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화(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도시에 식재된 수목은 도로, 상하수도, 건축물, 송전설비 등 다양한 인공 구조물(人工構造物, hardscape)과 더불어 지상과 지하 공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수목관리자의 주된 임무는 이러한 충돌로 인해 야기되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가지나 줄기가 지상부와 충돌하는 문제는 관련 분야인 전정(가지치기)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근원부와 뿌리에 의해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문제, 특히 가로수 때문에 발생하는 보도와 연석(보도와 차도의 경계석)의 피해에 관해 선진국에서 연구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뿌리피해의 심각성
미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가지고 있는 가로수에 대한 첫 번째 불만은 솟아오른 보도라고 한다.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의 경우 가로수의 30%가 보도를 파손하고, 13%가 연석을 손상시키며(Wong 등, 1988), 캘리포니아 산호세(San Jose)에서는 보도 피해의 68%가 인접하고 있는 수목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Sealana and Associates, 1994).
이처럼 수목의 뿌리 때문에 보도가 파손되면 이를 보수하고, 수목을 제거하거나 대체하고, 다친 보행자에게 피해를 보상해주는 등 사후관리를 위해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기초연구에도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사전·사후관리를 위해 지출되는 비용은 캘리포니아 만해도 연간 7000만 달러가 넘으며(McPherson과 Peper, 2000), 미국 전체적으로는 수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1970-80년대에 식재된 가로수가 성목으로 자라면서 가로수에 의한 보도 파손이 발생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관리의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사진1).

▲ [사진1] 보도에 근접하여 자라는 메타세쿼이아의 줄기와 뿌리에 의해 보도가 손상되었다.
피해 발생의 원인
차도와 보도 사이에 식재된 가로수는 자라면서 인접한 보도 포장과 연석에 피해를 줄 수 있는데, 보도 아래로 뻗은 뿌리는 굵어지면서 포장을 들어 올리고 균열을 유발하며, 줄기는 직경생장을 하면서 연석을 밀어내게 된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모든 가로수에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그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워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가장 많이 식재된 가로수 10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보도 파손의 38%, 연석 피해의 25%만 그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Wagar와 Barker, 1983). 이 조사에 의하면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의 절반 이상은 직경생장과 뿌리발달 유형 등 수목의 생장 특성과 관련이 있고, 다음으로 식수대의 폭, 토성 등의 순이었다.
즉 대교목으로 자라는 가로수는 직경이 굵어지면서 보도와 연석을 밀어낼 수 있고, 천근성 수종은 뿌리를 얕게 뻗으면서 포장을 직접 압박하여 밀어 올리거나 균열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변에 이러한 생장특성을 가진 수종을 식재하면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리고 차도와 보도 사이 식수대의 폭이 좁으면 식재된 수목이 자라면서 머지않아 주변의 인공구조물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토성도 뿌리 발달에 영향을 미쳐 포장 훼손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모래 성분이 많은 토양에서는 뿌리가 땅속으로 자라게 되어 포장과의 거리가 멀어지지만, 점토 성분이 많으면 뿌리가 지표면을 따라 자라기 때문에 포장을 직접 압박하게 된다.

피해발생의 예방
이렇게 확인된 가로수에 의한 보도와 연석의 피해발생 원인을 바탕으로 제시된 효과적인 피해 예방 방안에는 다음과 같은 대안들이 있다.

첫째, 피해가 적은 수종 선정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뿌리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수목의 유전적 생장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수종 선정이 가장 중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같은 수종 중에서도 피해가 가장 적게 발생하는 개체를 선발하여 번식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캘리포니아 도시임업가(urban forester)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수종 선정이 수목 뿌리에 의한 보도 손상을 줄이는데 매우 효과적이거나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80% 이상이었다(Bernhardt와 Swieki, 1993).
일반적으로 대교목이나 빨리 자라는 수종보다 소교목이나 천천히 자라는 수종이 피해를 적게 유발하는데, 아쉽게도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연구는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양버즘나무와 은행나무로 인한 피해는 적은 반면, 판근(板根, buttress)이 발달하고 천근성인 메타세쿼이아는 상대적으로 자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사진 1).

둘째, 자갈층 부설
보도나 차도를 포장하기 전에 일정한 두께의 자갈층을 부설하면 뿌리와 포장이 직접 접촉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뿌리에 의한 포장의 균열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갈층이 침하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보수가 필요한 약점이 있다.

▲ [그림1] 보도 포장 가까이에 방근을 설치하면 뿌리가 보도 포장으로 자라는 것을 상당 기간 지연시킬 수 있다. (출처: Tournesol Siteworks)
셋째, 방근 설치
가로수의 뿌리가 곧장 보도를 향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보도가 시작되는 지점에 깊이 30cm 정도의 잘 분해되지 않는 판을 설치하는데 이를 방근(防根, root barrier)이라고 부른다(그림 1). 방근의 상단이 지표면에 노출되도록 설치하면 이 판에 접촉한 뿌리는 아래쪽을 향해 자란 다음 판의 하단에서 바깥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에 뿌리가 포장에 도달하는 거리가 멀어지고 시간도 길어지게 된다.

넷째, 식수대 폭 확대
수목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면 수목 생장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수간이 굵어져도 연석이나 보도와 충돌하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폭이 0.9~1.2m 이하인 식수대에는 수목의 식재를 금지하거나 관목만을 심도록 규제하는 지자체가 많으며, 뉴욕시는 차도 경계에서 수간까지의 거리를 최소 2.1m 확보할 것을 규정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가 보차도 경계선과 가로수 수간 중심까지의 거리를 최소 1m로 규정하고 있는데, 다소 미흡하지만 잘 지켜지면 가로수 뿌리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피해발생 후 사후관리
일단 수목의 뿌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수목의 안전을 해치지 않고 해결하는 것은 어려우며 처리 효과도 단기간에 그치기 때문에 해결방안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첫째 포장의 부분 보수
포장 중에서 금이 간 부위는 메워주고, 솟아오른 부위는 주변의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어주거나 평평하게 연마하는 관리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보행자가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줄이는 단기적인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문제를 유발한 뿌리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는 계속해서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둘째, 단근(斷根, root pruning)
이 방법은 손상된 포장을 걷어낸 후 문제를 일으키는 뿌리를 포장의 가장자리에서 30∼45cm 깊이까지 절단하여 제거한 다음 다시 포장하는 것이다. 보도 손상이 심하면 이러한 고강도의 처리가 필요하겠지만, 문제는 뿌리 절단이 수목의 건강과 구조적인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사진 2). 보도 수선에 경험이 풍부한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Redwood City)의 경우, 수목의 뿌리를 절단한 다음에는 어김없이 수간의 위쪽에 줄을 매고 차량을 이용하여 당기는 진동실험(shake test)을 실시하여 해당 수목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있다.

▲ [사진2] 보도 파손을 피하기 위해 가로수의 뿌리를 절단하면 수목의 고착력이 약화되어 강풍에 쉽게 넘어져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제거 및 교체
비록 다양한 생태적, 경제적, 정신적 편익을 제공하고 있는 수목일지라도 기반시설을 상습적으로 훼손하여 유지관리 비용을 과다하게 유발하거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의 제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목의 제거는 관련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만, 일단 제거해야 한다고 판단되면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이처럼 공존하는 도시 수목과 기반시설이 충돌하여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에 잠재적인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반시설의 안전을 고려한 수종 선정과 수목의 장기적인 생장이 가능한 기반시설 설계가 가능하도록 경관 계획의 초기 단계부터 수목관리자와 도시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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