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수능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라는데 생각해보면 첫 번째로 만나는 가장 큰 시험이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진학을 위해 치른 시험이 아니었을까 되짚어 본다. 가뜩이나 떨리고 준비한 것도 많이 부족한데 날씨는 왜 그리 춥던지…. 오늘 하루만 지나면 인생이 해방되는데 어제와 똑같은 그 하루가 왜 그리 길었던지…. 옆에서 시험을 보는 친구는 왜 그리 문제를 잘 푸는 것처럼 보이던지…. 그렇게 해서 대학에 진학을 하고, 좀 게을렀던 친구도 열심히 공부한 친구도 졸업을 앞둔 10월을 맞이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우리나라 사계절 중에 가을만한 날씨도 없겠지만, 10월은 특히 이 시대 모든 대학생들이 취업과 진로에 대하여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는 시기이기도 하다. 계절이 선물하는 낭만과 사색의 여유보다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지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스펙들(자격증, 토익, 토플, 사회봉사활동, 해외어학연수, 국토대장정, 공모전, 인턴십 등)을 정리하고 채용정보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이 스펙들을 준비하기 위해 졸업을 연기해야 하기도 했고, 부모님께 떼를 써서 외국에 나갔다 오기까지 해야 했다. 전공과목과 학점도 나름대로 관리하며, 참신한 포트폴리오를 작성하여 최대한 나를 나타내기 위한 정성을 다했다. 하지만 서글프게도 과거나 현재도 모두 알아서 날 미리 반겨주는 곳은 정말 많지 않다. 아니 거의 없다. 먼저 취업한 친구의 빈자리가 커 보이는 만큼 마음은 점점 조급해진다.
대학생과 2030 구직자의 취업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각 시대마다 주력하는 산업이 다르기는 하지만, 누구나 예상하듯이 대기업과 공기업, 공무원의 선호도가 가장 높다. 대부분의 선호 이유는 기업 이미지와 연봉 그리고 근무환경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정말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 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다.
조경분야에 있어서 취업은(지금은 좀 더 세분화 되었지만) 주로 설계와 시공 및 유지관리, 엔지니어링 회사로 한정되고, 일부 대기업과 공무원 그리고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결정하게 된다.
한국조경의 역사는 40여년으로 그동안 도시발전과 함께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최근 지속적인 국가경제불황으로 조경을 포함하는 건설업 분야는 총체적으로 최악의 우울한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발주되는 물량이 급속하게 감소하다 보니 설계회사에서는 자체적인 인력 구조조정으로 많은 인재들이 자리를 비우거나 떠났고, 지난 9월에는 조경시공 선두업체 4곳이 부도 상태에 이르러 기업회생절차개시에 들어갔다. 대기업에서는 정규직 보다는 계약직 채용을 선호하고, 채용인원도 대대적으로 감축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학과장 회의 때 총장에게 졸업생 취업률을 보고해야 하고, 학과 교수들은 사회 선배들에게 이리저리 부탁과 강요를 해보지만, 서로 어색한 미소가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졸업이 코 앞인 예비 조경가들에게는 맥이 빠지고, 한숨만 나오는 암울한 현실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제활동현실과는 다르게 우리시대의 조경은 원예중심에서 공학, 건설의 시대를 거쳐 도시문화와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생태적 지속성과 정원문화를 중심으로 생활조경과 녹색환경복지가 주요 쟁점으로 꾸준하게 시민사회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시민 스스로가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시스템이 구축되어 가고 있으며, 녹색서비스에 대한 현시대와 시민들 요구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대학에서 실무능력배양 부족과 미미한 정보교류도 크게 개선되어야 하지만, 조경계 리더와 전문가들이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예비 조경가들과 진솔하고, 솔직한 조경공감의 시간을 자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조경시대를 이끌어갈 수많은 인재들이 이러한 사회변화와 정체성 확립에 매우 목말라 하고 있다.
문득 대학교 1학년 때 조경학개론 첫 번째 수업시간이 생각난다. 조경에 대한 꿈을 꾸고, 미래의 내 모습을 설계하며, 미소짓던 어느날 오후 그 때. 2013년 10월, 또다시 취업과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즌이 돌아왔다. 조경가로 가는 길목에 서있는 이 시대 모든 예비 조경가 후배들이 막힌 길을 넘어 멋진 조경가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