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화려하게 개최되었던 여수세계박람회, 그리고 연 인원 1450만 명이 다녀가는 등 크게 성공한 박람회로 평가 받는 93년 대전세계박람회, 그러나 박람회 후의 모습에 대해 우리는 별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난 지금 그곳에 가면 망가진 건축물과 여기저기 뒹구는 건축자재가 있을 뿐 사람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대전엑스포공원 부지도 더 이상 시민들이 찾지 않는 과학 공원이 되어, 고층아파트를 짓는 개발 안, 복합 테마 파크를 만드는 안 등 여러 계획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 하나 뚜렷한 것이 없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어떠할까? 1970년 개최되었던 오사카세계박람회 이후 커다란 자연 공원으로 변모한 오사카만국박람회기념공원을 가 보았다.

오사카만국박람회기념공원(万博記念公園)은 오사카시 북동쪽 외곽에 있다. 오사카 모노레일 반파쿠키넨코우엔역에 내리자 교복을 입고 줄을 서 있는 학생들과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행락과 꽃놀이 철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리며, 사계절 내내 다양한 화초와 들새들을 관찰 할 수 있다고 한다. 표를 사고 정문을 들어 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것이 박람회 상징이었던 ‘태양의 탑’이다.

1972년부터 시작된 ‘만국박람회기념공원 기본계획’에 의해 박람회 당시의 116개 건축물 중 일부 전시관과 시설물은 전국 각지의 유원지나 상업시설로 옮겨졌고, 나머지는 거의 다 철거되었으며, 콘크리트 조각 등이 남아 있는 철거부지 위에 흙을 쌓아 언덕을 만들고 공원을 조성하였다고 한다. 지금 남아 있는 건물과 기념물은 박람회의 상징이었던 ‘태양의 탑’과 박람회 기념관으로 쓰고 있는 철강관 정도다. ‘만국박람회기념공원 기본계획’을 보면, 1972년부터 2000년 까지 약 30년에 걸쳐 ‘자생 가능한 숲(自立した森)’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공원 바깥쪽 숲에서 안으로 들어가며 밀생림(密生林)、소생림(疎生林)、산개림(散開林)의 3가지 타입 산림을 구성하고, 약 250종 60만 그루의 다양한 수종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자생 가능한 숲이란 살아있는 숲, 다양한 동식물의 공존으로 안정된 숲, 그리고 충분히 성장한 수고와 수관을 가진 고목층, 중목층, 저목층 등 다양한 식물들로 구성된 계층구조가 형성되고, 그 곳에 많은 동식물이 생육해 다양한 종이 존재하는 숲을 말한다. 이를 위해 현재에도 연구, 조사, 다양한 순응적(順応的)관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 공원 안을 걸어보니 크고 울창한 숲으로 인해 생각 보다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다. 주제를 가지고 구획을 나누어 조성되어 있고, 박람회 당시 무엇이 있던 자리 인지, 그리고 그 구역의 나무나 꽃의 특징 등이 자세히 안내되어 있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길을 따라 개울이나 호수가 조성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걸어 들어 가다 보니 ‘족탕’이라는 깃발이 펄럭이는 오두막이 보였다. 피곤한 발의 피로를 풀어 줄 수 있는 족욕 탕이다. 탕 속에 공원에 자생하는 허브를 넣어 공원을 찾는 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눈에 띄는 어린이 공원도 재미있었다. 이 밖에도 중앙의 큰 호수에는 보트를 탈 수 있는 시설과 큰 광장이 있어 여러 행사나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다. 공원의 크기가 큰 만큼 공원을 순환하는 열차도 운행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공원에서 나온 나무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를 모아 열차 운행에 쓰고 있다고 했다. 공원에는 다양한 꽃들도 존재하여 일년 내내 꽃을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공원 안내 지도 뒷면에는 일년 동안 공원에서 감상할 수 있는’ 꽃 달력’과 공원의 ‘이벤트 스케줄 표’가 자세히 나와 있다. 도시락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일본답게 계절 한정 특별 도시락도 판매하고 있다.

공원을 돌아보며 자생 가능한 숲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2000년 이 후에도 계속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자생 가능한 숲 만들기 계획은 2000년을 목표로 30년간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숲의 양적인 면에서는 달성되었지만, 일부 수목 이외에는 생장이 부실하다든지, 너무 빽빽이 자라 화재에 취약하다든지 하는 문제가 뒤따랐다. 이러한 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 2세대 숲 만들기’와 ‘임상(林相) 전환의 숲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예를 들어 2001년 시행된 공사를 보면 빽빽이 고목층으로 이루어진 숲의 15mX15m의 공간에 중앙의 10mX10m공간을 정하여 다시 그 공간을 2.5mX2.5m로 16등분 한 후, 그 중 8구역을 모자이크 방식으로 선택하여 나무의 60%를 간벌(間伐)공법으로 벌채를 하였다. 이로써 숲 속의 햇빛 양을 조절하여 다음 세대의 젊은 나무나 저목층의 육성을 지향하였다.

또 2000년에 시행된 공사를 보면 위와 같이 숲 안에 구역을 나누고 그 중 8구역에 나무 97%를 벌채하여 갭(gap)을 만들었다. 그 후 다른 지방 자연림의 표토를 가져다 뿌려 줌으로써 흙 속에 숨어 있는 다른 종류 수목의 발아를 도모하는 방법으로 상록 활엽수의 단층림을 낙엽 광엽수 중심의 숲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 밖에도 포유류에서 곤충까지 다양한 생물의 쉼터가 될 수 있는 거목의 육성을 위해 비교적 성장이 좋은 녹나무(クスノキ)를 선택해 그 주변의 나무를 벌채하는 등 숲의 질적 향상을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함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공원의 뒤쪽에 있는 일본정원을 둘러 보았다. 공원에서 유일하게 1970년 박람회 당시 조성된 정원이다. 입구를 들어가니 커다란 일본 전통 건물이 딱 버티고 있다. 그러나 그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건물 뒤편이 누각 형태로 되어 있어 일본정원이 한 눈에 들어왔는데 그 규모가 놀라웠다. 일본 정원의 성숙기인 에도시대(17C~19C)초기 지천회유식(池泉廻遊式) 대정원에 근거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지천(池泉)정원은 물을 이용한 정원을, 회유식(廻遊式)정원은 정원의 중심을 걸어서 돌아다니며 감상하는 정원을 말한다. 우리의 순천만 한국정원도 40년 후에는 어떤 느낌의 정원이 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때 본 한국정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쉽게도 시간이 없어 일본정원의 차정(茶庭 – 도시 가운데 쓸쓸하고 조용한 느낌의 정원을 만들고 차를 마시며 감상하던 정원의 형태)은 볼 수 없었다.

공원을 나오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엑스포 개최 후 부지 활용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우선 순위에 두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람들은 얼마나 공원의 소중함을 알고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30년, 40년을 두고 계획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는 말처럼 부러워만 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공원을 사랑하고 관심을 갖고, 그리고 미래의 조경가로서의 꿈을 키워 나가야겠다.

 

임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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