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출신이 군대에 가면 국방홍보지원대라는 조직으로 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했다. 입대 전에 활동했던 경력으로 활동을 계속 이어 갈 수 있고 국방의무도 마칠 수 있어서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기로 통했다. 그러던 연예병사 보직이 근무위반을 한 일부 연예병사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받더니 결국 제도 자체가 폐지됐다.

군대에는 다양한 병과와 보직이 있다. 흔히 말하는 육·해·공군 군별 구분과 보병·포병·공병 등의 병과가 있고 세부적으로 작전·정보·인사·법무·정훈·전산·통신·의무·수송 등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직들이 있다. 그만큼 군대라는 조직도 사회처럼 많은 전문 지식과 경력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대학을 다니다가 입대한 경우라면 전공 학과와 관련하여 배치를 받아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입대하여 전공 관련 업무를 잠시 했었고, 음대에 다니던 친구는 군악대에서 근무하고, 토목 전공 친구는 공병대에서 근무를 했다. 운동선수였던 친구는 국군체육부대로 가서 선수생활을 계속했다. 따라서 연예 주특기를 가진 병사가 연예부대에서 근무하는 것은 이상하지가 않다.

연예병사 이전에는 문선대(문화선전대)라는 군부대 위문 공연조직이 있었다. 혈기 넘치는 젊은 병사들이 고된 훈련과 경계근무 와중에 잠시 즐거움을 주는 문선대의 위문공연은 그동안의 수고와 긴장을 잠시 해방시키고 다시 본연 일상의 임무로 돌아오게 해주는 훌륭한 젊은 병사들의 정신적 완충녹지대 역할을 했다. 예전의 월남 파병용사들의 위문공연은 전투에서 승리만큼 사기 진작의 효과가 컸다. 문선대가 발전되어 국방홍보지원대가 설립되고 국군방송과 더불어 신세대 병사들의 욕망의 분출구로 훌륭한 역할을 했다.

그런 국방홍보지원대가 폐지가 됐다. 60만 병사들의 위로와 격려가 됐던 연예병사들의 노력이 조직 관리와 운영의 불찰로 한방에 철퇴를 맞았다.

1977년부터 시작된 모 방송사의 대학가요제가 폐지됐다. 폐지된 가장 큰 이유는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란다. 37년의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젊음의 축제가 갑자기 커버린 아이돌과 오디션 프로그램 시장에 잠식되어서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젊음과 지성을 상징하던 대학가요제가 음악적 신동인 10대 중반의 중고생 또래의 돌풍에 좌초가 된 셈이다.

대학가요제는 우리 가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발자취이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양희은 등 통키타 그룹이 청년문화를 선도하면서 이어진 전통과 문화가 대학가요제인데 단순히 인기주의에 휩쓸려 37년의 자취가 묻혀 버렸다. 역사와 전통이 현실적인 인기에 의해 허무하게 퇴출 돼버린 셈이다.

우리는 전통과 문화를 소중히 하는 민족으로 자부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데 애써 만들어 놓은 전통이 당장의 따가운 시선과 인기 때문에 손쉽게 폐지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성을 촉구하고 싶다.

눈앞의 자그마한 문제로 폐지라는 극단적인 조치는 우리 역사와 전통을 단절하는 행위로 풀이된다. 연예병사제도와 대학가요제가 꼭 이런 식으로 끝나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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