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정 홍디자인 사원
내게는 조경, 뚜벅이, 대구. 모두 처음이라는 설레는 마음하나만으로 출발한 여정이여서인지 대구까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모든게 다 즐거웠고, 오늘 투어의 시작인 동산의료원이 있는 청라언덕의 ‘동무생각’ 시비 앞에 자리를 잡고 아직은 쌀쌀한 바람을 맞으면서 먹는 점심도 마냥 즐거웠다.

근대문화골목이라고 하니 영화에 나오는 옛날 건물이 모여 있는 거리이겠거니,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투어였다.
청라언덕은 대구의 개신교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려 장착하고 지금의 동산의료원이 사회에 봉사하면서 성장한 중심지라고 한다. 선교사가 우연히 심은 담쟁이가 지금에까지 청라언덕이라는 이름으로 남게되었다는 문화해설가의 해설처럼, 사소한 행동하나가 나중에는 큰 일이 될 수 있다는 말도 가슴에 남았던 장소였다.
선교사 박물관을 지나 3.1운동만세길을 시작하면서 부터는 처음의 설레고 즐거웠던 마음은 잠시 잊히고 가슴 한켠이 아련해지는 순간이었다.
일제 경찰의 눈을 피해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통과했다는 계단에서 작게나마 독립만세를 외칠때는 그날의 급박함이 느껴지는 듯 왠지모를 엄숙함과 숭고함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3.1운동만세길을 내려와 도로를 건너니 우리나라에서 3대 천주교 성당중 하나라는 계산성당을 만났다. 계산성당을 지나 골목길을 따라가니 민족시인 이상화 선생과 민족운동가 서상돈 선생의 초상화를 그린 벽화를 볼 수 있었다. 근래 들어서는 오래된 골목길에 벽화를 그려 넣은 장소를 많이 봐왔지만 벽화속에 역사와 시민들의 스토리를 담아 모두가 공감하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더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듯 했다.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갈하게 잘 보존된 두 고택에서는 아직도 그분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 만 같아 더 찬찬히 돌아보고 싶었지만 아쉽고 무거운 마음은 잠시 뒤로 하고 이번 여정의 마지막인 김광석 거리로 향했다.

청춘, 그 빛나는.. 이라는 벽화의 한 소절처럼 활짝 웃고 있는 김광석의 얼굴에서 꽃샘추위로 움츠러든 우리 일행의 몸과 마음을 녹여주며 반겨주는 듯 했다. 짧지만 그를 애도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을 느끼며 잠시나마 옛 향수에 빠져들며 오늘의 긴 여정도 함께 마무리 돼 갔다.

개인적으로 왔더라면 사진 몇 장 찍고 ‘아, 별거 없다’하고 지나갔을 골목이지만 문화해설사와 여러 조경인들이 함께 걷고 느끼다 보니 돌멩이 하나 하나 의미가 있고 그 시절의 아픔과 시대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뜻 깊은 하루를 마무리 하며 앞으로의 뚜벅이 여정을 생각하니 설레는 마음에 벌써부터 미소가 지어진다.

끝으로 이런 뜻깊은 기회를 주신 한국조경신문사와 함께한 조경인들, 홍디자인 식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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