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태호(동국대 교수/(사)한국고도육성포럼 회장)
조경(造景)을 중국에서는 원림(園林)이라 한다. 우리는 조경을 경관을 만드는 행위로 본 반면 중국은 인공의 공간인 원(園)과 자연을 대표하는 숲(林)을 합하여 표현하였다. 물론 조경 도입기에 영어로 된 전문용어를 번역하면서 정착되어 진 것이기도 하나 사물을 보는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문헌에 의하면, 중국은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에 도시를 건설하면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궁성을 배치하고, 미국의 뉴욕과 같은 격자형 도로망을 배치하였다. 그리고 도시 내 토지를 용도별로 구획하고 이용하였다. 즉, 의도적인 토지이용을 실시하였던 것이다. 왼쪽에는 종묘(宗廟), 오른쪽에는 사직단(社稷壇)을 두고 궁성 앞에는 관청의 거리를 배치하였다. 이와 같은 토지이용 기법은 조선시대 한양의 도시계획에 도입되었고, 오늘날 서울에도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중국의 건축물 배치를 보면 일정한 규칙이 있다. 자금성의 건물 배치를 보면 중심축선과 대칭을 형성하고 있다. 완벽한 대칭 구조에 빈틈이 없다. 건물의 형태만이 아니라 정원에 심은 수목의 종류, 크기, 형태 까지도 대칭을 이루고 있다. 만리장성을 보면 산 정상 따라 성을 축조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험준한 산의 능선을 따라 성벽을 축조하였다. 산 정상에 성벽을 쌓아야 한다는 원칙하에 진시황 시절부터 축조한 그 기법으로 명대까지 만리를 쌓았다.

여기에는 중국인들의 기질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통치 철학이 담겨져 있다. 중국은 광대한 지형 특성상 각 지방의 풍습과 관념이 다를 뿐만 아니라 언어도 다르다. 한족(漢族)을 제외한 55개의 다양한 소수민족은 물론이거니와 한족들 사이에도 지방에 따라 말이 통하지 않는다. 어투가 다른 것이 아니고 사용하는 단어가 다르다. 학교에서 표준말을 배우지 않았다면 사실상 외국인 끼리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천하를 통일한 왕조는 무엇인가 합리적인 규율을 정하지 않고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기가 어려웠다. 합리적으로 하지 않으면 분쟁이 일어나게끔 되어있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달걀을 팔 때에도 무게를 달아서 판다. 왜냐하면 달걀 마다 크기가 다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히 수박과 참외도 달아서 판다. 그래서 수박 한 덩어리에 얼마가 아니라, 수박 한 근에 얼마로 판다. 따라서 중국 상인들에게는 개평도 없고 덤으로 주는 것이 있을 수 없다.
중국인은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처리하려고 한다. 따라서 매사에 제도와 규정을 만들기 좋아한다. 그래서 중국 관리들은 무슨 일에 부딪치면 ‘규정에 의하면’이란 말을 좋아한다.

중국인과 한국인은 외모는 비슷한 것 같으나 내용과 본질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면 중국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잘 나타나 있다. 석가탑은 이성적이고 다보탑은 감성적이다. 중국에서는 이와같이 전혀 성격이 다른 탑을 대칭으로 배치하는 법이 없다. 법식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중국은 건물을 지으면서도 밖에서 어떻게 보이느냐를 중시한 반면 우리는 안에서 바깥 경치가 어떻게 보여 지느냐를 중요시하였다. 따라서 중국의 건물은 짜임새를 갖추고 위엄이 있는 반면 한국의 건물은 다소 엉성해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규모나 형태만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내재된 우리의 사고에는 중국인과 본질적으로 다른 유연함이 있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정보를 축적한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에도 착오가 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는 중국의 아류(亞流) 정도로 생각하여 연구하려 들지를 않는다. 연구 태도도 변방의 일부분으로 가볍게 취급하려 든다. 오직 경제 문제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최근에 나타난 북경원림박물관의 한국정원 전시물도 이런 시각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의 전통조경을 소개하면서 조선반도라 표기하고 경주의 안압지를 북한의 안학궁과 함께 작은 도판을 만들어 전시한 것은 불쾌감 주기에 충분하다. 전시된 대부분의 국가는 모형과 도판을 함께 전시한 것에 비해서 홀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다고 무조건 항의 할 수만 없는 양국간의 미묘한 관계가 남아있다. 남북한을 동시에 고려해야하는 저들의 어려움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그동안 경제발전에 치중하면서 숱한 환경문제를 야기시켰다. 급속한 도시화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신도시를 건설하였지만 생활환경의 질은 아직 경제대국의 위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중국은 동부 연안도시에서 서부 낙후지역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역균형 개발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새로 건설되고 있는 도시의 당면 목표는 생태도시건설이다. 잘 들여다보면 그동안 우리가 축적한 노하우를 적용할 프로젝트가 곳곳에 널려 있다. 겉 모습만 보지 말고 본질적인 문제를 잘 파악한다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도시건설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새해에는 국내의 어려운 조경시장 타개를 위해 중국 시장을 노크해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 때 제대로 실력을 갖춘 한국 조경전문가와 합작을 원하는 중국인들이 의외로 많다.

우리는 모든 일을 습관적으로 정치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국인은 의외로 정치에는 무덤덤하고 매우 현실적이고 실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중국인의 관습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새해에는 대륙에서 성공한 한국 조경인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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