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행정에서 납득하기 어렵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 터졌다.

암사정수센터에 옥상녹화하기로 설계가 돼 있었고 발주 예정이었던 특허 신기술이 특별한 절차나 설명 없이 태양광발전시설로 바뀌었다. 해당 사업의 발주부서는 시 산하기관인 상수도사업본부였고, 태양광시설을 밀어부친 곳은 기후환경본부 녹색에너지과이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굴러온 ‘신재생 에너지 파워’가 박혀있던 ‘힘없는 인공지반녹화’의 돌을 캐낸 것과 다름없다. 박힌 돌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변화하는 기술과 시대의 요구에 맞게 적응해 나가는 것이 순리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시민과 소통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참여행정’의 철학이기도 하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타당한 이유나 절차도 없이 뒤통수를 맞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셈이고 펄쩍 뛰는 것은 본능이다.

서울시 녹색에너지과가 등장해서 1만5401㎡에 달하는 옥상녹화 설계를 빼고 태양광발전설비에 대한 설계가 진행중이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뜻은 빠져있다. 왜 옥상녹화에서 태양광으로 바꾸려고 하는지, 그렇게 됐을 때 시민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이고 시의 경제적 손익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해서 아무런 논의 없이 일방통행만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발주부서와 감리사 및 시공업체의 사정이 배려됐을 리는 만무하다.

우리는 그것을 ‘행정의 불합리’로 지적하고자 한다.

이번 사안은 국내 옥상녹화에서는 최대면적이고 서울시 또한 착공하면서 ‘친환경 옥상녹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점에서 보면 변경과정을 더 소상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또한 화석연료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신재생에너지가 인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태양광발전의 수많은 폐해는 가려진 채 마치 지고지선인 양 왜곡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바로봐야 한다.

다행히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에서 서울시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태양광 발전시설과 옥상녹화의 병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해당 모델에 대해서 제시했다고 한다. 그동안 특정업체의 일로 국한시키며 모두가 뒷짐지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거로부터 건축·토목·임업 등에서 조경분야는 숱하게 많은 불합리한 사례를 겪어왔지만, 번번한 하소연 한번 못했고 그런 사례들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행정의 불합리’ 사례가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의 ‘집단적 무관심’에도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업계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불합리 사례를 처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지금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다.

‘일개 업체의 억울함’이라고 외면한다면 그 불행은 반복될 것이다. 보라는 ‘행정의 불합리’는 안보고 손가락만 탓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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