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조경시장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줄어드는 물량에 늘어난 업체들 그리고 저가수주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면서 몇 년째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조경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는 조경인들은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런 과정에서 조경업체의 부도와 인원감축 및 구조조정이 잇따랐다.

설계사들은 대부분 인원을 감축해 몸을 움츠리고 있으며, 몇몇 업체는 문을 닫기도 했다. 시공업체의 경우 지난해 4개 업체의 부도사태 이후 올해 1개 업체가 파산상태에 이르는 등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종합건설사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신청과 파산소식은 조경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혜안에 대한 아쉬움이 조경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조경이 살려면 조경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나가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비단 조경시장만의 어려움이 아닐 것이다.

이렇듯 어려운 조경의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도전이 시도되고 있다. 인접분야와의 적극적인인 협력 나아가 인접분야를 리드해 가기도 하고, 새로운 소재개발과 새로운 구조적 시스템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또한, 구조적인 문제로 혼자 극복하기 힘든 상황을 고려해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모습도 눈에 띈다.

위기에 처해 있는 조경이 새로운 희망을 위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 조경의 새로운 먹거리 나아가 새로운 비전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금은 소통과 융합의 시대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인접분야와의 융합과 공생이 앞으로 미래를 보장하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조경은 그 자체가 융합학문이다. 건설분야에서 보면 작은 한 공정에 불과하지만, 조경을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건설, 환경, 산림, 경관, 농촌, 관광, 문화 등 다양한 인접분야와 경계를 이루며 영위하고 있다.

다만, 그 인접 분야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분야가 되느냐 아니면, 완전 다른 분야라고 인식하느냐는 관계와 소통에 있다.

특히, 조경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간 법이 없는 현실에서 인접분야의 지속적인 침탈에 방어전략만 취하기 보다 조경의 역량강화와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영역확장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건축을 설계하는 조경가, “건축을 리딩하자”
제주도에 커피를 테마로 한 공간인 ‘커피빌리지’ 조성 사업이 추진된다.

3만3000여㎡ 규모로 조성 예정인 커피빌리지는 건축물을 비롯해 다양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마스터플랜이 확정된 상태다.

커피빌리지 전체를 디자인하는 사람은 조경가다. 커피빌리지 외부공간은 물론 이거니와 건축물의 디자인도 조경가의 몫이다. 결국, 대상지의 전체적인 배치와 건축의 형태 및 프로그램 그리고 외부공간의 프로그램까지 커피빌리지의 모든 걸 직접 설계하게 된다.

건축은 건축가에서 의뢰하고, 외부공간은 조경가가 설계하는 기존 프로세스를 뛰어넘어 조경가가 건축을 포함해 전체를 디자인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된 변화이다.

이 프로젝트의 전체 설계를 맡은 조경가는 예건 사옥을 설계하기도 한 최신현 (주)씨토포스 대표이다. 아마도 조경가가 개별건축물을 설계한 사례는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

스스로 건축조경가라 칭하는 그는 “건축물이 포함된 사이트 전체의 마스터플랜은 땅을 읽을 줄 알고 공간을 창출하는 조경가가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원설계는 조경가에게 주어진다. 대부분의 조경가는 공원 설계시 건축을 비롯해 전체적인 공간을 배치 한 후 건축은 건축가에게 설계를 준다. 이제는 사이트 전체를 디자인하는 조경가가 사이트 내 건물까지 디자인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게 최신현 대표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건축이 리드 했다면, 이제부터는 건축과 대등한 관계로 한 발 나아가서 조경이 중심을 잡고 건축을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소한 조경에게 부여되는 공원만이라도 조경가가 건축을 리드해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건축가가 조경을 하듯이 조경가도 건축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이제는 조경가든 건축가든 잘 하는 사람에게 모든 걸 믿고 맡기는 무한 경쟁시대인 것이다.

그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조경가는 건축을 비롯해 인접분야와의 융합과 소통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을 리드해 가기 위해서는 조경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 인접분야에 대한 지식습득이 우선시 돼야 할것으로 보인다.

개발컨설팅 시장을 공략해라
건설시장과 부동산개발의 위축으로 확보해 놓은 대규모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령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부지를 확보했지만, 수익성 문제에 봉착해 새로운 활용방안을 고민하는 사례등이 대표사례다. 지자체들 역시 대규모 유휴지에 대한 활용방안을 두고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지를 어떻게 활용 할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간단하다. 저비용을 투자해서 고효율을 안겨주면 된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지점에서 막히게 된다. 여기에 조경가의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대상지를 분석해서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해 주고, 수익창출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일. 이게 바로 개발컨설팅이며, 조경가의 새로운 영역이자 역할인 것이다.

개발컨설팅은 대상지에 대한 분석부터 마스터플랜 수립, 인허가, 설계, 시공까지 모두 조경가가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규모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민간을 대상을 할 때 개발컨설팅의 핵심은 수익창출을 위한 아이디어에 있다. 조경가가 지레 겁을 먹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혹자는 말한다 “수익창출은 관심에 있다. 가령 선진사례 답사를 가서 대상지 안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만 잘 보고 있으면 다야한 수익창출 방안이 보인다”며 경험을 통한 아이디어의 창출을 제안하기도 한다.

대규모 부지를 아름답게 만들어 가치를 높여주면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을 제공하는 개발컨설팅. 분명 조경가가 놓쳐서는 안되는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다양한 소재 개발에 나서라
설계사에서 제품을 개발해 디자인하고, 시설물업체에서 제품을 생산 및 판매한다. 시설물업체가 판권을 갖고, 판매수익의 몇%만 설계사에 주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시스템은 설계사와 시설물업체간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면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기도 하다.

이런 새로운 상생모델을 기반으로 태양광 패널이 내장된 건축자재가 개발돼 곧 출시될 예정이다. 이 제품은 조경가가 디자인과 아이디어를 맡았고, 시설물업체에서 생산과 판매를 맡는다.

소재개발은 조경분야에 사용되는 신제품에 국한지을게 아니라 인접분야와 접목시킬 수 있는 소재개발까지 범위를 확장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설계사와 시설물업체간 상생모델로서의 가능성도 고려해볼 만 하다.

시공업체, 특화된 시공의 브랜드화
지난해 부도사태 이후 시공업체는 위축되어 있다. 물량은 줄고 있지만 늘어난 업체로 인해 나눠먹기도 힘들 지경이다. 결국 저가수주가 판치면서 공사의 품질 하락과 수목하자로 이어지면서 조경업계는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시공업체가 위기에서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공업체의 브랜드화를 주문하고 있다. 브랜드화 즉 특화된 조경이다.
가령 골프장하면 A업체, 공원하면 B업체, 정원하면 C업체, 디테일하면 D업체 식으로 시공사만의 특화된 시공기술의 개발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품질향상과 하자저감 등을 위한 기술개발과 시공업체만의 기술특허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간을 조성하는 조경에서 공간을 관리하는 조경으로 변화되는 트랜드에 맞춰 조경관리에 대한 포지션을 강화하면서 관리시대를 위해 대비해야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 사안이다.

협동조합에서 비전을 찾다
지난 2009년 조경시설물업체들이 모여 ‘한국공원시설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자재업체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업체 간 소통과 조합원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했고, 5년이 지난 지금 한국공원시설협동조합은 노영일 이사장의 리더십을 통해 명실상부 한 조경관련 단체로 자리잡았다. 협동조합으로서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된 이후 협동조합의 열기가 뜨겁다. 조경계 역시 협동조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한국조경생산자협동조합’과 ‘전국조경수협동조합’이 창립했으며, ‘스마트조경협동조합’과 ‘조경설계사협동조합’ 등도 창립을 준비하고 있다.

조경분야에서 조경수 관련 협동조합이 앞서 추진되는 건 ▲불공정한 거래로 인한 피해 ▲판로개척의 어려움 ▲영세한 규모로 인한 생산기술 보급 어려움 ▲전국적 수종별 수량 파악의 어려움 ▲현실성 없는 조달청 공시가격 ▲유통업자의 폭리 등 조경수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는 시장에서 혼자의 힘으로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그래서 협동조합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 생산자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조경수 뿐만 아니라 여로모로 어려움에 처한 조경분야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협동조합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조경과 문화가 만나다
최근 몇 년사이 조경과 문화의 접목이 잇따르면서 힘겨워하는 조경인들에게 마음의 여유와 쉼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1년 (주)한설그린은 도곡동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지하에 마련한 ‘Space LACH’를 문화와 예술 그리고 즐거움이 접목된 공간을 지향한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공연 및 조경인의 모임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기적으로 문화공연과 ‘오페라산책’이라는 아카데미를 진행하면서 문화적인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2년 (주)예건에서 가드닝 브랜드인 푸르너스를 런칭하면서 ‘푸르너스 카페’를 오픈했다. 카페에는 푸르너스의 주요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면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있는 카페이다. 또한 조경인들에게 문화적인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푸르너스 카페는 서울숲에 2호점을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2013년에는 동인조경마당에서 홍익대 인근에 북카페인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을 오픈했다. 국민책방에는 조경, 건축, 예술 관련 서적 1만 2000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야외정원, 옥상정원, 인공폭포 등을 갖추고 있다. 지하공간은 세미나실로 운영하고 있다.
국민책방은 다양한 서적과 정원을 통해 조경과 정원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공간이자, 조경인들의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농업, 관광, 의학 등 다양한 인접분야와 접목
도시공원, 건축물 조경, 아파트조경, 어린이놀이터 등 조경의 흔적은 도심 속 곳곳에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도시를 벗어나 농촌으로 가면 조경가들의 손이 많이 닿지 않았다. 최근 몇 년새 농촌체험마을만들기 등 관련 사업의 확대로 조경가의 참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조경으로부터 소외받았던 농촌은 조경인들의 관심이 필요한 대상지로 지목받고 있다.

얼마전 정신과 의사가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텃밭가꾸기를 통한 치료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사례가 있다. 원예치료사가 아닌 의사가 텃밭활동의 효과를 의학적으로 접근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텃밭가꾸기 또는 정원가꾸기와 환자의 치료를 연계한 프로그램 혹은 관련 사업도 조경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환경관련단체 등 다양한 시민단체가 환경과 도시농업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경가의 활동도 요구되고 있다. 관 중심에서 시민참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사회적 트랜드를 감안해 조경 역시 시민속으로 들어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시민단체 활동가, 혹은 조경전문가로서의 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하며
지난 3월 3일 조경의 날 기념식에서 양병이 서울대 명예교수는 ‘조경,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특강에서 조경이 패러다임의 변화속에 조경의 변화되는 부분과 그 과정에서 조경인들이 해야할 일에 대해 언급했다.

앞으로 조경은 고성장 개발시대의 조경에서 저성장 관리시대 조경으로, 정부주도 조경에서 시민참여 조경으로, 분화시대의 조경에서 융합시대의 조경으로, 공간으로서 조경에서 문화로서의 조경, 물리적 공간의 조경에서 사이버공간의 조경으로, 휴식과 경관을 위한 조경에서 건강과 힐링을 위한 조경으로, 고령화에 따른 신노년층의 조경문화, 통일이후의 북한지역의 조경, 기후변화에 따른 조경분야의 적응 및 대응 등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경인들이 해야 할 일로 ▲정부 각 부처의 제도보완 ▲법규와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마스터플랜과 전략계획 수립 ▲새로운 사회변화에 대비한 조경패러다임의 변화-학교 교육 프로그램의 변화 ▲시민과 함께하는 조경을 위한 조경인들의 훈련 ▲조경사업을 위한 정부예산 확대와 시민모금 활성화 ▲조경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 ▲조경공간의 문화콘텐츠 개발 ▲조경업의 6차 산업화 등을 제안했다.

특히, 지금까지 조경이 공간을 만들었다면 앞으로 공간에 다양한 문화를 담아 내야하며, 융합과 시민참여의 조경에 대한 변화를 주장했다.

‘위기는 또다른 기회’라는 말을 한다. 위기의 조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울타리 안이 조경에서 벗어나 인접분야와의 적극적인 융합과 소통 그리고 새로운 비전 창출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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