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호영(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소장)

남쪽 나라에 사는 영원히 늙지 않는 불사조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 새는 신성한 나무 위가 아니면 내려앉지 않고, 고귀한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고, 정결한 샘에서만 물을 마신다.
한번은 부엉새 한 마리가 먹이를 먹고 있다가 날아가는 불사조를 보고 비명을 질러댔다.
먹이를 빼앗길 까봐 공포에 먹이를 꽉 움켜쥐었다. 불사조는 비상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려운 때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동굴 속에서는 아무리 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동굴을 나가자. 우리가 들어온 길이고 이 분야에 전문가이기 때문에 나가는 것은 쉽다.
다만 우리가 나가지 않고 있는 것뿐이다. 나가기에는 걸리는 게 많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짊어진 배낭이 너무 크고, 고장은 났지만 아직은 쓸 만한 장비를 버리기에는 아깝다. 그러나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면 이 동굴을 나갈 수 있고 움켜쥐면 이 동굴에서 나갈 수도 없고 불평하고 괴로워 할 수밖에 없다. 머리와 가슴에 있는 열정과 지혜와 기술이 있는 한 동굴을 나가면 살 길이 있다.

공원을 만들고, 아파트를 계속 짓고, 도로를 계속 만드는 것은 시대적 조류가 아니다.
일시적으로 회복 될 수는 있겠지만 10년만 내다봐도 이건 아니다. 통일이 되어 그야말로 대박이 나는 수는 있을 것이다. 그 외에는 아니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복지에 돈 다 빼앗긴다고 불평할 일도 아니다. 이토록 극심한 양극화가 해소되지 않거나 최소한 달래지 않으면 사회 안정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인위적인 공원보다는 자연적이고 생태적인 공간이 더 중요하다고, 더 좋다고 인식되는 것 또한 시대적 흐름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불사조다.
창공을 날아가는 불사조를 보고 내 먹이를 빼앗긴다고 움켜쥐며 비명을 지르지 말자.
우리는 조경이라는 틀에 너무 갇혀 있지는 않은가.
물론 조경이 제대로 꽃 피워 보지도 못하고 지는 것 같은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조경이라는 언어적 해석을 확장하고 그 범주를 늘려가자. 아니면 그 범주를 벗어나자. 조경이라는 것이 40년 전 새로이 생겨났듯 새롭게 변화할 것이고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산림청이 도시에 숲을 만든다고, 정원을 만든다고 불사조를 본 듯이 소리 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시숲으로 들어가고, 정원으로 들어가서 임업보다 우월한 공간 이해와 드로잉 실력으로 숲과 정원설계를 더 멋있게 하자. 물론 배타적인 우려도 있다. 산림청이라는 국가기관이 임업이라는 틀 속에서 배타적인 제도를 편다면 그것은 옹졸한 일이고 그런 것은 시정을 요구하면 되는 일이다. 조경인도 국민이고 국민이 원하는데 안 되는 게 어딨나.
우리는 사실 토목에, 건축에, 도시계획에 치이면서 살아와서 피해의식이 있다. 피해의식이 열등감이 되고 열등감은 야망을 만든다고 장자는 말한다. 열등의식을 가질 때마다 우월해지려고 하고 이것이 야망을 만들고 그리하여 인간이 괴롭다고 장자는 타이르고 있다.

그러면 장자가 말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열등함의 반대는 우월함이다. 우월함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열등함에 반대되는 우월함과 열등감이 없는 우월함의 두 가지가 있다.
장자가 권하는 우월함은 열등감이 없는 우월함이다. 그것은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비교할 것이 아무것도 없고 자신이 지상에서 유일한 존재로서 인식한다면 자신이 열등하다고 느낄 수도 없다는 의미다.
우리의 직업으로 돌아가 보자. 나보다 돈 많이 버는 조경회사도, 더 큰 토목회사도, 건축회사도 비교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조경 일을 하는 것이라면 열등감도, 나아가 우월감도 없을 것이다. 그 때 우리는 행복하고 괴로움이 없다.
장자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일거리가 부족하여 최소한의 유지도 안 된다면 조경의 틀을 벗어나는 것도 방법이다. 가깝게는 산림, 정원, 도시농업, 사방사업, 심지어는 사회의 재원이 사회복지로 간다면 사회복지로 전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변화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영원한 것도 없다. 모든 게 변한다. 장자는 말한다. 큰 흐름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고 한탄하며 내 먹이를 움켜쥐지말고 나를 변화하라고 말한다.

장자가 그렇게 말하더라고 나는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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