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종화(한국관광공사 부장·관광학박사)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DMZ지대는 냉전종식이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분단된 지역으로 남아있다. 올해 정전협정이 있은 후 60년이 흘렀지만 155마일 휴전선 일대는 아직도 전쟁의 위험지대로 남아있다. DMZ지대는 6.25전쟁으로 치열했던 전투의 상흔을 간직한 채 총성 없는 전쟁에 대한 침묵의 전류는 계속 흐르고 있으며, 지금도 휴전선 일대는 남북한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고 있다. 따라서 DMZ는 시간이 멈춰진 땅이요 인간의 출입이 금지된 금단의 땅이기도 하다. 휴전선 일대에 드리워져 있는 와이어의 장막은 우리민족에게 분단의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는 동토의 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DMZ에는 자연에 순응이라도 하듯이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생명의 땅으로 남아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5월 미국을 방문하여 미 의회 연설에서 처음으로 DMZ를 평화의 지대(Zone of Peace)로 바꾸기 위해 세계평화공원 조성의 필요성을 제안하였다. 분단의 상징이자 세계의 마지막 냉전지대로 남아있는 DMZ를 전쟁 위험지대가 아닌 평화의 지대로 조성한다는 것이다. DMZ세계평화공원조성은 남북한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완충지대가 만들어 결국 전쟁 위험을 완화하고, 남북한이 공동번영의 길로 진일보 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DMZ세계평화공원이 조성되면 이 지대가 전쟁 상흔과 남북한 대립과 반목으로 얼룩진 비극의 공간이 화해와 평화의 지대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 임진강평화누리공원

DMZ세계평화공원의 조성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내용이 밝혀진 것은 없다. 하지만 벌써부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신들의 지역에 DMZ세계평화공원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원도는 철원과 고성지역에 경기도는 파주와 연천을 DMZ세계평화공원후보지로 적극 추천하며 자신들의 지역에 DMZ세계평화공원을 유치하기 위하여 치열한 유치전을 벌일 양상이다. 경기도는 임진강 넘어 도라산을 중심지로 하는 파주지역이 DMZ세계평화공원의 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주지역은 인접지역에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있고 그리고 인천항이 있어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서울 수도권에서 접근하기가 가장 우수한 점을 부각시키며 유치전에 발 벗고 나선 상태이다. 또한 파주지역에 2025년 ‘평화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파주에 세계엑스포를 유치하면 DMZ세계평화공원 조성에 따른 시너지효과도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파주지역은 통일 대한민국 행정수도로서도 최적지라고 주장하며 유치전에 불을 붙이고 있다. 강원도도 태봉국 철원성이 있었던 철원지역이 DMZ세계평화공원의 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철원지역 사회단체들로 구성된 DMZ 세계평화공원 철원유치위원회가 발족되어 DMZ세계평화공원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성지역 사회단체들도 DMZ세계평화공원을 유치하기 위해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DMZ 세계평화공원 입지 선정과 관련해 DMZ평화적 역사적인 상징성과, 접근성, 기반시설, 군사안보의 영향, 자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유엔사 및 북한과의 협의를 거쳐 최종 선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DMZ세계평화공원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조성해야 할까? 필자는 DMZ세계평화공원조성에 관한 주관적 관점에서 제안해보고자 한다. DMZ세계평화공원 조성은 남북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하여 진정한 완충지대가 되어야 한다. 평화를 담보로 하는 공원이나 도시로 개발되어야 하며, DMZ세계평화공원 주변지역의 도시나 관광지와 연계 개발하여 남북한 주민이 자유로이 왕래하며 교류가 빈번한 지역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곳은 통일이 되기 전에 남북한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관광특구개념의 공원이나 관광생태·테마도시로 조성하여 세계인들도 즐겨 찾을 수 있는 곳 이어야 한다.

또한 DMZ세계평화공원은 한곳에 지정하여 조성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파주지역과 철원지역, 고성·양구지역의 3곳에 차별화되고 기능이 다른 DMZ세계평화공원을 순차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전 접경지역을 평화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임진강을 경계로 하여 파주와 개성을 잇는 DMZ 평화도시를 만들어 남북한은 물론 세계인들이 왕래할 수 있는 관광자치 특구로 조성해야 한다. 또한 이 지역을 남북한의 생산과 물류산업의 기지로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서울과 평양의 완충지대로 개성과 파주 일대를 국제적인 규모를 갖춘 레저복합도로 만드는 방안을 구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곳에서 2025년 ‘평화와 환경’이라는 주제로 엑스포를 유치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수 있다. 더욱이 남북통일이 되어 개성과 파주를 잇는 지대가 먼 훗날 통일수도가 되는 입지적 요건도 충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원지역도 치열했던 6.25전쟁 상흔이 남아 많이 남아 있는 곳으로 전쟁과 생명지대를 배경으로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하는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여 특화한다면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철원은 옛 태봉국 철원성이였던 것을 봐도 역사적으로 철원도 통일수도로서 입지적 조건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고성·양구지역은 동해안에서 휴전선이 시작되는 곳으로 금강산과 설악산을 연계할 수 있는 곳으로 자연자원이 우수해 세계적인 유명관광 명소가 될 입지적 조건을 갖춘 우수한 곳이다. 따라서 고성·양구지역은 국제적인 체류형 자연휴양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이와 같이 필자의 생각으로는 DMZ세계평화공원은 한곳에 조성하기보다는 파주지역과 철원지역, 고성·양구지역의 3곳의 거점에 DMZ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여 거점과 거점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155마일 휴전선일대를 평화의 지구로 순차적으로 추진 될 경우 남북긴장을 완화하고 통일 전까지 남북한이 점진적으로 공존과 공생하면서 통일을 대비해나가는 통일의 시범사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DMZ세계평화공원은 거점별 지역적 특성을 살려 남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특화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남북한이 동의하고 미국 중국 등이 적극 참여할 때 가능하다. DMZ세계평화공원은 박근혜정부의 신뢰 프로세스 정책에 의해서 추진되는 사업이다. 남북한이 번영하고 세계평화에 기여 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DMZ는 60년이나 인간의 손길이 닺지 않은 곳으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DMZ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더라도 생태계가 파괴되거나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DMZ세계평화공원은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현실을 잘 묘사하고 표현될 수 있는 개발 콘셉으로 주제 공원이나 테마도시로 만들어서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이 야심찬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정치적 사회적 영향을 받지 않는 영구적인 무풍지대가 되어야 한다. DMZ는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생태관광자원과 안보관광자원이 우수하여 세계적인 주제공원을 만들 수 있다. 지금부터 조경인도 DMZ세계평화공원조성에 관심을 가지고 조경디자인을 위한 드로잉을 시작 했으면 한다.

▲ 고성 통일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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