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사구는 해류에 의하여 사빈으로 운반된 모래가 파랑에 의하여 밀려 올려지고, 그곳에서 탁월풍의 작용을 받은 모래가 낮은 구릉 모양으로 쌓여서 형성되는 지형을 말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빙하기 이후 약 1만5천 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겨울철 순간풍속 17m/sec의 강한 북서풍으로 바다 속 모래가 파랑을 타고 바닷가로 밀려들어 쌓여서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다.

태안반도 서북부의 바닷가를 따라 형성된 길이 약 3.4㎞, 폭 약 0.5∼1.3㎞의 모래언덕은 내륙과 해안의 완충 공간 역할을 하며 바람자국 등 사막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경관이 나타나는 곳이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신두리 해안 만입부의 모래 해안 배후를 따라 분포하고 겨울철에 우세한 북서풍의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으며, 인접해역이 대체로 모래로 구성되어 있어 간조시 노출된 넓은 모래갯벌과 해빈의 모래가 바람에 의하여 해빈에서 육지로 이동되어 사구가 형성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진 지역이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전사구, 사구습지, 초승달 모양의 사구인 바르한 등 다양한 지형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해안의 퇴적지형으로 특징지을 수 있으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로서 사구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사구의 형성과 고환경을 밝히는데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돼 있다.

그런데 이곳에 엄청난 대재앙이 찾아왔다. 지난 달 뚜벅이로 찾아간 신두리 사구는 몇 년 전에 내가 보았던 신두리 사구가 아닌 넓은 면적의 모래사막이 생겼다. 알아보니 지난 봄에 태안군청에서 사구보전을 위해서 식생제거를 한다고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고서 중장비를 들여서 40만㎡의 면적에 있는 식생을 뿌리째 걷어내고 모래를 노출시킨 뒤 그 위에 데크를 깔아 놓았다.

원래 사구는 모래와 식생이 어우러져서 침식이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것인데 식생을 없애니 모래가 사막에서처럼 바람에 의해서 이동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데크가 벌써 모래에 잠기고 있었다. 살던 식물을 제거한 목적이 모래를 잘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으로 식생을 제거하게 만들었고 관람동선을 편하게 하려고 설치한 데크가 모래에 파묻히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전체면적의 25%에 달하는 면적을 파헤칠 때 실험도 없이 이렇게 한꺼번에 무차별하게 진행된 훼손에 그저 할 말을 잃었다.

이곳은 사구성식물 29종, 귀화식물 20종, 자생식물 237종 등 311종의 식물과 116종의 곤충, 24종의 조류, 12종의 포유류가 살고 있다. 훼손된 곳에 살던 멸종위기인 주홍거미와 표범장지뱀 등의 서식지가 중장비와 모래를 실어 나르는 트럭의 굉음과 함께 사라진 것이다. 모래 사구를 복원한다고 오랫동안 존재한 사구를 인위적으로 옮기는 생태테러를 인간이 저지르고 있다. 그런데 더 큰 걱정은 앞으로 더 뒤엎는다는 벼락같은 계획이 있다고 한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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