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식 칼럼] ‘산림조합이라는 공룡’의 발걸음
[김부식 칼럼] ‘산림조합이라는 공룡’의 발걸음
  • 발행인 김부식
  • 승인 2014.04.03
  • 호수 29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강남구 대로변에 ‘나무병원’이란 간판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이 병원의 외관을 보니 규모도 상당하고 나무병원이라는 호칭 때문에 관심이 갔다. 그러나 그곳은 이름만 나무병원일 뿐 진료과목은 내과, 외과, 부인과, 가정의학과를 전문으로 하는 인간병원이어서 실망이 되기는 했지만 그만큼 나무가 주는 편안함이 치유의 의미로 해석이 된다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
산림사업법인의 종류 중에는 나무병원 법인이 있다. 수목피해의 진단과 처방을 하고 수목 피해의 치유사업을 하는 곳으로 국가 자격기본법의 의하여 공인을 받은 수목보호기술자가 주축이 돼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동안 잠시 잠잠하던 소나무 재선충이 최근에 다시 창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산림청에서 대대적인 방제 작업에 나섰다. 이전에 참나무 시들음병이 퍼질 때도 당연히 같은 조치를 취해서 방제에 성공했다. 참 잘 했다.

그런데 한 꺼풀을 벗겨보니 실제로 재선충이나 광릉긴나무좀을 포획하는 작업은 나무병원에서 많이 했는데 그 일의 발주자는 산림청과 계약자인 산림조합에서 재발주를 한 것이다. 산림조합은 산림청과 나무병원 사이에서 중개업을 하면서 수익만 가져가는 펌프질만 한 것이다.

산림조합은 산림청으로부터 산림사업을 대행하거나 위탁받아 시행할 수 있으며 산림조합법에 의거하여 법적인 뒷받침을 받으며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 산림의 보호를 위해서 병충해 방제작업을 하는 것은 국가사업이며 전문가들이 직접 시행하는 것이 좋은데 그 가운데 산림조합이란 기관이 있어서 방제비용 일부가 조합의 수익으로 이용되는 것에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작업에 종사하는 법인도 산림청에 등록된 산림사업법인인데 산림조합의 수의계약을 거친 후에서야 일이 추진된다. 이에 나무병원 법인은 불만이 많다. 재주부리는 곰과 주인과의 관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산림조합의 사업에는 가로수 및 조경사업을 할 수 있고 휴양림, 삼림욕장, 숲속 수련장, 수목원, 산림박물관, 생태숲, 도시숲, 학교숲, 등산로, 수렵장의 조성과 그 시설의 설치 관리를 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동안 조경공사 회사에서 수행하던 일들이 산림조합으로 수의계약으로 가져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조경계에서는 불만이 크다.

과거에 산림자원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산자법)이 개정되면서 추가된 산림사업 ‘도시림 등 조성’으로 기존의 조경업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가로수 식재사업이나 조경공사를 산림조합으로부터 조경회사에서 하도급을 수행하는 일도 발생했다. 얼마 전에는 서울의 모 구청에서 발주된 등산로 조경시설물공사가 조경으로 발주되자 산림조합에서 이의신청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 일은 조경에서 할 일이 아니라 산림조합에서 하는 일이므로 발주를 취소하고 산림조합으로 재 발주를 요청한 것이다. 조경계와 협의 없이 개정된 산자법이 전국적 조직망을 가진 산림조합의 힘을 가지고 조경공사업에 진출했다.

산자법에는 ‘산림’의 정의를 ‘농지, 초지, 주택지, 도로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에 있는 입목(立木)·죽(竹)과 토지를 제외’한 곳으로 산림의 범위를 적시하고 있다. 조경식재공사업,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 나무병원 등에 종사하는 조경전문가들은 ‘산림조합이라는 공룡’의 활보로 공포 속에 있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발행인 김부식
발행인 김부식 kbs3942@latimes.kr 발행인 김부식의 다른기사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