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시공사·발주처·감독처 등 공사관계자가 참여한 '전문가 합동 토론회'를 지난 7일 월드컵경기장 VIP룸에서 개최했다.

“설계변경 과정이 너무 느리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억지성 민원은 발주처와 감독처에서 적극 대응해 주길 바랍니다”

지난 7일 월드컵경기장 VIP실에 시공사 대표가 발주처와 감독처 담당자에게 애로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다. 건설공사 시스템 상 갑을관계에 있기 때문에 을의 위치에 있는 시공사 대표가 발주처에 터놓고 말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다. 하지만 이 날 만큼은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발주처, 시공사, 감독처 등 공사관계자를 초청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전문가 합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발주처에서 5명, 시공사 5명, 공단 5명 등 총 15명이 토론자로 참석해 공사관계자 간 소통과 신뢰 향상 및 품질향상 등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설계에 대한 검증 강화, 설계변경 등 신속한 의사결정, 사후 모니터링, 유지관리비, 주계약자공동도급 시행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특히 공사시스템상 을의 처지에 놓여 있는 시공사에서 애로사항과 요구사항이 많이 제기됐다.

시공사의 애로 사항에 대해 김정식 (주)온유조경 대표는 “준공 이후 하자기간 2년 동안 유지관리비를 서울시는 주지 않는다. 하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유지관리비는 적극 반영해 주길 바란다”며 유지관리비의 책정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지급자재 문제, 식재공사 때 토양 치환문제 비용 반영, 저가수주를 막을 수 있는 ‘주계약자공동도급’ 시행 등을 요구했다.

유지관리비의 경우 감독처나 발주처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시는 최근 유지관리비 반영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의 품질 향상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로 설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해 설계 용역 때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사관계자 모두 공감하고 있다.

김창도 (주)한울코리아 대표는 “설계 때문에 애를 먹는다. 심지어 50% 이상 다른 경우도 있고, 심지어 측량을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설계를 다시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지적하며 발주처에서 설계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발주처와 감독처 역시 설계의 문제에 대해 인정한다.

발주처 담당자는 “솔직히 설계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도면만 흝어보는 게 현실이다. 내역서를 자세히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설계 감독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설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발주처에서 설계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측량의 경우 용역의 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감독도 설계부터 참여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설계변경에 따른 느린 의사결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창도 대표는 “설계 변경 때 절차가 너무 복잡할 뿐만 아니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답답하다. 현장에서 할 일이 없어서 놀고 있을 때도 있다”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요구고, 각 지자체별 다르게 사용하는 서류양식의 통일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설계변경은 감독청과 발주처의 결제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 상 의사결정이 느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독청이나 발주처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한다.
다만 어떻게 의사결정 과정을 단축하고 신속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행정업무간소화 방안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감독이 많이 모르는 경우가 있다는 시공사와 발주처의 지적에 대해 감독처는 “신입직원의 경우 현장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많이 모르는 게 사실이다”며 “그래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선임과 신입이 함께 근무하는 ‘공동감독제’를 시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준공 이후 모니터링의 필요성은 감독청과 발주처에서 제기했다. 적어도 준공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설계자, 시공자, 발주자, 감독이 모여 모니터링을 실시해,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자는 의견이다.

한발 더 나아가 박원재 구로구청 과장은 “준공 후 모니터링을 통해 하자율이 낮거나 좋은 작품으로 나온 현장에 대한 감독, 시공, 설계 담당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며 인센티브 도입을 통한 품질향상을 강조했다.

공사기간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김계영 서울시설관리공단 과장은 “공사기간은 예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겨울철 및 여름철 식재 자재, 출퇴근 시간 준수 등으로 실질적인 공사기간을 짧아졌다. 이에 따른 조기발주 등 대책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한 시공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감독이 자리를 비우면 안 되며, 발주처 담당자와 시공사 대표도 현장을 자주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밖에도 억지성 민원 처리는 시공사에서 하기보다 발주처나 감독청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품셈문제, 토론회의 정례화 등이 제기됐다.

한편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정기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참가대상자도 점차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시공사·발주처·감독처 등 공사관계자가 참여한 '전문가 합동 토론회'를 지난 7일 월드컵경기장 VIP룸에서 개최했다.

 


▲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시공사·발주처·감독처 등 공사관계자가 참여한 '전문가 합동 토론회'를 지난 7일 월드컵경기장 VIP룸에서 개최했다. 월드컵경기장에서 참석자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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