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인 눈이 날리던 지난 2월 8일. 한국경관답사의 17번째 행사로 서울 서촌 답사가 진행됐다.

이날 답사 ‘조선시대 옛 그림 속의 현장을 가다’라는 주제로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에 그려진 장동 8경을 답사하는 코스였다.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은 인왕산과 백악산에 걸쳐있는 장동 일대의 경승지인 필운대, 대은암, 청풍계, 청송당, 자하동, 동취정, 취미대, 수성동 등 8곳을 그린 그림이다. 

‘장동팔경’속 대상지는 경관적 아름다움은 물론이거니와 역사 그리고 인물이 어우려진 역사문화공간이라고 일컫는다.

옛 경관의 아름다움과 시대적 흐름 속 개발이라는 논리에 흔적조차 찾기 어려게 묻힌 자연의 역사를 찾는 흥미로움과 아쉬움 교차되는 답사였다.

이날 답사는  윤진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의 특강과 설명으로 진행됐다. 서울이여서 인지 이날 답사는 한국경관답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40여명이 참여 했다.

서촌답사는 창의궁 터를 시작으로 필운대, 수성동, 박노수 가옥, 옥류동, 세심대, 청풍계, 청송당, 겸재집터 순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통의동 창의궁터이자 추사 김정희 집터다. 창의궁 터는 영조가 임금이 되기 전 왕자 신분으로 머물렀던 곳이다. 현재 창의궁 터에는 1990년 태풍으로 쓰러진 백송의 그루터기와 백송을 살리기 위해 새로 심어놓은 두 그루의 백송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두 번째 답사지는 이항복의 집터인 ‘필운대’다. 당시에는 필운대에 서면 인왕산과 북악산, 남산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배화여고 건물로 가려져 있다. 찾아가기 조차 쉽지 않다. 암벽에 적혀있는 ‘필운대’라는 글씨로 이곳이 인왕산 자락에서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던 곳이었음 확인할 수 있다. 학교 건물로 가려져 있는 아쉬움은 반대로 학교로 인해 그나마 보존될 수 있었다는 반증에 씁쓸함이 남는다.

수성동계곡은 정선 진경산수화의 경관을 그대로 복원한 계곡이다. 이는 옛 그림을 기준으로 그대로 복원한 첫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수성동계곡 입구에는 대상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설치해 그림과 비교할 수 있도록 해놨다.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수성동 계곡은 몇 년전 까지만해도 콘크리트로 덮여있었다. 2008년 시범아파트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수성동 계곡의 가치를 인정하고 복원을 시작해 지난 2011년 7월 복원을 완료했다. 특히 그림 속 선비들이 건너는 다리인 ‘기린교’는 콘크리트로 덮여 있어 정으로 쪼아가면서 원형을 복원했다고 한다.

그리고 찾은 곳은 남산의 잠두, 삼각산의 필운대와 더불어 도성에서 꽃 구경하기 좋은 3승 중하나로 꼽히는 ‘세심대’다. ‘마음을 씻는 곳’ 이라는 세심대는 농아학교 뒤편에 있다. 윤 연구원은 “정조가 매년 봄마다 빠짐없이 방문했는데, 오르는 길이 가팔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특별하게 지팡이를 사용하도록 했다”고 말한다. 세심대는 지형적으로 높은 곳에 있어 지금도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함박눈이 내리는 세심대에서 바라본 서울의 전경은 18세기와 21세기 경관을 오버랩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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