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은 청마의 해다.
시인 유치환선생의 호가 청마라서 그의 시 ‘깃발’이 생각난다.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깃발의 움직임을 형상화하여 내적인 몸부림을 강렬하게 표현한 ‘깃발’ 시는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어린 마음을 흔들었다.

공원녹지 정책에 대한 열망과 관심이 큰 조경계가 청마의 해에 청마 시인과는 다른 ‘깃발’을 들고 소리가 우렁찬 아우성을 쳐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2014년이 시작되는 첫날 새벽에 확정된 올해 예산은 지난 주에 보도된 대로 ‘생활형공원사업’ 예산 250억 전액이 삭감됐다. ‘제천시 장평천 생태하천복원사업(9억7600만원)’과 ‘순천시 연향천 생태하천복원사업(10억33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용산공원 기본설계비 15억원도 사라져서 설계업무의 계속 추진이 불투명한 상태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국 의회 연설에서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DMZ 세계평화공원사업‘도 100억이 삭감된 302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쯤 되면 정부의 공원녹지 정책은 차별이 아니라 실종이라는 표현이 맞다.

반면 새해 예산안에서 회색인프라인 SOC 예산은 오히려 증액이 많았다. 증액 예산은 여야 실세지역에 특히 집중돼 있는데 토목예산이 모두 166건, 4397억5000만원이나 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대구, 경북지역에 28.7%가 집중된 1263억5000만원이 늘었고, 부산, 경남, 울산은 21.5%인 946억이 늘었으며 경기 23.4%(1029억원) 전북 9.5%(420억원) 대전, 충남 7.9%(350억원) 광주, 전남3.5%(156억원) 순으로 내려간다.

SOC 사업이 필요한 이유는 국가사업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필수 불가결한 사업이므로 예산을 배정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추가예산을 배정하는 것을 결코 배타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소외되어 가는 국가 녹지정책과 예산 삭감 과정을 지켜보면 소리 없는 아우성이 아니라 거대한 아우성이라도 질러야 할 판이다.

작년 초 국토해양부는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산업형 SOC에서 생활형 SOC로 투자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박근혜 정부가 정책과제로 국가도시공원확충 등 ‘생태휴식공간 확대 등 행복한 생활문화공간 조성’을 꼽으며 정부차원에서 공원녹지 확대의지를 나타내고 있던 것이 불과 10개월 전의 이야기다.

그동안 개발 위주의 패러다임을 이끌어 왔던 도시나 건축, 토목과 균형을 이루면서 자연친화와 생태보전을 이끌어오고 녹색공간을 통해서 국민건강과 예방적 복지와 재난방지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공원녹지정책이 예산이 배분되지 않아서 멈추어 섰다. 중앙정부는 지지체 업무라고 손을 놓고 지자체는 일만 주고 예산은 안준다는 이유로 손을 놓으니 녹색인프라의 구축은 요원해졌다.

청마의 해에 ‘깃발’을 들고 공원녹지 추가예산 배정을 외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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