋째, 조경정책을 총괄하는 조경기본 법령 제정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 건축법(1962),건축사법(1963),건축기본법(2007),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2012),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2013) 등 법령체계를 갖추고 사회 발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건축계 만큼은 아니더라도 법제 정비에 힘을 모아야 한다. 먼저 2013년 19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조경산업진흥법이 공청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앞서 발의되었던 조경기본법 보다는 하위법률 성격이지만, 그 동안의 좌절과 실패를 거울삼아 작은 것이라도 제도화시키겠다는 각오로 조경계 모두가 힘을 합쳐 반드시 제정시켜야 한다. 한편으로는 도시숲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산림청),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농림축산식품부)의 제개정 움직임에도 한마음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넷째, 중앙 행정청에서 조경 정책과 업무를 맡는 조경전공의 시설조경직류·산림조경직류 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특히, 조경계가 연구 발표와 조경언론의 기획기사 그리고 국회와의 협업 등을 함께 하여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의 조경정책 수요를 키우도록 먼저 움직여야 한다. 올해 산림청에서 산림조경직 5명을 임업직 9급 국가공무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니 첫 술은 뜨는 셈이나, 조경정책이 왜곡되지 않도록 시설조경직류 공무원도 채용하여야 한다. 또 지자체의 조경직류 공무원 정원 키우기와 시설직렬 조경직류 신설 그리고 조경직공무원협의회(?) 운영 등도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국토교통부의 도시정책과(도시계획), 건축정책과(건축) 처럼 조경정책을 총괄하는 행정청 총괄부서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조경정책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현실이 약점이기는 하나 중심을 잡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면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다. 조경분야의 일부인 개발제한구역·도시공원·녹지 업무를 맡고 있는 국토교통부 녹색도시과로서는 조경정책의 총괄업무를 맡는다는 게 부담이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조직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조경계는 지난 번 조경기본법의 제정 실패를 거울삼아 녹색도시과와 서로 조율하고 타협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여야 하며, 녹색도시과 업무에 조경정책 업무를 명시하도록 추진하되, 범조경계의 지원 의지를 확고히 전달하고 적극적인 정책지원 체계 구축 또한 구체적으로 약속하여야 한다.

환경조경계는 건설과 생태라는 한지붕 두 가족, 두 마리 토끼, 쌍두마차는 숙명으로 짊어져야 한다. 우리는 전문분야의 벽을 넘어 통섭하고 융복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기 틀 안에 갇히는 수구에서 벗어나 사회 발전의 동반자가 되려는 지혜와 용기 그리고 전문성이 조경인에게 필요하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려는 조경산업 종사자들의 성원과 지원 그리고 조경 관련 단체장의 리더쉽과 희생이 필요하다.
한국조경신문 300호를 축하하면서, 2015년에 달라지는 조경정책이라는 기획기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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