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 에세이] 조금은 서툴어도 괜찮아 ::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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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 에세이] 조금은 서툴어도 괜찮아
[0호] 2014년 02월 18일 (화) 13:51:40 곽은주 jueu01@hanmail.net

[월간가드닝=2014년 3월호] 마음에 자연을 품은 사람은 저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러 산을 오르거나, 많은 이야기를 버리고 싶어서 산에 오르지 않을까?
수년간 다니고 있는 산은 나에게 나무와 야생화들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계절 아름다운 정원이다. 또 광활한 조경공간이며 겸손함과 식물들의 조화로움을 배우는 학습의 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자연이 만들어준 산은 눈 덮인 겨울 정원. 야생화와 나무들이 꽃 피는 봄의 정원을 만들고, 여름엔 신록이 우거진 시원한 오솔길을···. 고운 단풍으로 채색된 가을 정원을 내게 선사해 주었다. 또한 돌과 화초들이 어우러진 암석정원이 되어 산길 내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고 정원사를 꿈꾸게 해주었다.
내면 깊이 좋아했던 이 전경들은 집 앞의 작은 화단으로 옮겨와 나무를 심고 화초들을 심으며 삽과 호미를 놓지 않고 작은 정원들을 조성했고, 부족했지만 이 일을 계기로 다시 원예공부와 많은 경험을 쌓으며 정원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사각형의 중정에 오래된 회화나무 분재와 수형이 멋진 주목분재를 위한 정원을 조성하면서 가장 긴장했고 가슴 설렜던 기억이 있다. 내가 일하기 전 최선을 다하기 위해 다짐하는 ‘today is the first day of rest your life(오늘은 그대가 남은 생의 첫날이다)’ 이 말과 함께 오랫동안 나를 즐겁게 한다. 네모난 땅에 분재들을 어떻게 표현할까?

오래된 느티나무 주변 수렴동 계곡 길의 아름다운 산세, 장터목에서 세석평전으로 가는 산길의 암석정원들이 머릿속을 교차하며 감성이 시키는 대로 시설물 없이 식물과 자연석으로 곡선 식재 패턴이 그려졌다. 부지 가운데서부터 낮은 언덕을 만들어 1.2m 크기의 소사나무와 진백나무 사이를 평탄하게 길게 이어 만들고, 이끼마사와 돌 야생화 눈향나무와 세덤류 애란으로 마무리했다. 두개의 언덕을 더 만들어 하나는 소나무를 식재하고, 다른 하나는 수형이 멋진 주목을 심어 언덕과 언덕 사이는 계곡이 흐르는 것처럼 표현했다. 그 사이는 둥글 넙적한 자연석 돌로 이어주었다. 현관, 거실, 안방에서 바라볼 때 자연스레 밝고 화사하면서도 깔끔한 정원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에 중심 분재정원을 조성한 후 벽면과 계곡 둘레 식재는 분재목과는 다른 꽃과 관목들이 어우러진 식재를 했다.

정원주가 좋아하시는 남천과 낙상홍 나무수국 불두화 삼색조팝 미스킴라일락, 초화로는 세덤류 사초류 노루오줌 매발톱 석죽 금낭화 종이꽃 등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까지 식재했다. 
무릎 꿇고 초화들을 심고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심기를 반복, 옷은 흙투성이가 되고 허리는 아프고 힘들었지만, 정원작품을 완성해 가는 즐거움은 어디 비할 데 없이 기뻤다. 이 순간 정원 가드너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은 유난히 햇살이 밝았다. 전날 늦어 처리 못 한 주변 정리와 식물에 물을 주기위해 정원으로 가야 했다. 늦은 밤까지 일하면서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정원이 어떤 감흥으로 느껴질지, 만족할지 궁금했다.

유난히 가슴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정원을 대하는 순간, 그곳엔 네모난 땅 대신에 햇살이 밝게 비치던 아름다운 산길을 만나면 맘속으로 울타리를 치면서 렌즈에 담았던 소정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조금은 서툴어도 괜찮아 잘했어.’ 부족했던 부분은 나중에 추가하자고 나름 위로하면서ᆢ 봄이 지나 여름에 다시 정원을 찾았다.

집 주인은 야생화가 퍼질 수 있게 비워둔 공간엔 봉선화를 심고 디기탈리스가 피고진 자리엔 백일홍과 국화분까지 심었다. (이때쯤 꿩의비름의 우아하고 예쁜 분홍색 봉우리가 한 달은 화려할 텐데 식재계획에 두고도 심지 않은 걸 나는 후회했다.)

‘정원은 빈 땅에 나무 한 그루 심던, 어떤 종류의 식물을 심던 정원주가 만족하면 된다’며 속으로 생각하면서 대문을 나섰다.  그리고 겨울, 정원주는 내가 좋아해 식재했던 종이꽃이 하얀 눈 위로 노란색 꽃을 핀 채로 남아있어 가련하고 예쁘다고 전화로 알려주셨다. 
내 정원엔 봄이 오고 있고, 난 또 다른 정원을 꿈꾸며 식물들과 행복한 시간들을 보낼 것이다.

 

   

▲ 정원주가 좋아하는 낙상홍, 나무수국, 삼색조팝 등 설레는 마음으로 정원을 만들었다.

 

곽은주(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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