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공공조경공사 관계자인 발주처·시공사·감독처 세 그룹이 모여서 ‘전문가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주최한 토론회의 추진 배경은 첫째, 공사 관련 문제점 개선 및 제안사항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서 소통채널을 확대하고 둘째, 공사 관련 주체들 간의 소통과 공감, 이해와 개선을 통한 상호 신뢰도를 향상하고 셋째, 공단과 시공사간 상생과 공존, 정책공유를 통한 상호교류 및 협력증진 등 열린 경영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조경업계 사상 최초로 열린 공사관계자 합동토론회라서 관심과 기대가 컸다. 우선 불편한 이야기를 듣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토론회를 갖고자 하는 자체가 많은 변화를 느끼게 했고 시공사의 애로사항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좋았다.
조심스럽게 시작된 시공사의 애로사항 얘기는 봇물이 터지는 것처럼 나오고 그 해결 방법과 대책에 대한 토론도 있었다.

LH와 SH공사 등 몇 몇 기관에서만 시행하는 준공 후 유지관리비 책정문제는 금 번 토론회에서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됐는데 서울시뿐만 아니라 민간건설 현장에서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하는 문제로 본다. 행정기관에서 먼저 시행을 해야 민간에서도 따라오는 우리나라의 관습이고 보면 조속한 시행이 필요하다.

공사를 위한 설계도서의 미흡함은 공사의 질과 공사기간에 많은 영향을 주고 공사관계자들 간에 이견과 불협화음을 초래한다. 조경계에는 아직도 설계자는 시공자 탓을 하고 시공자는 설계자 탓을 하면서 공사 중에 생긴 문제를 서로 책임전가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의 가장 큰 요인은 적정한 설계비 지급과 용역기간이 주어져야 하고 설계기간에 정기적인 엔지니어링 검토를 통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설계검토를 제대로 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발주를 하다 보니 시공 중에 생기는 오류는 비용발생과 공기 잠식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조경품셈의 적정성 여부는 아직도 공사에 애로사항을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경공사의 특성이 소규모 다품종인데 공사규모에 따른 할증이 없고 조달청 단가표의 제품의 획일적이며 제한적 단가로 인하여 창의적인 디자인이 기대가 안 되고 천편일률적인 조경을 조장하고 있어서 제품 개발과 수출에도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조달가격에 없는 것을 찾아보는 물가정보지는 광고에 신뢰성도 없고 횡포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그중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행동으로 옮겨져야 할 것은 공사관계자 상호간에 동업자의식이 필요하다. 그동안 뿌리 깊은 갑을관계의 타성이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고 우월적인 행동으로 제압하는 잘못된 관습이 아직 남아있다는 공사현장 조경인의 하소연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다보니 초급기술자들이 현장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생긴다는데 이는 조경의 기초를 흔드는 일이다. 회의 말미에는 시공사의 솔직한 자기반성의 표현도 있었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타 기관에서도 정기적으로 토론회를 해서 서로의 고충을 토로하고 소통의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그리고 회의 참석자 말고도 관계자 모두가 교육과 소통을 통해서 동질성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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