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한국과 중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2개의 국제정원박람회(Garden Expo)가 열리고 있다. 행사기간이 약 6개월 내외로 서로 겹치지만 주제와 규모 등이 다른 모습이어서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다만, 중국이라는 나라가 행사를 하면 워낙 크게 해서 그런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면적(1,112,000㎡)에 비해서 북경원림박람회 면적(2,670,000㎡)이 2.4배 가량이 된다. 같은 기간에 개최된 두 정원박람회가 성황인 것을 보면 한국과 중국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환경을 중요시하는 국가로 성장한 셈이다.

국제원림박람회는 중국 각 지역에서 1997년부터 2년마다 한 번씩 개최를 하고 있다. 영국, 독일 등에서도 오랜 역사를 가진 정원박람회가 있고 중국에서도 벌써 아홉 번의 전통을 가진 박람회가 있는데 아직 대한민국에는 태동도 못하고 있는 것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금번 북경원림박람회의 가장 부러운 점은 ‘중국원림박물관’ 건설이다. 중국원림박물관은 국가급박물관으로 50,000㎡의 규모의 2층 건물이며 소주원림을 비롯한 3개의 유명한 원림을 실내에 조성해 놓았다. 중국고대원림관과 중국근현대원림관은 중국원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가 있고 원림조성의 개념과 원림조경기법 그리고 정원조성도구와 석축을 쌓는 모습을 재현하는 조형물도 있다.

그중 어린이들이 정원의 모습을 보면서 평면에 놓여진 빈 화면에 정원의 점경물을 모자이크 식으로 맞추어보는 어린이 정원사 체험놀이를 할 수 있게 해 놓은 것은 훔쳐오고 싶을 정도였다. 어린이들이 이런 놀이를 해보면서 중국 정원의 전통과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체험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정원을 사랑하고 계승해 나갈 것으로 본다. 이것은 중국정원의 미래를 키우는 중요한 교육이다.

박물관 내에는 세계명원관람관이 있다. 그곳에는 영국, 프랑스, 미국, 이태리, 인도 등 해당 국가의 공원 모형이 보기 좋게 자리잡고 있고 일본의 고산수정원은 실물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덴마크, 러시아, 브라질, 페루, 케냐 등의 국가 이름을 내세워서 각국의 상징적 정원을 판넬로 만들어 놓아서 지나면서 세계의 정원의 여러 가지 스타일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국정원의 굴욕이라 할 수 있는 판넬 하나가 있다. 대한민국(Korea)이라는 국가이름 대신 ‘朝鮮半島園林(Korean Peninsula)’이라는 타이틀이 있고 그 밑에는 “조선반도에는 일반적으로 두 종류의 정원이 있는데 하나는 궁궐정원, 사찰정원, 민가정원처럼 중국정원을 모사(copying)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려시대에 발전한 자연산수식원림이다“고 설명이 되어 있으며 옆에는 경주 안압지와 평양 안학궁에 대한 사진 5장씩을 한 장의 판넬에 붙여놓은 것이 전부다.

우리의 전통과 사상이 담겨있는 창덕궁의 후원이나 소쇄원 등의 별서정원에 대한 소개는 커녕 국가 이름도 찾아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박람회에 소개되는 것이 참담하고 원망스럽고 굴욕감까지 느껴진다. 북경원림박람회 당국자들이 우리 관계자들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었던가? 아니면 있었어도 대꾸를 안 해준 것인가? 어쨌건 이것이 수정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과 한국정원은 계속 이런 굴욕적인 모습으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