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중부지역을 강타한 태풍 하이옌의 피해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어서 자연의 힘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의 무력함을 실감케 한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은 지구의 날씨를 변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태양의 주의를 돌기 때문에 낮과 밤, 계절의 변화가 생기며 이로 인해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량의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대륙과 바다 적도에서는 태양일사에 의한 열에너지가 풍부하고 극지방과 같은 지역에는 열에너지의 결핍에 다른 열적 불균형이 일어난다. 이런 열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현상 중 저위도 지방의 따듯한 공기가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엄청나게 공급받으면서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면서 고위도로 이동하는 기상현상을 태풍이라 하며 일반적으로 최대 풍속이 17m/sec 이상이 열대저기압을 태풍으로 부른다.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태풍은 지구의 에너지 및 물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지구 스스로의 생명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태풍의 이름은 태풍 권역에 있는 아시아지역 14개국에서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한 것을 차례로 사용하고 있고 각 나라는 태풍이 조용하게 지나가라는 의미로 여성명사나 부드러운 이름을 사용하고 있고 큰 피해를 주는 태풍 이름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이번 태풍 하이옌은 중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바다제비를 의미하는데 순간 최대 풍속이 시속 379km로 상상하기 어려운 빠른 속도로 필리핀 중남부를 강타했는데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5% 정도가 증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경제적 피해가 약 15조 원에 이른다고 하는데 서울시 1년 예산이 21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피해를 많이 준 매미보다 3배 가까이 강력한 위력을 가진 하이옌의 발생원인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지구온난화라고 한다. 서태평양의 수온은 28도에서 30도로 뜨겁게 달궈져 있는데 이 수온이 더욱 올라가면서 수증기가 많이 발생하게 되었고 이를 에너지 삼아 태풍의 위력이 더욱 더 강력해졌는데 이 태풍이 찬 공기가 내려온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위도 지방으로 북상을 하지 못하고 필리핀 쪽으로 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7만 명 정도가 살던 지역이 22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구가 밀집되어있고 절대빈곤에 따른 자연훼손과 부실 시공된 가옥이 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했는데 이것 때문에 미국 마이애미대학에서는 이번 재앙의 75~80%는 자연보다 인간의 책임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매년 우리나라에도 많은 피해를 주었던 태풍도 우리가 훼손한 산과 강물의 역행이 큰 재앙을 초래했음을 경험치로 알고 있다. 다행히 올해에 우리나라에 태풍이 맥을 못 춘 이유가 찬 공기 때문이고 겨울철로 접어든 우리나라는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앞으로 태풍의 피해를 줄이려면 자연의 복원력에 대한 이해와 섭리에 잘 따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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