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조경수’ 이름을 딴 협동조합이 처음 탄생했다. 1월12일 창립총회를 연 전국조경수협동조합이 이달 4일 충청남도지사에게서 설립신고필증을 받은 것이다. 5명만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할 수 있는 협동조합의 시대라고 하지만, 이들은 1년여 협의기간을 거치면서 인내와 양보를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값진 탄생이다. 이용연 초대 이사장을 만나 그간의 과정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이사장은 서울시립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시공회사에서 10년간 근무한 뒤 지금은 전북 부안에서 조경수 생산에만 전념하며 다음카페 ‘나무사랑연구회(http://cafe.daum.net/pinepure)’를 운영하고 있다. <편집자 주>


온라인부터 지금까지 경과는?
2007년 다음카페에서 ‘나무사랑연구회’를 개설해 지금은 회원수가 9000명이 넘었다. 실명을 공개하는 회원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진성회원들로 볼 수 있다. 2010년 전국조경수생산자협의회를 조직해 오프라인에서도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그 성과를 바탕으로 오늘 협동조합을 조직할 수 있었다.

왜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나?
우리나라 조경수 시장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조경수 가격의 폭등과 폭락의 반복, 수종별 과잉생산, 생산자 판로개척의 한계, 중간 유통업자의 폭리, 조경업체의 조경수 수급 불안, 초보자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손실 반복 등이다. 이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 지 늘 고민하고 있었다.

협동조합이 대안이 될 수 있나?
그렇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생산자들이 조합을 결성해 상부상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단순한 온라인 카페나 민간단체에서, 제도권 안의 회사형태로 발전하여 생산자에게 이익을 주고 대변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고자 했다. 협동조합은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를 갖는다. 따라서 우리 조합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나무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판매를 요청해 나갈 계획이다. 정보의 공유와 판로 개척 등의 이점이 있다.

조합원들 설득과정은 어땠나?
물론 회의적인 분들도 있었지만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협동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취지에서 의견을 모으고 준비해왔다. 서류적으로는 뚝딱 1~2개월이면 되겠더라. 그렇지만 우리는 멀리 다함께 가기 위해서 1년 넘게 협의과정을 거쳤다. 사무실 운영, 수수료 문제 등등 협의하는 것들이 쉽지 않았다. 일부 운영진들을 위한 조합이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 접점에서 대농이 소농을 위해 양보함으로써 해결방안이 나온 것이다. 오히려 대농들은 이미 거래처 확보 등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으므로 협동조합의 필요성이 덜 하지만 이들이 양보하고 자발적으로 협동조합 거래방식에 참여함으로써 수수료 납부가 되도록 했다.

명칭에서 ‘생산자’를 뺀 이유는?
당초 ‘전국조경수생산자협동조합’으로 하려고 했으나, 너무 생산만 하는 것으로 축소되는 느낌이 있고 실제 유통에도 많은 비중을 둘 것이기 때문에 대표성을 띤 명칭을 사용했다. 한국조경수협회도 실상은 생산자단체이지 않나? 이미 ‘생산자’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해석해 이를 참조했다.

기존 조경 협동조합과의 차별성은?
이미 활동 중인 다른 조경분야 협동조합을 보면 시공·설계·자재까지 조경업 전체를 아우르는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는 달리 조경수 분야에만 특화해서 집중하고 있는 점이 다르지만, 기존 조합들과는 협동조합 정신에 따라 협력해 갈 방침이다.

조경수협동조합의 강점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과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 집행부들이 자기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희생하는 모습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조경수 생산자들의 판로 개척에 특히 주력할 것이다. 판매가 촉진돼야 협동조합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며 오프라인에서는 수프로, 온라인에서는 트리디비를 모델로 전국적인 규모의 조경수 납품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신규 조합원으로 가입하려면?
우선 나무사랑연구회 카페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일정등급 이상 돼야 조합원으로 가입신청이 가능하도록 할 것이다. 또 기존 조합원의 추천으로도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향후에는 조합원 모집공고를 낼 생각이다. 조합원 가입비는 50만원이고, 기존 농장규모가 5000㎡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조경수 생산에 전념하게 된 계기는?
조경학과를 졸업한 뒤 시공회사에서 10년간 근무하고 이후 조경수 유통업과 생산업을 하면서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중간 도매상들이 약속을 제대로 안 지킨다는 것이었다. 품질도 약속과 다르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안 지려고 하니 차라리 직접 생산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소장을 하면서 가로수를 감독들이 가장 까다롭게 검수하였기에 가로수 생산부터 시작했다. 현재 전북 부안군 일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장은 약33만㎡(10만평) 규모다.

조경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조경산업에서 당연히 설계와 시공분야가 중요하지만 우리 조경수 생산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생산자가 잘 되는 것이 조경산업 전체를 위하는 것이고 결국은 소비자 처지에서도 유리하다. 우리가 먼저 협동조합으로 조직화 했으니까 우리 조합 조경수 구매를 검토해주면 좋겠다. 우리도 고객 조경회사들에게 가격면에서나 품질 면에서나 믿음을 주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