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애란(청주대 교수·조경기술사)
중년! 또 다른 표현인 불혹(不惑)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시기’라 하여 공자가 40세에 모든 것에 미혹(迷惑)되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조경이 중년의 시기를 보내며 혼란의 현 시대를 헤쳐가고 있는 이 때 한 권의 책을 통해 중년의 놀라운 능력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선물로 책을 받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며 감사한 일인데 이를 깊이 느낀 것은 채 몇 년 되지 않는다. 또한 선사 받은 책을 바로 읽은 적은 몇 번이나 될까 싶다. 이제 중년이 되어서야 이 기쁨을 누리니 참으로 자신이 한심할 따름인 것은, 본인의 20여년간 일정규모이상의 설계사무소를 다닌 덕에 대표나 주위 분들이 시도 때도 없이 나누어주시는 여러 분야의 소중한 보물들이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핑계로 책장에 꽂혀 잘 펴지지도 않는 전시품이 되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 칼럼을 맡게 되며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이 선물 받은 보물들을 한권 두 권 꺼내면서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 칼럼은 ‘중년, 놀라운 능력의 발견’, 둘째 ‘안티프레질(Antifragile)’ 셋째 ‘자연에서 배우는 지혜 - 동적 평형’, 넷째 ‘여행과 산책하기’, 다섯째 ‘12절기와 정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꾸는 이와 주어진 사명’이란 주제로 청마의 해를 달려보고자 한다.

“우리는 중년에야 비로소 신을 닮은 지혜와 이성과 기억력을 갖는다” 케임브리지대 생물학자이자 동물학자인 데이비디 베인브리지(David Bainbridge)는 ‘중년의 발견’(원제 Middle Age)이란 책을 통해 과학 분야의 탐구를 통한 중년의 능력을 긍정적인 결과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는 중년을 40~60살로 임의로 정의하며 오늘날 인간이 맞이한 지혜롭고 풍요로운 중년은 ‘중년유전자’가 몇 백 만년 전부터 진화로 얻은 시간으로 오늘날의 여유로운 중년을 만들어낸다고 전하며 여타 동물의 삶의 중반부와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중년이란 늙어가는 과도기적 단계에 들어선 것이 아니며 정신과 육체, 성격과 사회적 변화에 있어 특별한 삶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년을 삶의 축복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단서이기도 하다.

인간의 중년은 왜 진화했을까? 이 시대 중년의 역할을 통해 알 수 있다. 세대 간 문화를 공유 시 문화전달자의 역할을 사는 위치. 이는 인간의 복잡한 문화를 전달하기 위해 뛰어난 인지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중년기에 가장 지혜롭다. 인지능력이 20대에 가장 높다고 하지만 이는 사고능력을 속도측면만 측정한 결과이며, ‘속도’보다 ‘경험이 주는 현명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년의 인지능력은 구술능력, 공간인식, 계산, 추리, 계획세우기 등을 종합평가 했을 경우 이 시기에 정점에 이르렀고, 65살이 넘을 때까지도 그 결과는 유의하며 퇴보하지 않았다. 결국 중년의 뇌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다르게 생각’함으로서 ‘빠르게 생각’하는 청년의 뇌와 달리 현명한 답을 내놓는다. 이러한 뇌의 작용은 성격을 유연하게 만들고 감성과 사고 능력간 균형을 이루게 만드는 등 성격, 감정, 심리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중년의 삶 - 40이후의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하는가? 바로 ‘고유한 존재’의 시기에 의의를 가지며 신체적 변화, 자극, 사회와의 관계에 변화를 맞이하여야 한다. 변화의 화살표 방향을 바르게 향해야 한다. 부정적 감정 형태는 결국 ‘발전’을 내포하며 위기는 ‘성장의 힘’에 자극제가 된다. 중년의 위기란 말은 얼마나 맥 빠지고 근거가 애매한 것이며 그래서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세부적인 중년 설계 이상으로 중년을 긍정적으로 계획할 의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스티브잡스는 “항상 갈구하라, 우직한 바보가 되라” 하며 일에 열중함과 동시에 상계(upper bound)를 판단하고 결정할 때는 합리성을 유지하라고 한다. 또한 로마의 풍자시인 퍼블릴리어스 사이러스(Publilius Syrus)는 ‘서둘러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고 말했다.

평정심 ‘감정 길들이기’
스토아 철학이 추천하는 현대적 현인은 두려움을 침착함으로, 고통을 정보로, 실패를 시작으로, 소망을 실천으로 바꾸어 놓는 사람일 것이라 하였다. 예를 들어 로마의 스토아주의자가 하인의 잘못을 분노와 정당한 행위를 구분하고 나중에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는 방법은 벌을 주기 전에 최소한 하루를 기다리는 것이다. 옛 하드라인 황제는 이미 저지른 분노를 가라앉고 나서 깊이 후회했다 하지만 하인의 상처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한다. 새해 잠시 불확실과 위기의 시기에 혜안을 찾는 정중동의 시간을 수시로 가져야 할 듯 하다. 결코 중립적인 자세를 말하는 것으로 오인되어서는 안되며, 대립적 구도나 양극단적 사고에 대처하는 이성적 판단력을 내포하는 것이다.

청마의 해! 중년기에 접어든 조경계와 이 시대의 전달자 역할을 하는 중년의 조경인들은 다함께 ‘문화 전달자’ ‘경험이 이루는 현명함’ ‘다르게 생각하기’ ‘고유한 존재’ 그리고 ‘평정심’을 가지며 멋진 새해를 함께 달려보기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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