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화(서울대 식물병원 외래임상의·농학박사)

산림과 마찬가지로 도시숲도 조성된 후 생장단계에 따라 전정, 시비, 간벌, 갱신 등의 유지관리 작업을 계획적으로 실시해주면 건강하게 유지되어 많은 편익을 제공하게 된다. 그런데 도시숲은 산림에 비해 주변 여건이 복잡하고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더욱 다양하고 빈번한 유지관리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주변의 도시숲은 대부분 이러한 사후관리 없이 방치되거나 불필요하고 그릇된 간섭으로 건강이 크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숲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관리 작업으로는, 식재 후 관리인 관수, 지주 관리, 멀칭 등과, 활착 이후 실시되는 전정/가지치기(pruning), 시비, 간벌, 그리고 수명을 다하거나 손상이 큰 수목에 대한 제거와 교체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식재 후 관리 분야는 앞으로 다룰 예정인 개별 수목에 대한 관리요령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활착이후의 유지관리 분야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전정/가지치기
영어의 pruning을 임업에서는 가지치기로, 조경수목 관리에서는 전정으로 각각 부르고 있는데, 이는 작업 내용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무결점의 통직한 목재 생산을 목표로 하는 임업에서는 아래쪽 가지가 굵어지기 전에 이를 제거하는 가지치기가 pruning의 주된 작업이다. 그러나 도시숲의 수목은 미관과 공해방지, 에너지 절감, 차폐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식재되고, 주변의 건축물이나 기반시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에 적합하도록 수목의 형태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pruning 작업도, 단순히 가지를 제거하는데 그치지 않고, 수관을 축소하거나 솎아주고, 통행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관을 높여주고, 아름다운 수형을 만들기 위해 수관을 다듬어주는 등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보다 포괄적인 용어인 전정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 사진1.무자비한 두절로 갑자기 모든 가지를 잃고 흉물스럽게 변한 양버즘나무.

전정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수목관리의 각 분야를 다룰 때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도시숲의 기능을 일시에 파괴하는 두절(頭切, heading/topping)의 폐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두절은 작업자가 원하는 위치에서 수목의 굵은 가지나 줄기를 일거에 제거하는 극단적인 수목관리 작업으로, 수형의 파괴는 물론 절단 부위에서 시작된 부후는 해당 수목을 위해한 수목(hazardous tree)으로 발전시키고, 심하면 죽게 하는 등 인간이 수목에 대해 저지르는 극단적인 죄악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작업이다(사진1).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작업이 널리 자행되고 있는 것은, 식재 부지보다 크게 자라는 수종을 식재한 후 주기적으로 크기를 조절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방치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릇된 작업 관행은 이미 수목의 크기를 축소하는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정착되어 있어서, 이러한 폐해를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우리 스스로 이러한 작업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기능을 잃은 도시숲과 인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수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비
도시 토양은 다양한 기반조성 공사로 인해 크게 교란되어 있고, 유기물이 부족하여 수목이 자라기에는 여건이 불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목을 식재하기 전에 토양을 개량하는 조치를 취하거나, 활착된 이후에 추가적인 시비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식재지 토양 문제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 수목은 주어진 토양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교란되고 척박한 도시 토양에서도 큰 문제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보아도, 도시에 식재된 수목에서 발생한 문제는 영양부족보다는 처음부터 불량한 수목을 식재하거나, 그릇된 가지치기, 배수 불량, 생육 공간 부족 등에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생육불량의 원인이 부족한 영양 때문이라는 명확한 진단이 나오기 전에는 도시수목에 대한 시비를 삼가는 것이 좋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비를 하게 되면 자칫 영양의 과다공급이나 불균형으로 이어져 일부 조직의 과다 생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관리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간벌

▲ 사진2. 밀식된 후 방치된 은행나무가 가늘고 길게 자라고 있다.

우리는 원하는 경관을 빨리 조성하기 위해, 또는 식재 후 고사로 인한 경관의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수목을 조밀하게 식재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렇듯 초기에 수목을 밀식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식재 후의 사후관리이다. 일반적으로 어린 수목을 식재한 경우, 2년 정도가 지나면 활착여부가 결정되며, 이때까지 살아남은 수목은 본격적인 생장을 시작하게 된다.

식재된 개별 수목이 몸집을 키우기 시작하면 인접한 수목끼리 가지가 얽히고 그늘을 지우게 된다. 이처럼 좁은 생육공간을 두고 경쟁하는 수목은 더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키를 키우는 데에만 열중하여 직경생장이 부진하게 되기 때문에 가늘고 길게 자라게 된다(사진 2). 이러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모든 수목은 수고/직경비율이 높은 연약한 수목이 되어 바람에 쉽게 꺾이게 되고, 조기에 생장 한계에 도달하여 해당 숲 전체가 일찍 쇠퇴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목 간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 주기적으로 해당 수종이 필요로 하는 생장공간을 확보해주는 간벌(間伐, thinning)을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간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식재에 앞서 간벌작업까지 고려한 식재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 계획 없이 조성된 도시숲을 간벌하면 개별 수목은 건강하게 자랄지 모르지만 최종적인 모습은 우리가 원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제거와 교체

▲ 사진3. 수간이 부후하여 위해한 상태로 방치된 가로수.

도시숲을 구성하고 있는 수목은 성숙기가 지나면 기능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수목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문제는 안전 때문에 수명이 다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릇된 관리나 건설공사로 인해 수목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거나 생장환경이 바뀌어 가까운 시일 내 위해한 수목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경우에도 기존 수목을 교체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사진 3).

도시숲 조성의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는 문제가 발생하면 반응하는 사후관리 위주로 이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미화를 위해 1980년대에 집중적으로 식재한 수목들이 성숙기에 이르렀고, 이들 수목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관리 관행으로 위해한 수목이 누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도시숲 관리가 계획적이고 사전적 관리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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