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 에세이] 나의 사랑, 나의 정원…새로운 시작을 위해 ::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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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사 에세이] 나의 사랑, 나의 정원…새로운 시작을 위해
[0호] 2014년 02월 10일 (월) 18:02:09 김영애 info@latimes.kr

[월간가드닝=2014년 2월호] 쌩떼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였던가. 진정한 것은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 보인다고…. 누구에게나 그렇듯 우리 각자에게는 충분히 가슴 설레고, 잠자고 있던 감성을 바람처럼 불어 일으키는 작은 무언가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학창시절 읽었던 어린왕자가 그랬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때는 말할 수 없었다. 지금은 뻣뻣한 나의 허리를 기꺼이 굽혀야만 보이는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풀꽃들이, 때로는 한없이 고개를 젖혀야만 끝이 보이는 키 큰 나무들이 그렇다. 덕분에 하늘이 보이는 감사함을 얻었다.

아이와 남편을 따라 서울에 이사 온지 몇 개월 동안, 친구라고는 살던 집에서 제일 먼저 데려 온 화분들뿐이었다. 하루 종일 이 화분들을 들고 햇빛을 따라 이 방 저 방 들고, 종일 보내느라 몸살까지 얻었던 기억이 난다.(이사 온 집 베란다가 남향이었지만, 좁은 아파트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위층 이웃집에서 베란다 확장을 해 놓은 상태라 채광이 부족했다.) 사실 이사 오기 전의 우리 집 화분들은 그냥 두어도 남쪽지방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었다. 친구도 많고 하는 일도 있어 바쁜 나로선, 집안청소 할 때 바삐 오가며 잠시 눈길만 주었던 아이들이었다. 이런 내가 말까지 걸며  정을 주기 시작한 것은, 가족들이 모이는 저녁 시간까지 말할 상대도 없던 것이 이유이겠다. 하지만 두세 달 화분을 들고 씨름하다 보니 나도 지쳤나보다.

나는 할 수 없이 화분을 집 앞 화단에 슬슬 내다놓기 시작했다. 통행에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같은 통로에 사시는 분들이 오고 갈 때 물어보곤 했다. ‘너무 좋다며, 이사 잘 왔다’고 말씀해 주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서툴고 어정쩡한 정원(?)을 곱게만 봐 주시던 그 분들의 마음이 고마워서, 보답으로 토분에 심은 화초 몇 개를 입구 계단에 놓고, 화단에도 꽃을 좀 심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처음 이사 왔을 때 쌓여있던 빈 박스들, 누군가가 먹고 버린 일회용 커피 컵. 어디서 누가 버려둔 것인지도 모르던 쓰레기봉투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고향을 다녀오느라 며칠 집을 비우면 화초에 물을 주시는 옆집 아주머니, 천연 방충제를 갖고 벨을 누르시는 처음 뵙는 얼굴, 분양 때 사용하라며 빈 화분을 말없이 갖다놓으시는 분. 오고가다 만나 담소를 나누다 화초에 눈길이 머물면, 큰 소리로 창문 너머로 정겨운 소리가 들린다. “102호 아줌마, 이 꽃 이름이 뭐예요?” 나는 얼른 내다보며, “캄파눌라요, 차이브요”라고 외친다.

그리고 커피 몇 잔을 들고 나가 처음 보는 사람들과 꽃 이야기를 하곤 했다. 대화 속에 훨씬 더 많은 나무 이야기를 듣고 다른 꽃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보면 곧 함께 할 가족을 위해 저녁밥 짓는 시간이 즐겁다. 꽃향기가 난다. 모인 가족들과 밥을 먹으며 낮에 화단을 통해 발생한 이야기를 한다. 남편과 아이들도 자신들의 낮 이야기를 한다. 서로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는다. 웃는다. 우리 모두 밥이 참 맛있다.

정원은 이런 걸까? 나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고, 다양한 색깔의 기분을 선사하고, 서로를 마음의 눈으로 보게 한다. 웃게 만든다. 사랑한다. 행복이 차오른다.
추위를 피해 베란다로 다시 들여 놓기는 했지만, 식물공부를 한답시고 밖으로 도느라 잘 보살피지못한 내 아이들의 고픈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당장 베란다로 나가야겠다. 그들의 향기가 나를 설레게 하듯, 나의 발소리가 이들을 설레게 하도록 ‘길들임’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아직은 어설프지만 이들과의 사랑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김영애(정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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