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마우나리조트의 참사로 인한 상처가 채 치유되기도 전에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되는 참담한 사건이 발생하여 전국민이 일주일이 넘도록 슬픔과 비통, 분노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원칙을 무시한 채 편의주의적 발상이 몰고 온 참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지면을 빌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성문이든 불문이든 살아야 할 규범과 질서가 있습니다.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들은 이러한 규범과 질서를 존중함으로서 각각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질서가 깨어지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성문화 하여 강제하고 있는 것이 법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조경건설산업에도 40여년이 넘도록 지켜져 내려온 질서가 무너져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그 주체가 민간이 아닌 정부라는 점이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1989년 산림조합법을 개정하여 비영리 조합이 민간건설시장에 진출하여 영세한 조경건설업계에 많은 시련을 주고 있습니다. 공개경쟁입찰도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시장질서를 문란시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것을 내놓으라 끊임없는 요구를 해오다 최근에 이르러는 여긴 내 집이니 아예 짐 싸서 나가라는 노골적인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조경건설업은 산업으로 분류되기 훨씬 이전부터 정원은 물론 인간의 외부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유지관리 하는 분야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의미의 유사단어를 사용하여 새로운 법을 제정하고, 그 제정된 법에 조경인들의 참여기회를 박탈하여 맹목적인 제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는 정부기관의 행태가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함으로써 발생한 세월호 사건과 뭐가 다를까 생각해 봅니다.

2007년도 이후부터는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 함으로써 도시숲, 학교숲, 마을숲 등 각종 새로운 단어들을 관련법령에 삽입하여 조경분야에 친출하여 주인행세를 하고 있고, 이후 도시숲에 대하여는 개별법으로 제정하려 국회에 제출하였을 뿐 아니라, 나아가 2012년에는 생활권 수목병충해 방제방법 등에 관한 지침(산림청 훈령 제1099호, 2012.1.3.)을 제정하여 발령함으로서 수목의 병충해 방제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를 산림조합과 산림사업법인으로 위탁의 대상을 제한하여 조경건설업자의 참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등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들을 도입하려고 끊임없는 시도를 함으로서 조경건설업계를 백척간두에 서게 내몰고 있습니다. 급기야 2014년에 들어서는 조경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정원마저도 산림사업의 일부로 포함하려는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조경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단체장의 한사람으로서 슬픔과 비통, 분노에 밤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정원은 고대 이래로 시대와 지역에 따라 인류의 이상향을 건축물과 연계된 외부공간에 예술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문화를 대변하는 유산으로서의 역할을 하여왔습니다. 초기에는 개인만의 공간으로 시작하여 봉건사회가 몰락하면서 공공의 정원 즉 오늘날의 공원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에서 공원 녹지의 확충, 관리, 이용, 및 도시녹화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고,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조경의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국토교통부에서는 업무보고(2014.2.19)를 통해 전국에 고른 녹색인프라 확충을 추진과제로 제시하였던 바 있습니다.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산림”은 농지, 초지, 주택지, 도로 등에 있는 입목·죽과 그 토지는 제외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산림청은 도시 내에서 이루어지는 도시숲, 하교숲, 마을숲 등 그 동안 조경분야에서 40여년 동안 다뤄왔던 조경분야의 고유업무를 산림사업화 하려는 허황된 욕심을 버리고, 우리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 후손에게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물려줄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길임을 깊이 인식하여 부처별로 사업의 중복에 따른 업무의 혼란과 예산낭비를 초래함으로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건강한 사회란 근본을 추구하며 기본에 충실한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에서 근본이라 함은 자연과 인간간의 문제이고, 기본이라 함은 사람과 사람간의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소한 영역다툼으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각자가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근본을 추구하고 기본에 충실함으로써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지혜를 발휘하는데 온 힘을 다하여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조경과 산림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인류가 존속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또 진화할 것입니다. 진화와 발전을 위한 동반자로서의 관계성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서로의 지혜를 모으는데 합심하여 노력할 것을 제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재준(방림이엘씨 대표·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공사업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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