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침몰사고로 인하여 대한민국은 지금 온 국민이 슬픔과 충격에 휩싸여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는 점점 더하고 있어서 헤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못되었고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와 공무원, 재난 방지 시스템 등이 엉망이어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저 망연자실 할 뿐이다.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이 너무 많아서 행여 무감각해질까봐 두렵기까지 하다.

이러한 미흡한 재난 대응 시스템과 매뉴얼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보도가 많은데, 그런 언론에 대하여도 준엄한 지적을 하고자 한다.

조경인 중에도 세월호 참사에 포함된 동료가 있다. 그는 실종된 아버님을 몇 날동안 기다리다가 망연자실한 현실을 맞이하였다. 그런 그가 오죽 답답했으면 조경 동료들에게 “지금 뉴스에서 보는 내용은 이곳 사정과 다릅니다. 피해 가족들이 전화로 오가는 정보는 경찰보다 빠르면 그 내용들은 언론에는 나오지도 않습니다”라고 하소연을 했을까.

세월호 사고에서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들의 학부모가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시바삐 실종된 아이들을 구출해달라는 호소와 함께 언론사의 지나친 보도 경쟁에 또 한 번의 상처와 좌절을 겪는다고 한다. 그저 속보경쟁에 열 올리고 오보를 내기가 일쑤이고,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과도한 취재경쟁으로 아이들이 상처를 더하고 있다고 한다. 충격과 공포 속에서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의 사망 사실을 아느냐”라는 질문은 비정하다 못해 잔인하다.

“언론은 이슈가 아닌, 진실을 보도해 주십시오. 진도의 학부모들은 언론과 현실이 너무나 다르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계십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취재경쟁을 멈춰주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창문을 바라보다 물이 들어올까 덜컥 겁이 난다고 합니다.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 안정입니다”라는 대목은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민간 잠수사를 자처한 철부지 26세의 여성을 사실 확인도 없이 출연시켜 구조대의 행동을 헐뜯는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 그렇게 급한 것이었을까?

별 생산성이 없는 보도도 있다. 교육부 장관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실종자 보호자들이 있는 체육관 한쪽의 의료 지원석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의 사진으로 보도하여 SNS에서 마녀사냥을 당하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좋지 않게 보일 수는 있지만 교육부 장관이 현장을 못 뜨고 자리를 지키는 상황을 따져보고 사안의 경중에 비추어 보면 더 중요한 사진이 많을 텐데, 기자의 시각이 이 정도면 본말이 바뀌는 정체성 없는 보도가 된다.

기자에게는 취재윤리와 언론자유가 공존한다. 취재윤리보다 언론자유가 앞서는 경우가 많지만 슬프고 가슴 아픈 현장에서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입장에서 취재를 해야 한다.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아이에게 마이크를 들이 대고, 구조를 지휘하다가 밥 대신 라면을 먹는 장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서 지탄을 하면 후련할까? 세월호 침몰사고 보도는 도덕적으로도 신중해야 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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