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가들이 알아서 만들어 준 공원’을 시민이 향유하기만 하던 시대는 끝났다.

공원(公園)의 주인이자 최종 소비자인 시민들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테크놀로지와 자재산업의 발전이 시민의 만족도와 일치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시민들은 내가 이용하게 될 공원과 정원에 대한 자기 생각을 가지기 시작했고 말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조경은 신기술과 유행을 쫓아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아닌가?

‘공공디자인 아젠다’로부터 조경이 밀리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소통의 부재’에 있다.

공공디자인은 열린 마인드와 세련된 방법으로 시민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조경은 시민과의 소통을 소홀히 한 채 ‘작품과 영리’에 집중하고 있는 구도가 된 듯하다. 의도하지 않게 ‘상업디자인과 공공조경’에서 ‘공공디자인과 상업조경’으로 뒤바뀐 상황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미 공공환경 부문에서 소통이 시작되었으므로, 앞으로는 조경 스스로 시민사회와 소통에 나서지 않는다면 ‘다른 소통의 논리’에게 지배받는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다. 다양한 사회관계와 산업구조 안에서도 경쟁력을 잃게 된다.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조경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게 되면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군데서 표출되는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조경 법·제도 개선 노력이 ‘밥그릇싸움’으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시민사회의 지지가 중요하다. 현안 정책과제들의 실현 여부는 ‘조경이 국민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느냐’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조경계는 굵직굵직한 축제와 행사들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민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아이템이나 노력들은 부족하기만 하다. 조경계 스스로 그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도 있고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채널’이 없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소외계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해주던 방송코너 ‘러브하우스’가 국민들에게 전해 준 감동을 우리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조경가들은 시민사회를 위해 ‘감동’을 준비하고, 서둘러 ‘소통의 채널’ 구축에 나서야 한다. 벌써 많이 늦었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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