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를수록 먹먹하고 미안하고 안타깝고 분노하는 마음이 계속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잘못된 것 열 가지 중 한 가지라도 지켜졌으면 이렇게 큰 비극은 생기지 않았을 텐데 라는 허망함과 자괴감은 우리 사회의 큰 구멍을 보이는 단편적인 현상이다.

단기간에 성장한 대한민국이 모래위에 집을 지는 것처럼 무너져 내린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져도 그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경제성장을 앞세우고 서둘러 OECD 국가에 가입하는 식의 겉치례에만 치중하고, 안전과 규정은 뒷전으로 미루다가 치욕스런 3류 국가의 모습을 수십 차례 노출시키고도 여전히 똑같은 사고를 반복하고 있으니 다른 나라의 조롱을 받아도 유구무언 상태가 됐다.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씨랜드 화재사고,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부산외국어대학 리조트 붕괴사고와 이번 세월호 침몰참사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대형 사고를 당해도 언제 또 어디서 다른 대형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국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이 되려면 무엇부터 고쳐야 할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점검을 해보자.

첫째, 국가의 재난 대응과 극복 체계를 일관성 있게 갖추고 부단히 반복 교육과 활동을 통해서 생활화 하도록 해야 한다. 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지고 안전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업무가 가능 하도록 해야지 2년도 안 되서 수시로 자리를 바꾼다면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안전을 요원하다.

둘째, 안전시스템과 매뉴얼의 작동이 원활하도록 예산집행이 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안전제도가 있어도 집행을 안 하면 공염불이 될 뿐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안전 비용을 줄여서 수익으로 전환하는 후진국의 습성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이제 안전관리비 집행은 여분이 아니라 필수 수행비용이 돼야 한다.

셋째, 국민들의 ‘빨리 빨리’에 대한 의식구조와 질서의식의 개조가 필요하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속전속결 방식의 결과로 빛나는 성장 뒤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이제는 좀 천천히 가도 되는 시대가 됐다. 안전을 유보하고 성장을 추구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건만 나만 안 다치면 된다는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다.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지만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공자가 국가가 갖춰야할 3요소를 군사와 국민 그리고 신뢰라고 했다. 공자는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버리라고 한다면 먼저 군사를 버리고, 둘째를 버리라면 국민을 버릴 수는 있는데 신뢰가 없으면 국가는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신뢰와는 거리가 멀어져 있다. 정부와 공직자를 필두로 우리 사회가 우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건강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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