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은 자연체 가운데에서 가장 인간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유기체이다. 자연과 인간을 연결하고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식량 생산의 바탕이 되는 토양은 공기와 물과 함께 지구 상의 모든 생물의 필수 요소로 자리한다.

토양은 토지 또는 대지 등의 명칭으로 지구의 어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되어지고 동양에서는 민속신앙과 역학과 음양오행의 기본이 된다.

이처럼 인류에게 신성시 되는 토양이 인류에 의해 죽음의 그림자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끔찍하기 그지없다.

토양오염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경고를 주는 형태로 나타났다. 토양 내 중금속이 필요이상으로 축적되어 장기간 잔류하다가 농작물을 오염시키고 그것을 섭취한 가축이나 인간의 체내에 잔류, 축적되어 질환으로 나타난다.

토양오염의 주범은 농약의 과다사용과 기름유출 등의 행위 등인데 근래에 치외법권 지역이었던 미군부대 부지가 차례로 공원화되면서 토양오염이 노출되어 관심사로 떠올랐다.

1994년 당시 환경처는 주한 미군을 포함한 군부대에 토양오염의 우려를 대비해서 규제조치를 발표한 바가 있다. 그러더니 1996년에는 포항의 미군 유류저장고, 평택과 의정부의 토양에서 기름성분이 대부분인 유기물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원주와 군산의 기지에서도 쓰레기 매립장의 침출수 오염물질을 방치하고 있다고 보도가 되었다.

이외에도 대구 부평 평택 등지에서 지속적으로 토양오염의 발생이 밝혀지다가 2001년 서울 지하철 녹사평역의 대량의 기름누출 발견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미군부대 내의 토양오염에 대한 심각성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얼마 전부터 인천 부평, 부산, 서울의 미군부대 이전지역이 공원화가 추진되면서 토양오염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중에 지금 한창 공원조성공사 중인 부산시민공원은 지속적으로 토양오염에 대한 시비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당초 3억으로 책정된 토양오염정화비용이 143억으로 증액 투입(본보 262호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토양오염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지속되고 있다.

용산공원 옆에 위치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사업이 불발되면서 노출된 토양오염에 대한 문제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35만6492㎡의 철도 정비창이 토양 오염이 됐는데 이를 정화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이 됐다. 부지 내 토양을 세척하고 정화하는데 드는 비용은 2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용산공원의 조성비 1조2000억 원 가운데 토양정화비용이 1030억 원이 책정됐다. 토양오염 정도가 제대로 측정이 안 된 상태에서 책정된 정화비용의 타당성부터 문제가 되며 오염원자인 미군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환경주권의 포기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한미SOFA(주둔군지위협정)의 환경조항이 지금처럼 있는 한 토양환경오염에 대한 미군의 면죄부가 지속되게 된다. 우리 정부가 부담해야 할 천문학적인 정화비용은 그대로 국민의 부담이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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