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주변 일본대사관 신축 허가와 관련한 규제적용에 대하여
지난 275호에 경복궁 남동쪽의 일본대사관 신축 허가와 관련하여, 해당 지역에 대해서 국가 소관인 문화재보호법에서는 문화재주변 현상변경 허용기준 5구역 14m 이하이고, 기초자치단체인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에서는 32.4m로 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다루었다.

그렇다면, 높이 제한은 어떠한 것이 우선일까. 당연히 법에서 적용한 기준이 우선이다.
그럼에도 왜 일본대사관은 신축 허가가 났을까 의문이 든다. 그리고, 서울시에서는 어떻게 법에서 정한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높이로 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법에서 정한 기준을 모르고 그랬을까?
여기에는 분명 정치적인 배경이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다고 짐작이 가나,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문화재주변 현상변경 허용기준 5구역에 적용되는 14m 이하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에서는 인접해있는 트윈트리빌딩이 이미 고층으로 지어져 있고, 그 건물에 일본대사관이 가려서 경복궁쪽에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일본대사관 높이가 높아져서 경복궁(의 역사문화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 4대문 안은 조선시대 수도로서 정치경제사회적 역할을 수행한 중요한 공간이다. 그 중에서 경복궁은 그 핵이 되는 공간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왈가왈부할 수 없을 만큼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서울 4대문 안은 이러한 역사적 요소는 물론 역사적 분위기(역사적 환경)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하여, 현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아래그림을 보자.
아래 그림은 일제강점기인 1908년도에 조선총독부가 제작한 ‘경성용산시가지도(京城龍山市街地圖)’이다. 이 지도의 특징은, 제작당시 한양성곽 전체가 표시되어 있고, 4대문 안에 청계천을 비롯하여 많은 하천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여러 중요한 특징이 있지만, 경복궁의 동십자각(그림의 동그라미 부분) 주변을 보면, 현 일본대사관의 위치임을 알 수 있다.
 

▲ ‘경성용산시가지도(京城龍山市街地圖)’


다시, 현 일본대사관 위치를 확대해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그림을 보면 ‘松峴’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를 우리말로 풀이해보면 ‘소나무고개’가 된다. 지금은 소나무가 늘어서 있는 풍경을 연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지만.

우리는 ‘조물주’의 시각에서 서울시를, 더 나아가서 우리가 사는 지역을 내려다보지 못하고 있다. 높은 산에 올라가거나 고층 건물의 스카이라운지에나 가야 우리가 사는 곳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얼마나 열악한 곳에서 살고 있는가를 실제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그걸 안다면 적어도 현재와 같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역사문화환경을 훼손하거나 파괴하거나 하는 일은 심사숙고하지 않을까 한다.

가까운 동경의 모습을 보면, 우리가 우리의 서울을 얼마나 홀대하고 있는지, 무신경한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아래의 사진은 서울보다 더 규모가 큰 일본의 수도 동경을 축소하여 모형으로 만든 것이다. 2003년 8월 23일 록봉기힐즈가 오픈하던 날 열린 ‘세계도시전’에 전시된 동경의 모형이다.

적어도 우리만큼 고층건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동안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고층건물은 그리 많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의 우측에 나타난 고층건축물에 인접한 녹지는 바로 일본의 왕이 사는 ‘황궁’이다.

여러분들은 여러분들 ‘어르신’께서 생활하시던 곳을 얼마나 더 황폐하게 만들고 위축시켜야 성이 찰 것인가. 서울시 도시계획의 시작은 바로 ‘역사문화환경’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그 핵심범위가 바로 경복궁 등의 고궁을 중심으로 하는 4대문이 형성하고 있는 공간이다.

‘역사문화환경’은 지키지 않으면, 그 이후로는 가질 수 없고 누릴 수 없다.

 

 

▲ 일본 동경 축소한 모형

 

오민근(한국조경신문 편집주간·지역과 도시 창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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