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우리민족의 다양한 축제는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 많다. 그리고 새로운 축제도 많이 탄생됐다. 지역색을 살린 축제는 지역경제활성화와 주민의 공동체의식함양 및 지역 홍보, 타 지역과의 커뮤니케이션, 관광산업활성화 등의 순기능이 많다. 최근에는 각 지차체에서 기획된 많은 이벤트와 축제가 대한민국을 활기차게 하고 있으며 전통과 문화 측면에서 풍성한 잔치가 된다.

작년 이맘때 한국조경신문이 매달 진행하고 있는 뚜벅이 행사 때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다녀왔다. 화려하게 장식되어 남강에 떠있는 유등은 참가자들은 모두 환상적인 감동과 오래도록 기억될 멋진 장면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들었던 묘한 한 마디가 다시 기억이 난다. “이번 축제에 전시하려던 등불 중 제일 크고 좋은 등불이 서울 청계천등불축제로 가버렸다”는 것이었다. 듣는 순간 매우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널찍한 진주 남강에서 여유 만만한 모습으로 떠있어야 할 유등이 좁디 좁은 청계천 골짜기에서 덩치에가 어울리지 않은 옹색한 모습으로 서있을 것을 상상하니 불쌍한 생각마저 들었다.

폐막을 얼마 남지 않은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서문 옆에는 지역홍보관이 있는데 몇 몇 지자체에서 자기 지역 홍보를 하는 전시관이 있다. 그 중에는 진주시에서 진주남강유등축제를 홍보하면서 서울시의 청계천등불축제를 반대하는 서명을 받는 행사를 하고 있다.

그 취지는 지역행사를 홍보하기도 하고 유사축제가 가져오는 피해를 우려하는 듯하다. 더구나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유사행사를 비슷한 기간에 개최하는 것이 꽤나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같다. 실제 진주에서는 “서울시는 진주유등축제를 베끼지 마라“면서 통렬히 비판하면서 정부차원에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진주에서 남강에 띄우는 유등놀이는 우리 겨레의 최대 수난기였던 임진왜란의 진주성 전투에 기원한 것이라고 한다. 1592년 10월 김시민장군이 3,800여명에 지나지 않는 적은 병력으로 진주성을 침공한 2만 왜군을 무찔러 민족의 자존심을 드높인 ‘진주대첩’을 거둘 때 성 밖의 의병 등 지원군과의 군사신호로 풍등을 하늘에 올리며 횃불과 함께 남강에 등불을 띄워 남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저지하는 군사전술로 쓰였으며, 진주성내에 있는 병사들과 사민들이 멀리 두고 온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으로 이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반면 서울시는 서울등축제는 역사는 짧지만 별도의 주제를 가지고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진주유등축제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양 축제가 세계적인 축제로 도약할 수 있도록 협력하자고 설득을 하는 형국이다.

두 도시의 불편한 관계가 궁굼해서 작년 뚜벅이 때 유등축제를 안내해 준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강호철교수에게 물었더니 “서울에서 등축제한다고 진주로 올 사람이 안 오는 것도 아닐테고 진주유등축제의 맛은 와 본 사람만 안다”고 명쾌히 답을 해준다. 그게 답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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