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국조경사회 회장님에게서 ‘제7회 대한민국 조경박람회’가 5월8일부터 5월14일까지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2008년부터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 열리던 대한민국 조경박람회는 조경분야의 화합과 조경의 최신 경향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으나 조경시설 중심의 전시회라는 지적과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한국조경사회가 서울광장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대한민국 조경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며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 조경박람회가 열릴 서울광장은 한국의 대표적 상징 아이콘이며, 서울 시민의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피어나는 대표적 문화마당이다. 역사적으로는 고종이 을미사변 이후 덕수궁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주변의 시가지가 정비되었는데, 광화문 네거리에서 덕수궁 대한문까지 큰 도로가 개설되었고, 경성부청 앞에는 큰 광장이 조성되었다. 대한문 앞 이 광장은 삼일운동을 비롯하여 근대화의 과정 속에서 열강들의 침탈과 아픈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무대였으며, 1987년 6월 항쟁과 2002년 월드컵 등 각종 집회·시위·행사의 장소로 널리 이용되었던 역사성이 있는 장소다.

서울광장은 월드컵 이후 설계공모를 통해 한양대 서현 교수팀이 2003개 LCD모니터가 바닥에 설치된 ‘빛의 광장’이란 콘셉트으로 당선되었으나 우여 곡절 끝에 보름달 형태의 잔디광장으로 조성 계획이 변경 되어 오늘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서울광장은 신청사가 완공되기 전 제5회 대한민국 조경박람회 ‘6인6색 조경가 퍼포먼스’를 통해 잔디 광장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역사적 의미와 미래의 의미를 간직한 새로운 개념의 광장으로 만들자고 6명의 조경가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출하여 새롭게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만큼 서울광장은 조경 인들에게 특별한 공간이자 묵혀둔 숙제이기도 한 것 같다. 서울광장을 다른 도시의 비슷한 공간과 비교해 보면 아쉬운 점들이 많다. 뉴욕 맨해튼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거대한 도시공원의 교과서인 센트럴파크나 화려한 모습의 타임스퀘어광장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라고 이야기 한다. 개인적으로는 맨해튼을 방문할 때 마다 꼭 많은 시간을 머무르는 장소가 있는데 그곳은 영화 ‘투모로우’에서 주인공들이 도망갔던 뉴욕공립 도서관이 있는 브라이언트파크다. 홀리데이마켓으로도 유명하고 겨울에는 시티은행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아이스링크가 특별한 감동을 주는 곳이다. 한여름 밤에는 뉴욕 필하모니의 공연과 서머 필름페스티벌이 무료로 펼쳐져 잔디에 이불을 깔고 편안하게 피크닉을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또한 잔디 마당 주변 나무 밑에는 정말 다양하고 소소한 레크레이션 활동과 대화하며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꽃이 가득 담겨져 있다. 항상 이곳에 앉아 나무 한그루 없는 썰렁한 서울광장의 모습을 떠올렸던 기억이 새롭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브라이언파크는 민간이 주도하여 운영하는 공원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조경은 지난 40년 동안 개발 위주의 시대를 지나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조경 분야를 발전시킨 조경 인들의 노고를 몰라서 하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지금 조경 산업은 건설 분야의 침체로 분야 전체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정도로 어려운 시기다.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조경이 국민 삶속에 직접 다가가 이야기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는 분명해 진 것 같다. 관주도형의 조경분야 성장 전략은 한계가 분명하며, 조경이 만든 공간과 시설에 대해 국민의 만족도를 높혀 조경의 가치와 위상을 다시 정립하기 위해서는 이제 민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조경의 패러다임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원문화도, 도시재생도, 건강한 삶의 기반도, 기후환경변화의 대비도 그 어떤 전략도 우리가 직접 국민의 삶 속으로 다가가야 한다. 이제 국민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가 소통하지 못한다면 우리 조경 분야는 급격한 변화의 시대라는 거친 풍랑에서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조경사회의 서울광장 조경박람회 개최라는 선택은 필연적이라 생각한다.

이제 7회를 맞는 대한민국 조경박람회가 서울광장으로 간다.
이번 기회는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을 통해 국민과의 소통의 가능성을 확인한 조경분야가 이제 직접 국민과 접촉하여 조경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을 확신 한다. 조경이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삶의 바탕이 되는 공공복지이며, 조경을 통해 도시의 삶의 질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선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얼마 전 조경학회가 선언한 문구처럼 조경은 건강한 사회의 척도이고 행복한 삶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것이 조경의 책임이자 과제임을 분명히 해야겠다.

5월 8일이 벌써 기다려진다. 남아있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조경분야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혜가 잘 모아지기를 바라며, 이 날은 한국조경사회 뿐만 아니라 모든 조경인들이 힘을 합쳐 한국 조경이 국민의 삶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날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안세헌(가원조경기술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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