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어야 할 일이다. 해서는 안 될,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됐고, 얼마나 많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통곡하고 있으며, 한 도시가 아니 온 나라가 비통한 슬픔에 빠져 있는가? 그럼에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온통 네 탓 뿐이고, 세월호 침몰에 따른 사고접수부터 출동과 구조, 언론보도에 이르기까지 우왕좌왕의 극치를 보여주고 말았다.

잊을 만 하면 반복되는 비극이지만, 이번에 국민들은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에 얼마나 큰 구멍이 뚫려있는지 모두 알게 되었다. 거기에 관료들의 비상식적인 망언과 망동으로 인해 국민들의 상실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참사의 발생 원인을 따져보면 좁게는 관련자들의 안전수칙 미이행에서 찾을 수 있지만, 크게는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분위기에도 원인이 있고, 안전수칙을 강제해낼 수 있는 감시 기능이 무뎌진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다. 더 넓게 본다면 건강한 직업 윤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안정된 고용과 사회 안전망 확충 또한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이처럼 재난을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수칙 이행, 안전불감증 제거, 감시시스템 구축, 사회안전망 확보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서도 예측 가능한 재난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훈련 훈련 훈련’뿐이라고 한다.

지금 온 국민의 마음은 한결 같이 희생자가 최소화되고 조속히 구조작업이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당연히 모든 것에 앞서 그것이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아직 언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이제 국가 재난관리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할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실천 가능한 프로세스와 반복적인 점검 및 훈련을 통해 유사시에도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 조경분야에서도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차분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크게 세 가지의 역할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는 재난시스템 안에서의 역할이다. 여기서 조경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국토의 예방적, 복구적 측면에서 최적화된 기술이 적시적소에 제공될 수 있도록 사전에 관련 정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상의 설계와 시공에서도 안전과 범죄예방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상시적인 조경계의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다. 우리 조경계는 주요 국가재난 때 임시적으로 현장에 출동해 방재작업에 참여하거나 십시일반 마음을 모은 적이 있다. 그러나 좀더 체계적인 사회참여 활동이 필요하다면 우리도 비상계획 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겠다. 어디에선가 ‘조경가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면 마땅히 그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식물과 가드닝을 통한 국민들의 치유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피해가 컸던 안산시민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중심이 된 통합재난심리지원단을 통해 우울, 심리상담, 심리치료 등의 서비스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심리치료 범주에서 소외되고 있는 ‘원예치료서비스’를 알려내는 역할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적인 봉사활동이 필요한 이유다.

반가운 소식은 올해 서울시청 광장에서 처음 개최될 예정이었던 ‘대한민국 조경문화박람회’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취소되면서 주최 측인 한국조경사회는 이곳에 ‘추모정원 조성’을 서울시에 제안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조경가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정원을 통해 추모의 뜻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앞으로 전개되는 대책에는 강력한 재난관리시스템 구축, 각 분야별로 엄격한 규정의 적용이 예상된다. 여기에는 재난방재의 프로세스가 중심이 되겠지만, 발상의 전환과 국민적 서비스 수요를 쫓아가다보면 조경계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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