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경기도 고양시에서 물개 한 마리가 한밤중에 도로를 질주했다. 우연히 자동차를 타고 가던 목격자가 차 속에서 핸드폰으로 촬영한 화면을 보면 마치 검둥개가 뛰어 가는 것으로 착각을 할 정도로 잘 달리는 모습이었다.

고양시의 한 사설동물원을 탈출한 물개는 질주 끝에 4km 가까이 떨어진 곳에서 잡혀서 다시 동물원으로 되돌아 왔다. 119 구조대원이 출동하여 20분 만에 잡힌 물개는 몸길이 50cm 몸무게 20kg의 2년 3개월 된 수컷인데 탈출 방법이 확인이 안 되지만 그간의 활동을 CCTV로 촬영된 모습을 보면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어지간히 쇠창살을 붙들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 모습이 보인다. 우연히 열린 우리의 문을 통과한 물개는 동물원에서 3.6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는데 성인도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바다에서 사는 물개가 그렇게 멀리 도망을 갔다. 실제 물개는 물속에서는 시속 25km의 속도로 빨리 헤엄을 치고 땅에서는 사람과 비슷하거나 약간 빠른 속도로 걷거나 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바닷물에 한 번도 안 들어가고 4시간가량을 버티고 살아있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 물개의 이력을 살펴보면 지난 9월에 남미 우루과이에서 수입되어 한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고 고향이 그리웠던 녀석은 10월 초에 이미 한 차례 동물원을 탈출한 전력이 있다고 한다. 우리 인간이 볼 때는 말썽장이지만 물개의 입장에서 보면 지구 반대편 우루과이 앞바다에서 싱싱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다가 어쩌다 인간에게 체포되어 물설고 낯설은 곳에서 생면부지의 다른 물개들과 함께 갑갑한 수조에서 살아야 하는 운명을 저항하다가 잡힌 모습이 측은하기 짝이 없다.

이 사설 동물원은 개장한지 11년이 됐는데 지난 10월에는 조련 중이던 바다코끼리가 말을 안 듣자 사육사가 발로 차고 손으로 때리는 동물학대 행위가 몰래카메라로 적발돼서 물의를 산 적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에는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가 자기에게 먹이를 주던 사육사의 목을 물고 다시 우리로 돌아온 사건이 발생했다. 26년간 곤충담당을 했던 사육사는 순환보직차원으로 호랑이사로 이동되어 며칠 안 되어 사고를 당하고 끝내 숨졌다. 곤충의 움직임을 보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직원이 그 전문성을 유지하게 하지 못하는 보직순환 시스템은 암만 봐도 납득이 안간다.

이와 비슷한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2004년에는 늑대가 탈출했으며 2010년 12월에는 말레이곰이 도망쳤다. 청계산 일대를 10일 동안 헤메다가 잡힌 곰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튿날 관람객에게 탈주곰이란 전과가 씌워져서 다시 공개됐다. 또한 코뿔소가 우리 밖을 다니다가 물대포를 맞고 급사하고 원숭이가 돌아다니다 붙잡혔다. 이런 동물원 탈주사건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욕심이 낳은 동물재해라고 할 수 있다.

조경의 경우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조경공사를 한답시고 산 속에서 잘 살고 있는 나무를 제대로 옮기지 못해서 죽게 하고 관리부실로 수목을 고사하게 만드는 조경인은 동물원의 관리 부실을 탓하기에 죄가 너무 크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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