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발생한 조경업체 4곳의 부도사태 이후 조경업계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다음엔 어느 업체다’라는 근거 없는 말들이 떠돌아다니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당장 제품을 구입하려는 시공업체와 제품을 공급하는 자재업체간 분위기가 그러하다. 의례적으로 해왔던 외상거래도 이제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시공업체가 쓰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제품을 납품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자재업체나 선급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선금을 주고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시공업체 모두 난처한 상황이다.

이렇게 조경업계를 냉각시키며 부도 쓰나미를 불러온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발주물량 축소, 과다한 업체수 증가, 과당경쟁으로 인한 최저가 낙찰, 재하도급 등 조경업계를 넘어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

해도 손해 안 해도 손해 보는 최저가낙찰제 그리고 재하도급
최저가낙찰제와 재하도급 문제는 조경업계를 넘어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사안이다.
300억이상 공공공사에 적용되고 있는 최저가낙찰제는 업체간 나눠먹기식 공사수주를 막고 정부 예산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잡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기술보다 가격에 의한 공사주수로 인해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특히 원도급사의 저가수주는 하도급사의 부담으로 돌아오면서 건설산업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건설경기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물량마저 급감하다보니 최저가낙찰률은 더 심화되고 있다. 관급공사를 최저가로 낙찰받은 원도급업체들은 일정정도의 마진을 떼고 하도급을 주고, 하도급을 받은 업체가 재하도급을 주게되면 심지어 설계가의 50% 수준에서 해야 하는 실정이다. 공사를 하면 적자라는 걸 알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체 관계자는 “일이 없어서 직원들이 놀 때 1000원을 까먹는다면, 저가수주로 공사를 하면 500원을 까먹는다. 손해보는 걸 뻔히 알면서도 할 수 밖게 없는 현실”이라며 “계속되는 저가수주는 적자 누적과 유동성자금 경색으로 이어진다. 이게 업계의 현주소다”라며 저가수주로 인한 악순환을 하소연했다. 또한, 최저가낙찰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업계 전체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도급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자재업체 역시 한숨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자재업체 관계자는 “가령 원도급자가 83%에 공사를 따게 되면 하도급업체는 평균 60~70% 정도에 받는데, 이 정도면 그나마 손해보지 않고 납품하고 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재하도급으로 간다면 60% 이하까지 떨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자재납품이 곤란한 상황에 놓인다”며 저가 하도급으로 인한 자재업체의 고충을 털어놨다.

이번에 부도난 업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모 종합건설사 관계자 역시 최저가 낙찰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업체가 부도나기 전 업계에서는 이미 소문이 다 돈다. 특히 최저가 수주는 부도로 이어지는 가장 큰 징후 중 하나로 본다. 자금 경색이 오다보면 최저가로 입찰하게 되고, 그래서 기성금을 주면 돌려막기 하게 되는 현실이다.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최저가낙찰이 부실업체를 양산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사안에 따라 대립 구도에 있는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최저가낙찰제 폐지 만큼은 서로 공감하고 있으며, 최근에 대안을 위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 중 적정가격을 추구하면서 계약이행능력, 투찰가격, 시공계획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종합평가낙찰제’의 도입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진입장벽 없어 계속 증가하는 업체 수 
2000년대 중반 조경건설업의 면허 등록기준이 완화되면서 업체수가 급증했다. 반면 건설경기는 장기침체로 물량이 급감하다보니 살아남기 위한 저가수주로 이어져 업계가 멍들고 있다.

실제로 업체수는 조경식재공사업이 1575개(2004년)에서 2432개(2013년)로,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이 1216개(2004년)에서 2432개(2013년)로 각각 증가했다.

모 시공업체 관계자는 “조경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 필수자격요건이었던 조경수농장 확보규정이 폐지되면서 자금력이 풍부한 토목 등 건설업체들이 너도나도 조경면허를 취득했다. 이들 업체는 공사는 하지 않고 입찰에 참여해 낙찰되면 마진을 떼고 바로 하도급을 준다. 이렇게 공사는 하지않고 마진만 떼먹고 빠지는 업체가 허다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는 “큰 회사 1개가 부도나면 2~3개의 영세업체가 생겨난다. 건설업계의 불황이 심각함에도 업체수가 줄지 않는 이유는 면허등록 기준이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예전처럼 면허 등록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진입장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업계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지속적이면서 강력한 단속을 요구했다.

심각해져 가는 식재 하자율
5~6년 전만 해도 식재공사 하자율이 6~7%정도 였다. 그때만해도 하자 5%는 업체별로 내건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식재하자율이 평균 10~15%까지 치솟고 있어서 다.

식재공사 하자율이 높아진 이유로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등 자연재해를 꼽는다. 특히 가뭄, 홍수, 태풍, 동해 등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로 하자율이 급증했다.

지방에서 식재공사를 하고 있는 모 업체 관계자는 “올 연말 준공이지만, 극심했던 여름 가뭄과 폭염 등 기후조건 때문에 준공도 하기 전에 이미 10%의 하자가 발생했다. 준공 이후 하자율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자연재해로 인한 하자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다.

몇 년전 까지만 해도 공사를 해서 15% 정도 남으면 고정비와 하자율 6~7%정도를 제외하더라도 수익이 발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자가 10~15%가 기본이다보니 적자가 발생한다. 특히 하자는 2년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공사를 해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모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하자율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이번에 부도난 업체 중 한 업체의 경우 제주도 모 골프장 공사를 하면서 하자가 30% 정도 났다. 그로 인해 대금을 받지 못하자 소송을 했지만 패소하면서 30억원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자금압박을 받게 된 것으로 안다”며 수목하자율 증가가 부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언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품셈 개정을 통해 태풍, 장마 등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하자에서 제외시켜야 하며, 준공 전 하자에 대한 품을 계산해줘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울러 LH,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일부 공공기관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준공 후 2년간 유지관리비 지급과 관련해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지자체로 확대되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제도적인 장치가 없을 시 자연재해와 준공 후 2년간 유지관리상 하자발생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자로 책임을 전가하다보니, 시공업체는 이중고를 앓고 있다. 이외에도 자체적인 기술개발과 함께 건설업시스템의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할 것을 주문한다.

종합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극심한 침체기에 빠져있는데, 당분간 경기회복은 싶지 않을 것 같다. 중요한 건 입찰을 통해 공사를 수주하는 기존 건설업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조경을 비롯한 건설업이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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