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조경수협회(회장 유명수)는 매년 공개하고 있는 조경수목 가격을 올해부터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조경수목가격은 조달청가격과 물가정보지에서 공표하는 가격만이 공개되고 있다.

조경수협회가격 미공표 결정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때문이다.

공정위는 조경수협회에서 가격을 공표하는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6조 1항 제1호를 위반한 행위이며, 이에따라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조경수협회에 통보했다.

내용인즉 조경수협회에서 1984년부터 2013년까지 협회가격을 조달청가격과 함께 기재한 ‘조경수목 가격표’ 책자를 제작해 구성사업자에게 배포한 것은 조경수목 시장에서 부당경쟁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구성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할 조경수목의 가격을 협회에서 결정함으로써 조경수목 시장에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과 모든 구성사업자에게 공정위에서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이 담긴 심사관 조치의견을 조경수협회에 통보했다. 또한 전년도 예산의 30%를 과징금으로 납부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조경수 협회가격 공표 문제는 지난해 7월 공정위에 한 장의 신고서가 접수되면서 사건 심사에 착수하게 된다.

공정위의 요구에 조경수협회는 2차례에 걸쳐 자료 및 진술조서를 제출했으며 공정위는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협회 측은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협회가격을 공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공정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 심사관 조치의견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여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협회는 지난 2월 말 변호사 자문 등을 통해 소견서를 다시 공정위에 제출했다. 심사관 조치의견의 최종 결정은 이번 달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공정위 심사위원회’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협회 측에서 참석해 변론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번 심사위원회 결과에 따라 심사관 조치의견의 변동가능성은 열려있다.

이같은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조치에 대해 협회에서는 당황스럽고, 지나치다는 분위기다.

협회 관계자는 “조경수는 조달청가격을 근거로 거래되고 있다. 협회가격은 생산자들의 희망가격이며 말 그대로 참고사항이다”라고 강조한 뒤 “가격공표를 통해 협회가 이익을 얻은 것도 아니고 실거래가격과 차이도 많이 나는데 담합행위에 해당된다니 말도 안 된다”라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법률적으로 검토할 때 협회의 가격 공표가 어떠한 법적인 근거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위법행위에 해당된다는 게 공정위에 논리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서 말하기 곤란하다”는 말만 반복한 뒤 “이 건은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된 상태이며 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고 밝혔다.

그럼 조경수협회는 왜 30여년 간 협회가격를 공표했을까?

우선 조달청 가격이 수요기관에 의해 독점적으로 결정되고 한 동안 가격이 오르질 않았다. 그래서 생산자 처지에서 희망가격을 제안한다는 측면과 그로 인해 조달청 가격의 현실화를 위해 가격을 공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조달청가격에 미 포함된 신수종이 제때 반영되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조달청 가격 결정에 협회가격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신수종도 대부분 조달청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조달청가격이 수요기관, 조경관련학과 교수, 감정평가사, 생산자협회, 조경업계,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조경수가격결정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면서 조금의 변화로 나타난 것이다.

그래서 일까? 지난 2월 25일 열린 ‘조경수협회 정기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협회가격 미공표’ 건은 구체적인 토론없이 경과보고로 마무리 지었다.

이는 생산자 스스로도 협회가격이 조경수매매와 직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일 것이다. 다시 말해 협회가격 따로 실거래가격 따로 형성되는 가운데 굳이 공정위에서 시행명령과 과징금까지 부과된 된 마당에 밀어 붙일 필요가 없다는 것일 게다.

그렇다고 협회가격 공표가 불필요한 사항인가라는 물음에는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지난해까지 조경수가격은 조달청가, 협회가 그리고 물가정보지 가격 등 총 3가지가 공표됐다.

설계사는 조달청가격을 기준으로 협회가와 물가정보지 가격을 참고로 삼았으며, 특히 조달청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수목은 협회가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조경수목 가격은 통상 협회가격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물가정보지 가격 그리고 조달청가격이 가장 낮게 책정되었다.

그런데 협회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2014년에는 일부수목의 경우 조달청가격보다 물가정보지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렇게 되면 설계자는 조달청가격과 물가정보지 가격 중 낮은 금액을 통상적으로 설계에 반영하기 때문에 물가정보지 가격을 설계에 반영하게 된다. 이는 물가정보지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문제는 물가정보지의 가치 상승에 있는 게 아니다. 조경수가격 결정에서 조경수 생산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나아가 조경수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 가격결정의 주도권을 생산자들이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 조경수가격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조경업계 관계자는 “살아 있는 생명인 나무를 수고, 수관, 흉고직경만을 가지고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나무는 일반 공산품이 아니다. 수형에 따라서 가치가 천차만별이다. 나무의 품질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수목의 품질기준을 세분화 할 것을 주문했다.

또 다른 조경업계 관계자는 도착도 문제를 지적한다. 그는 “현재 조달청가격은 도착도를 기준으로 한다. 가령 서울에서 나무를 식재한다고 할 때 같은 조건의 수목을 과천에서 살 때와 대전에서 살 때 가격이 같다는 논리다. 이게 말이 돼나?”라고 지적한 뒤 상차가격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도 유통센터 등을 통한 직거래 활성화, 조경수 가격결정 부처 산림청 이관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며, 특히 가격을 고시하지 말고 시장논리에 맡게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실 지난해 산림청에서 ‘조경수 원가계산에 의한 가격결정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조경수 원가계산은 단시간에 할 사안이 아니며 중장기 관점을 갖고 접근해야한다’는 의견으로 마무리 됐다. 그 만큼 조경수에 대한 원가 산정이 쉽지 않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조경수목 시장은 조달청가격과 물가정보지 가격만이 공개된다. 조경수 생산자들의 상징성을 지닌 협회가격이 공표되지 않음에 따라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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