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한국조경신문은 이례적으로 ‘옥상녹화응원단 투쟁신문’이라는 호외를 제작해 배포했다.

창간 6년차를 맞아 처음 있었던 사례로 그 사안의 시급하고 중대성 공공의 이익이 인정돼 제작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또한 피난처로 여기며 찾아온 구호 요청에 대한 언론의 기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사태는 서울시 암사정수장에 시공하기로 계획돼있던 국내 최대 면적의 옥상녹화 대상지가 일방적으로 백지화되면서 태양광발전소로 설계변경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부당함에 맞서 항의하고 곳곳을 찾아 해법을 모색해봤지만 문턱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옥상녹화응원단을 조직해 대중투쟁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의 1인 시위는 어느덧 55일째를 넘어서면서 종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당초 목표였던 내년도 사업추진 반영이 최종 결정되지 않아 아직 그 성과를 논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들이 있어서 점검하고자 한다.

첫째,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와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번 사태를 일개 기업의 몽니로 폄훼하고 있지만, 본질은 생태적 가치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에너지 개발을 자행하려는 오만함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는 비단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만 국한된 독선이 아니라 건축·토목·도시계획 등 개발을 추진하는 쪽에서 그들의 이익에 방해가 되는 생태녹지에 대한 배제방침을 쉽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성격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곳곳에서 수없이 반복돼온 불합리한 행정에 해당하며 이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범생태녹지 분야 연대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둘째 그동안 이와 같은 무수히 많은 부당하고 억울한 사례가 발생해왔지만 대부분의 피해 당사자들은 혼자 대책을 찾아나서며 억울해하다가 포기하곤 했다. 이번 옥상녹화응원단처럼 장기간의 대중투쟁을 선택하고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이어가는 경우는 초유의 일이다.

이들이라고해서 그 지난하고 외로운 싸움에서 왜 포기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여기서 멈추게 되면 이런 생태녹지 침범사례는 더욱 노골화될 것이고 누군가는 또다시 제2, 제3의 피해자가 될 것임을 알고 있기에 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것이다. 여론의 변화가 물결치고 있음에도 권력을 가진 이들은 끄덕도 하지 않고 철벽같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밀어붙이고 있는 현실을 더 큰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억울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하소연할 피난처와 이들의 문제를 공공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업계 전체의 공생을 위한 매뉴얼과 시스템이 없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특히 관련단체들마저 상대가 서울시라는 거대조직이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본능적 문제에 맞닥뜨려야 했다. 파편화된 개인과 단체의 ‘이해’에 따른 처신을 존중하더라도 어딘가에는 흔들림없이 이들을 위해 우산이 되고 마이크가 될 수 있는 피난처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걸 해결하는 능력 또한 산업의 역량이다. 지금과 같은 불합리의 관성이 지배하고 패배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반복된다면 그 산업의 발전은 요원하다.

이제 각자가 처한 자리에서 만약 나에게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보루에 선 이들을 위해 어떻게 무엇으로 힘을 보탤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아직 옥상녹화응원단의 싸움은 종료되지 않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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