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하도급사 피해액 300억 넘을 듯…줄도산 우려 확산
“최저가 낙찰제·재하도급 등 구조개선 시급” 이구동성


또 터졌다. 이번엔 업계 수위를 차지하던 조경시공업체를 포함해서 여러 회사가 동시에 쓰러졌다.

막상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는 반응이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파장에 대해서는 연쇄부도 쓰나미가 밀려오는 것은 아닌지 모두가 노심초사다. 실제로 이니셜을 달고 몇몇 업체의 부도 임박설도 흘러나오고 있어서 우려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대한민국에 조경이 시작된 지 40여년 만에 최대 위기가 닥친 오늘, 참담한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조경업체 부동의 1위를 지키며 시공실적 1000억원 시대를 열었던 ‘청우개발(회장 이재홍)’과 300억원대 매출액을 기록하며 열 손가락 안에 들었던 ‘동의종합조경(대표 박진흠·백승호)’ 그리고 ‘청하도시개발(대표 김태석)’이 8월 28일부터 9월 2일 사이 기업회생절차개시를 신청함에 따라 실질적으로 부도처리가 됐다. 또 150억 원대 실적을 기록한 가야랜드(대표 여용상)는 기업정리 절차에 들어갔다.

청우개발을 비롯한 대표적인 조경업체들의 부도로 인해 이들 업체에 납품했던 수 많은 자재업체는 물론 하도급업체들의 피해를 감안하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4개업체 부도로 인한 피해액 규모가 최소 200~3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1998년 IMF구제금융 시절처럼 연쇄도산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말과 함께 벌써부터 또 다른 업체명단이 나돌 정도로 조경업계가 큰 층격에 빠져있다.

공교롭게 청우개발을 비롯해 동의종합조경, 청하도시개발의 기업회생절차개시 신청을 한 시점이 8월 26일에서 28일이다. 가야랜드는 대표가 포기하고 회사를 정리하기 시작한 시점 역시 8월 15일께다.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4개 업체 부도로 인해 자재업체를 비롯한 하도급업체들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적액 기준으로 조경업체 1위를 지켜왔던 ‘청우개발’의 기업회생절차개시 신청은 조경업계에서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피해액도 크겠지만, 조경업계를 이끌던 수위업체의 붕괴는 조경건설업 붕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동의종합조경과 청하도시개발 역시 10위권을 유지했던 업체였다는 점에서 조경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 따라 시중에서는 외상거래가 더욱 어려워졌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몇 년 동안 외상거래를 하던 자재업체들도 오늘(4일)부터는 외상으로 줄 수 없다고 해서 매우 난처한 상황”이라면서 조경업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해줬다.

청우개발은 앞으로 법원의 결정에 따라 기업회생절차 혹은 청산절차의 두 가지 중 하나의 길을 선택받게 된다. 기업회생절차개시 결정여부는 빠르면 추석 즈음, 늦어도 이달 안에는 결정날 것으로 전망된다.

청우개발 관계자는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기업회생절차개시다. 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기업회생절차개시가 결정나면, 업체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자구책을 마련해 채무변제를 최대한 빨리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의종합조경과 청하도시개발 역시 청우개발과 같은 길을 가게 된다. 기업회생절차개시신청을 한 만큼 법원에서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와 청산했을 때의 가치 등을 고려해 이달 안에 기업회생절차개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회생절차 대신 기업정리 절차를 밟고 있는 ‘가야랜드’는 대표이사가 회사를 포기한 상태로 알려졌다. 7월까지 직원급여 지급과 은행이자를 납부했던 가야랜드 대표는 8월 중순께 직원들을 모아놓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미안하다”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4개 업체의 부도사태를 바라보는 조경업계의 시각은 하나 같이 최저가낙찰제, 재하도급문제 등 조경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이번 부도사태로 인해 지난 4일 긴급 소집된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 대책회의’에서 업체 피해금액과 사태파악에 중점을 두면서, 대응책 마련에 고심했다.

그 자리에서 노영일 이사장은 “이번 부도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최저가입찰제와 재하도급 등 조경업계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재하도급 근절 ▲직불제도 활성화 ▲최저가입찰배제 ▲원도급 또는 하도급 계약내역 임의 조정근절 등의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번 사태로 피해가 예상되는 업체 관계자는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건설업의 붕괴로 시장이 혼란해진데다가 시공사는 울며겨자먹기식 저가수주로 부채가 증가됐으며, 그에 따라 자재업체는 원가에 가까운 저가계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납품시기와 수금시기의 차이가 많이 나서 여러모로 부담으로 작용된다”고 지적한 뒤 “최저가입찰제 개선, 선입금 후 납품이나 지급보증서 청구 등의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 자재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한 업체한테만 걸려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경기악화도 문제지만 최저가입찰제도로 인한 저가수주와 재하도급이 만연된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며 최저가입찰제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조경식재시설물설치공사업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김충일 회장 역시 재하도급과 최저가낙찰제에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찾는다.

김 회장은 “IMF구제금융 시절 연쇄부도 사태가 떠올라 걱정이 앞선다. 이번 사태는 건설경기 악화에 1차적 원인이 있다면, 최저가하도급과 재하도급으로 인한 부실시공 등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김 회장은 “식재공사의 경우 최근 기후온난화와 자연재해로 인해 하자률이 높아져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됐다”면서 “최저가낙찰제와 재하도급 문제는 꼭 개선되어야 하며, 이 기회에 표준품셈 개정을 통해 하자에 대한 품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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