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정원의 도시, 순천 선언문’이 제정됐다.

그 맨 끝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정원은 ‘순천만 정원’이 시작하며, 천 년을 이어갈 귀중한 자산인 정원 속에 천 년의 숲을 만들고, 대한민국의 정원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선다”며 맺고 있다.

순천시민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정원정책이 시행된다면 ‘제1호 국가정원’으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이 지정돼 롤모델이 되고, 세계만방에 한국 정원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겠다는 결의를 담은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순천시민들의 바람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령에 ‘국가정원’ 조항이 명문화되어야 하지만 아직 정원을 정의하거나 정책화한 법률이 없는 게 현실이다.

작년 말 소극적인 개념의 정원 법 개정을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에 삽입하려다가 거둬들인 산림청은 올해 혁신적인 발상을 통해 새로운 솔루션으로 업그레이드된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순천만 정원의 지원근거도 이 개정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 가운데 유일하게 정원정책의 A~Z까지 준비하고 두 차례의 공청회를 겸한 심포지엄을 열어 조경·원예·임학 등 교수, 전문가들이 함께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급한 곳은 순천시인 모양이다. 얼마 전에는 조충훈 순천시장이 신원섭 산림청장에게 “연내에 꼭 입법 추진해 달라”고 재촉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당장 내년부터 박람회장을 ‘순천만 정원’으로 탈바꿈해서 개장하고 유지관리 해야 할 입장이니 다급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처럼 ‘정원·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경계 일각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 마련에 부산하다. 일부에서는 산림청이 정원 정책을 맡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과거의 경험에서 기인하는데, 조경분야와 상생 없는 임업만을 위한 정책, 협의 없는 법 개정 추진 등으로 오랫동안 피해가 축적돼 있다는 사실을 산림청은 기억해야 한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폐막 엿새 뒤인 10월26일 순천시가 시민의 날을 맞아 ‘정원의 도시, 순천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이 문구들을 살펴보면 현대 사회에서 정원이 무슨 의미인지, 주민들에게 정원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를 깨우쳐주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어떤 형태가 됐든 순천시를 넘어 모든 지자체가 이를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일곱 번째 항목을 살펴보자.

“순천은 건강행복도시로 유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건강한 정원 속에서 시민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리는 도시로 만들어가며, ‘순천만 정원’을 건강증진구역으로 지정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우리는 여기서 ‘순천만 정원’을 다른 정책용어로 바꿔서 읽어보고자 한다. ‘울산시 대공원’이나 ‘정성군 편백숲’·‘남양주시 도시텃밭’ 등으로…

예를 들어 울산광역시는 공원으로, 장성군은 숲으로, 남양주시는 도시텃밭으로 치환해서 읽는다고 하면 다른 개념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정책은 국가정책의 고객인 각 지자체가 고유 여건이나 철학에 따른 선택의 차이이며, 이는 다양성의 문제이다. 순천시는 지역 브랜드를 살려 정원을 특화시키고자 했으며, 국토교통부의 공원 정책, 산림청의 도시숲 정책, 농림축산식품부의 도시농업 정책은 멀리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기에 순천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한 ‘정원법’ 개정에 목을 메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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